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대한 많은 논쟁들이 있었다. 탕수육 부먹 vs 찍먹 논쟁도 그 중 하나이다.
사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완전히 부먹파다. 어려서 탕수육을 먹을 때면 좋아서 제일 먼저 소스를 튀김 위에 부었더랬다. 양념이 잘 밴 눅눅한 튀김옷이 주는 식감이 그렇게 좋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부먹파임을 드러낸 적이 없다. 부먹은 언제나 소수였다. 티비에서 본 탕수육 장인은 부어 먹어도 튀김옷이 바삭한 것이 탕수육의 왕도라고 하셨지만 빠르고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제일 장점인 동네 중국집에서 그런 탕수육을 만나기는 쉽지는 않다. 게다가 덜어먹을 수 있다는 선택지가 있는 한 부먹은 언제나 소수파일 것이다.
그래도 가끔 부먹은 소수파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한다. 짬뽕 국물을 탕수육 위에 끼얹어버린 유명한 짤방 때문에, 미디어에서 계속 부먹은 개념이 없다고 우리를 세뇌해나가서 그저 부먹파들은 소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는 함께 먹는 사람들 모두 양념을 탕수육 위에 뿌리고 싶은 욕구를 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찌됐건 대세에 따른다고 음식 취향을 숨겨온 것이 내가 가고 싶은 길은 아니다. 그렇다. 나는 부먹파다.
어느 날 우연히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부어먹기를 주장하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운명처럼 부먹파들과 탕수육을 먹고 싶다. 그러면 나는 손에 양념이 묻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디캔팅하듯 부드럽게 탕수육 위에 양념을 얹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