Egyptian Blue MY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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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글쓰기] 2014. 09. 06 (0) 2014/09/06 AM 01:51


1. 어제는 코엔 형제의 영화 시리어스 맨을 보았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것은 오프닝의 씬으로 계속해서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에 대해 묻는다.

2. 집에 가는 길 충무로에서 한 무리의 대학생이 지하철에 탔다. 술을 좀 마셨는지 발그레해진 얼굴로 정신없이 떠들기를 몇 정거장, 도저히 참지 못하고 "조용히 좀 합시다."라고 말했다. 반응을 보인 것은 일고여덟 명의 일행 중에서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 여자는 죄송하다고 말한 반면 남자는 아주 성의 없이 대답했고 내가 내릴 때까지도 시끄럽게 떠들었다.

3. 강준만 교수의 싸가지 없는 진보라는 책은 조너던 하이트 교수의 바른 마음에서 말하는 아이디어에 기초하고 있다고 들었다. 일종의 외국인 혐오 같은 것은 투표의 양상에서 진보 쪽에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해당하지만, 보수 쪽은 마음대로 이용하며 도덕률을 자극할 수 있다. 따라서 진보는 계급적 대변자는 될 수 있지만, 도덕적 대변자가 되는 것은 실패. 보수에는 도덕적으로 공감하는 층이 더 많아지고 진보는 재수 없는 인간들의 모임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것.
읽고 싶었는데 아직 못 읽어서 맞기나 한 얘긴지도 모르겠다.

4. 웃긴 것이 인간의 도덕성에 기초하고 만든 담론이라 어디서나 적용이 된다. 아마 내 이야기에 내가 생각한 수준의 답변을 한 것은 나와 비슷한 도덕수준을 가진 사람일 것이고 그 반대는 아닐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공중도덕 안에서는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것이 몇 데시벨인지 기준을 두지 않아도 충분히 비도덕적인 일인데,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서 다른 사람에게는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일 수도 있다. 나 외 지하철 한 량에 탄 사람들이 모두 마침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고 생각해보자. 내 행동은 지랄에 가깝고, 한없이 예민한 또라이 같은 일이 된다. 도덕은 기준이 다양하고 처벌이 불가능하므로 문제가 되어버린다. 그러니까 나는 내 기분에 맞춰서 다른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권리를 방해한 것일수도 있다.

5. 다시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온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애초에 이런 것이 의미가 있기는 할까. 어차피 현실은 비정상이 더 정상 같아져버린지 오래라서 이제 정상과 비정상을 가릴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내가 비정상과 정상을 판별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제는 오만에 가까운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가장 화가 나는 일은 이런 생각 자체를 안하고 마음 가는대로 사는 사람이 더 편안한 마음 상태를 가질거라는 것. 참 개같은 일이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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