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yptian Blue MYPI

Egyptian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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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꽃샘추위 (1) 2014/03/18 PM 03:25
오래 전 헤어진 그녀는 그에게 새로운 사랑이 시작될 때면 만나자고 연락을 해왔다. 사흘에서 나흘, 갑자기 나타났다가 또 그렇게 갑자기 사라졌다. 새 봄을 맞을 준비를 하던 것을 잊고 그는, 미련이 남은 마음에 옛 애인을 기다리며 바보처럼 또 다시 긴 겨울에 접어들었다. 그녀의 마음이 단지, 그에게 봄이 오는 것을 질투하는 시샘달 꽃샘추위와 같은 것인줄은 까맣게 모르고.






헤어진 연인 사이 아니라도 가끔 이런 사람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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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티수터    친구신청

있습니다..있어요.
근데 이번 봄엔..반드시
[손바닥 소설] 비결 (1) 2014/03/15 PM 02:11
미간보다 약간 밑, 콧등 부분을 손으로 세워주면 콧대가 높아진다는 얘기가 있다며 그녀는 자주 그 부분을 만지곤 했다. 실로 그랬는지 긴 휴가 후에 그녀의 코는 확실히 높아져 있었다.
"그리다 보면 생긴대요. 기왕이면 예쁘게 생겼으면 좋겠어요."
다가올 5월 연휴를 기다리며 그녀는 이제 펜으로 쌍꺼풀 라인을 그린다. 그녀에겐 분명히 예뻐지는 비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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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티수터    친구신청

자성형미인
[손바닥 소설] 이어폰 (8) 2014/03/07 AM 12:59

오래된 물건엔 생명이 깃든다더니 고장나지도 없어지지도 않고 10년을 버틴 그의 이어폰에도 생명이 깃들었다. 새로 나온 음악도 가리지 않고 듣는 그에게 이어폰이 처음 배운 감정은 호기심.
눈을 뜨니 어두운 탐험지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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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오니    친구신청

챕터 1 - 쓰레기통

매스티    친구신청

헤어지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습관적으로 이어폰을 꽂았다. 이어폰은 마치 기분이라도 알았는 듯 이석훈의 고백을 틀어주었다. 화면에 번인이 생기는 것처럼 이어폰도 꼭 그런 걸까. 난 그저 고마워, 하고 이어폰에 되뇔 뿐이었다. 정류장에 카드를 댔을 때 그제야 난 휴대폰에 이어폰을 꼽고 있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들었던 노래는 무엇이었을까

Egyptian Blue    친구신청

크 좋네요

KRADLE    친구신청

이어폰이라고 해서 온 물건은 이어폰이 아니었다. 택배 상자를 뜯고 포장지를 걷어냈는데 이어폰이 아닌 무엇이 온 것이다. 너는 몸을 웅크리고 있었고 귀에 넣을 수 되어있어서 뭐랄까, 이어폰이라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는데 너는 너를 이어폰이라 말한다. 의심을 품으며 너를 꽂는다. 귀에서는 옹알이만큼 작은 심장소리 맥박이 뛰는 무엇이 들리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귀를 막고 있어 들리지 않았다고 애써 단언하고 만다.
이어폰의 귀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凸[○ω○]凸    친구신청

집에 돌아오니 가지런하게 정돈된 빨랫감과 차려져있는 밥상
" 엄마가 다녀가시기 라도 했나 "
문득 집에두고 나간 이어폰이 자신이 놓은 자리에 있지 않음을 떠올리는데

chryys    친구신청

모두가 물음을 던졌고, 모두들 해답을 내어 놓았다. 과학자들은 공간과 중력에 의한 우연한 사고일 뿐이라고, 몽상가들은 악의로 이루어진 요정의 장난이라고, 종교인들은 그들이 알지 못 하고 또 앞으로도 알 수 없을 신의 섭리라고. 그리고 모두의 대답은 모두를 실망시켰다. 답을 찾을수 없는 물음에 사람들은 지쳐가거나, 미쳐가기 시작했으며 알렉산드로스가 그리하였던 것 처럼 자신의 이어폰을 자르는 자들 조차 나타났다.
앞으로도 우리는 그 이유를 모르리라.
쓰다 만 지우개가 어디로 사라지는지를 모르는 것 처럼...

앗티수터    친구신청

본문도 좋은데 댓글들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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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에 좋아요 눌러드리고 싶네요 ㅋㅋ
[손바닥 소설] 보물 (0) 2014/03/05 PM 05:00

"여기서 세 걸음이지?"
그녀는 뒷마당의 감나무를 짚고서서 집 쪽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세 걸음. 20년전 그 자리에 묻어둔 그녀의 보물을 오늘 꺼내려는 참이다. 하나 둘 셋. 세 걸음을 걸어 도착한 자리를 파보지만 아무 것도 없다.
"여기가 아닌가?"
보폭이 문제인가 싶어 그녀는 다섯살 아이로 돌아가서 다시 세 걸음을 걸었다. 그 자리에도 아무것도 없다. 온 마당을 파헤쳐도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어디에도 없다.
살다보니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도 때로 배신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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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농담 - 밀란 쿤데라 (0) 2014/02/26 AM 10:01




우리를 외롭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친구이므로.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하게 내게서 달아나 버린 이 여인은 도피의 여신, 헛된 추적의 여신, 안개의 여신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내 머리를 두 손으로 잡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미친 듯이 등불을 흔들어대며 해안가를 어슬렁거리고 있다면 그는 미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밤에, 길 잃은 배가 거친 파도에 휩싸여 헤맬 때, 이 사람은 구원자가 되는 것이다.

즉 그녀를 이해하고, 그녀 쪽으로 향하고, 나에게 와닿는 쪽에서만 그녀라는 사람을 사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와 직접 관련이 없는 모든 부분에 대해서도, 그러니까 그녀 자체의 모습, 그녀 혼자만의 모습에 대해서도 그녀를 사랑하는 것. 그러나 나는 이를 알지 못했고 그래서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나 자신에 대한 분노의 파도가 나를 온통 집어삼켰었던 것이다. 그것은 당시의 내 나이에 대한 분노였고.......

나는 문득 내가 당에서 축출당했던 그 사건을 불가피하게 그녀에게 이야기하게 된다 하더라도 그녀에게는 그것이 아득히 멀고 너무도 문학적인 이야기로만 비추어질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의 물결, 그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모든 시대들 사이의 차이들마저 다 씻어가 버리는데, 하물며 보잘 것 없는 두 개인 사이의 차이는 얼마나 쉽게 씻어가겠는가.

인간은, 균형을 갈구하는 이 피조물은, 자신의 등에 지워진 고통의 무게를 증오의 무게를 통해서만 상쇄한다.

그렇다, 갑자기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가지 헛된 믿음에 빠져 있다. 기억(사람, 사물, 행위, 민족 등에 대한 기억)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과 (행위, 실수, 죄, 잘못 등을) 고쳐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그것이다. 이것은 둘 다 마찬가지로 잘못된 믿음이다. 진실은 오히려 정반대이다. 모든 것은 잊혀지고,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 (복수에 의해서 그리고 용서에 의해서) 고친다는 일은 망각이 담당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고치지 못하겠지만 모든 잘못이 잊혀 질 것이다.

이제야 비로소 나는 왜 왕이 얼굴을 가리고 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 것은 사람들이 그를 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가 아무것도 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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