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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미움 (1) 2014/10/02 AM 12:44
미움

한 남자가 끌려와서 재판대 앞에 꿇어 앉았다. 매일의 일과대로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 늘 그렇듯 사람들의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왜 지옥행인지에 그 이유에 대해서만 궁금해하고, 어떻게든 변명하려 애쓰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판결은 옳고, 그러다보면 진실로 내가 한 일은 서류에 도장을 찍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생각보다 결정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월급쟁이지요."
옆에 선 판관이 말했다. 앞에 앉은 남자의 신상을 읊고 있는 모양이었다.
상념에서 벗어나 판결을 내리려고 하자 남자가 물었다.
"저는 왜 사람을 미워하지 못합니까? 저는 한번도 사람을 미워하지 못하다가, 그 마음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기에 마음이 상해서 죽었습니다. 대체 전 왜 그런 겁니까?"
이야기를 듣자 내가 했던 일 중에 유일하게 의미있는 일이었을지 모를 육백하고도 삼십 팔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평생 수염이 나지 않는 것을 컴플렉스로 생각하며 살아온 부자의 이야기이다.
'대체 왜 전 수염이 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일러주었다.
'장부를 보니 넌 세치하고도 반의 수염이 있다. 그러나 그 얼굴가죽이 너무 두꺼워 밖으로 나오지 못하였구나.'

그는 아마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평생 누군가를 미워하지도 못할만큼 착하고, 아름다운 성품을 가지고 있다. 들어보면 제 얼굴이 너무 두꺼워 터럭조차 빠져나오지 못한 부자만큼이나 두툼한 가면을 쓴 인간 아닌가.
"너는 누군가를 미워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이렇게 말한 후에 웃어주었다.
"미워하는 방법도 배우지 못한 멍청이일 뿐이지. 자기 마음도 제대로 모를 정도로 멍청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가장 큰 죄다. 그러니 지옥으로 얌전히 들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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