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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글쓰기] 시간이 그를 자유케 하리라 (0) 2014/10/14 AM 02:09
시간이 그를 자유케 하리라

"너 아직 그 사람 생각하고 있잖아......."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코끼리에 대한 유명한 이야기 때문에 그는 헤어진 그녀를 떠올렸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면 더 코끼리를 떠올리게 되는 우리 뇌의 속성 때문에 그 역시도 잊으려 하면서도 누군가 헤어진 그녀의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그녀를 떠올려왔다. 부끄럽고 미안하면서도 반대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 모든 미련이 온전히 나만의 잘못인가요?'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동일한 과거를 공유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는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갇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기에. 그래서! 그녀의 대답이 더 속상하고 괴로웠다.
그녀는 그의 고백에 단호하게 대처했어야 했다. 기분 나쁜 표정을 짓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한바탕 욕을 퍼부어 주는 편이 그에게는 훨씬 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녀의 말 때문에 그의 공상이 아주 길어졌다. 그는 자신의 현재 모습과 심리 상태에 대해 생각했다. 과거가 현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당연하다는 걸 그는 잘 알았다. 우리가 범죄자에게 느끼는 편견(그는 그걸 너무도 당연한 감정이라고 느꼈으며, 범죄자의 본성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선자라고 생각했다)도 결국 과거가 현재에 미치는 영향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사랑은 다르다. 늘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게 되는 것은 아니니까.'
결국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는 그녀의 대답을 들은지 채 1초도 흐르지 않은 시점이었다. 눈물이 맺혔던 눈이 다시 총기를 찾고, 꽉 다문 입술이 펴져 입꼬리를 올리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는 그녀의 안타까운 듯한(어디까지나 그가 느끼기에 안타까운 것만 같은) 표정에서 약간의 희망을 느꼈다. 그는 다시 그녀에게 질문할 용기를 찾았다.
그러나 그 때 솟아오른 그의 용기는 더 깊게 들어가면 그의 어린시절과 관련이 깊다. 그는 부유하지 못한 삶을 살았고, 그의 부모는 그의 미래를 위해 현재의 생활을 과감히 포기했다. 그건 그에게 열등감을 주었고 지금의 행복관을 심어 주었다. 그는 현재를 위해 살기로 했다. 현재 느끼는 감정에 충실하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살기로 했다. 그 자신의 행복은 어떤 다른 이의 행복보다 우선하는 것이었다. 아무도 그의 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으며, 그의 생, 그 생은 단 하나다. 그는 과거가 미치는 연속성을 인정하며, 미래를 부정하는 현재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행복 추구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다시 한 번 생각해줘. 난 네가 아니면 정말 행복해 질 수 없어."
"........"
"넌 지워야 되는 문신투성이야."
그녀는 이번엔 조금 더 단호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문신이라고? 문신은 차라리 낫다. 그건 자신의 과시욕에 의해 몸에 새겨졌다. 그러나, 그의 몸에 가득한 과거의 상처들은 과시욕에 의한 것이 아니다. 이건 지금 감옥이며 우리와 같다. 언제 새겨졌는지조차 알기 힘든 낙인. 사랑의 범죄자.
우리에 갇힌 늑대, 목줄이 걸린 개. 그들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무언가에 의해 갇혀있거나 누구의 소유가 되어있음을 너무나 잘 아니까. 그는 태어나자마자 전자 낙인이 찍혀 사바나를 떠돌아다니는 코뿔소를 생각했다. 코뿔소는 자신이 보호받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행여 안다고해도 자유를 빼앗은 그들에게 감사하지도 않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이 찍어 이제는 온몸에 스며든 옛 이의 체취들은 그의 자유를 빼앗았다. 이제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러나 그가 부정한 미래가.......

곧 시간이 그를 자유케 하리라.



대학 시절, 한 커뮤니티에서 한 몇 번의 연애가 자주 괴롭게 하였으나, 이제야 시간에 의해 치유된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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