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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프리카의 여왕(The African Queen, 1951) (2) 2014/10/25 PM 09:18

아프리카의 여왕을 보았습니다.
제목만 보고서는 고등학교 시절 봤던 오페라 아프리카의 여인을 떠올렸는데, 험프리 보가트와 캐서린 햅번이 나오는 로맨스 코미디 모험물이었네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무렵에 독일군 주둔지 지역에서 선교사인 오빠와 함께 살고 있는 영국인 노처녀 로즈와 아프리카의 여왕이라고 이름 붙은 작은 증기선을 운행하는 찰리, 두 사람이 독일군 주둔지를 아프리카의 여왕을 타고 탈출하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영화의 대부분이 아프리카의 여왕이라는 배, 아주 좁고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찰리와 로즈의 에피소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도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험프리 보가트와 캐서린 햅번이 덥수룩한 수염에 진을 즐겨 마시는 늙은 선원 찰리 올슨과, 깐깐한 노처녀 로즈 세이어의 성격, 그리고 둘 사이의 미묘한 관계와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아프리카의 여왕에 타고 이리저리 떠돌며 버텨보려 했던 찰리와 달리 로즈는 강의 하류로 내려가 아프리카의 여왕에 실린 화물을 이용해 독일군의 기선인 루이자 호를 침몰시킬 계획까지 세우며 주도적인 여성으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찰리를 다루는 로즈의 모습은 아주 인상적입니다. 목표를 설정해주고, 때론 질책하고 때로는 용기를 북돋아주며, 목표를 달성 할 때마다 은근하게 찰리를 치켜세워 주기도 하죠. 아마 이런 여성이라면 어떤 남자라도 사랑에 빠지고 말겁니다. 용모도 단정해지고, 무슨 일이든지 거침없이 해내는 상남자 찰리의 모습을 보면 인생에서 좋은 여성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남자란 동물이 얼마나 다루기 쉬운지도요.
강의 하류까지 가는 길에서 급류와 폭포를 만나고, 독일군 요새 근처를 지나는 도중 총알 세례를 받기도 하는 등 역경이 닥쳐오지만 극복해가며 두 사람의 사랑은 단단해집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함께 놀이 동산에 가거나, 공포 영화를 보라는 이야기를 한번 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겁니다. 카필라노 효과라고 해서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황과 그로 인한 신체의 각성 상태에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쉽게 착각한다는 원리를 바탕으로 한 이론인데, 두 사람에게는 급류가 롤러코스터가 되어 주었겠죠.

험프리 보가트는 말타의 매에서 처음 보았는데 아프리카의 여왕이 개봉할 당시에는 이미 쉰이 넘은 나이라 그런지 예전보다 확실히 나이가 들어 보이네요.

영화를 보다 보면 가끔 미묘한 포인트에서 감탄을 느끼곤 하는데 영화 초반, 로즈의 오빠가 정신을 잃고 아프리카에 오기 전의 이야기들을 내뱉는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요새 영화들에서 영화 배경의 대부분을 과거 회상 같은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과 다르게 대사 몇 마디로 로즈가 어떤 여자인지, 어떻게 이 아프리카로 오게 되었는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 지를 부드럽게 표현합니다. 딱 소설에서 나올만한 방식인데, 아마 원작의 영향이 아닐까 합니다.

배가 강의 하류로 내려가며 아프리카의 자연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특히 하마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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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나 옛날 명화극장에서 본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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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프리카가 아니네 시무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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