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yptian Blue MYPI

Egyptian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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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눈길 (0) 2014/09/26 AM 11:53

첫사랑이 나오는 꿈을 꿨다.
때는 겨울, 소복이 쌓인 눈길을 걷다가 문득 보지않고도 그녀가 뒤에 걸어오고 있음을 알았다. 길가에는 까페가 줄지어 있었다. 그녀의 손을 잡고 까페로 들어가고 싶은 것이 내 본심이었으리라. 혼자라도 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까페로 들어가는 내 모습을 알아보면 그녀가 혹여나 불편해질까싶어 그저 앞만 보고 걸었다. 어느새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보지 않고도 그녀가 떠나갔음을 알았다.
아, 돌아보지 않기를 잘했다.
차가워진 몸을 데우려 비로소 까페에 들어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자 직원이 그녀의 이름이 적힌 쿠폰을 건낸다. 찍으실래요. 여러번 들렸는지 벌써 다섯번째 도장.

밖으로 나오니 걸어온 눈길은 녹아 질척해져 있다. 커피도 바닥의 녹은 눈도 넘실댄다.

요의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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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글쓰기] 매미소리 (4) 2014/09/21 AM 01:00
4호선에서 7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노원역의 환승통로는 아주 길다. 무료하여 한참을 공상이나 하는 길에 뒤에서 매미 소리가 들려왔다. 올해는 도무지 매미 우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다. 요새는 어제 일도 잘 기억하지 못하므로 줄기차게 들어왔는데도 기억하지 못하는건지도 모르고 아니면 세계를 뒤흔드는 이상 기온 탓에, 혹은 도시의 방역체계가 매미를 살 수 없도록 만들어버려서 실제로 한 마리도 울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반가운 마음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 소리는 마치 밈과 맴의 중간 소리인 것 같기도 하고, 음과 옴의 중간 소리 같기도 했다. 훈민정음이 처음 만들어지던 시기였다면 이 음가도 모두 표기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시간을 거스르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로 정확한 표기는 그만 두기로 한다. 다만 입보다는 코, 코보다는 이마 아래의 미간에 가까운 쪽에서 나오는 소리인 것만은 분명했다. 그 소리는 실제로 내 뒤에서 걸어오던 한 노신사의 미간에서 공명했다. 악어가죽 스타일의 빨간 구두, 빨간 바지, 빨간 조끼, 하늘색 셔츠에 뿔테 안경을 쓴 노신사는 홀로 긴 통로를 걸으며 매미 소리를 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맞닥뜨렸을 때 나는 의미를 찾는 쪽이다. 마지막 남은 도시의 로맨티스트로 그는, 이제는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는 자연의 소리를 재연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혹은 긴 통로 끝에서 끝으로 부딪혀오는 소리의 공명 속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존재를 다시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방법으로 스스로를 다시 확인하고 싶어하는 한 사람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씁쓸한 웃음이 배어나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부분의 사람은 존재를 잃고 있다. 살아 있으면서 잊혀진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어쩌면 모두, 때로는 소리를 지르는 방법으로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다.
아!!!
밈밈밈. 나도 소리를 지르고 싶다. 존재함으로. 존재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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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의 교실    친구신청

하지만 현실은
집 문앞에서 발랑 뒤집어져 브레이크 댄스를 출때 화들짝 놀라...워이쿠!!!ㅋㅋㅋ
자연의 소리 좋죠. 산 중턱에서 살고 지내니 여름에는 꼭 매미소리에 잠이 깹니다.ㅋㅋ

도쿠토    친구신청

안당해 보셧구나..

멀리서 들리는 매미 소리는 낭만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방충망에 매달린 매미가 내는 소리의 파워는 공습경보 저리 가라 할정도의 위력..

여름에 방창가에 감나무에 매미가 울면 무척 괴롭답니다...

특히 .. 아직 해가 뜨지도 안았는데 .. 매미가 착각해서 새벽부터 울땐..

앞에 감나무를 뿌리쩨 뽑아서 씹어먹어 버리고 싶어요 ...진짜로 ..... 매미들 다

죽여버리고 싶을정도 ....... 낭만과 현실은 달라요 ㅠㅠ

Egyptian Blue    친구신청

글의 요체는 매미소리에 있지 않습니다.

마왕의 교실    친구신청

압니다.웃으시라고 적은거에요 ㅋㅋ
[음악] Jeff Buckley - Lover, You Should've Come Over (1) 2014/09/18 AM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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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사당연의    친구신청

매일 듣는데도 질리지 않는 명곡
[취미는 글쓰기] 속초행 열차 (1) 2014/09/09 PM 06:40
카톡이 왔다.
야.
인터넷 기사를 재밌게 읽고 있던 중이라서 천천히 답하려고 했더니 어느새 같은 말로만 숫자가 이십하고도 육이다.
왜.
급한 일인가 싶어 서둘러 답하니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한다. 준비 다하고 어느새 속초로 가는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어제와 달리 오늘 서울에는 차가 없어 바퀴가 끊임없이 돈다. 속초행이라 하니 계속해서 '속초행 열차'라는 단어가 머리를 맴돌았다. 속초에는 기차역도 없는데. 그렇지 않나. 그래도 강원도는 기차로 가야지. 그런게 낭만이잖아 하던 생각이 달리는 차, 차창 밖에서 불어온 바람에 다 날아가 버렸다. 몇 년 전이었으면 이랬을까. 좀 피곤해도 기차를 타고 가까이 가보자고 친구를 졸랐을지도 모르지. 나도 어느새 낭만의 끄트머리에 서있다.
아. 속초행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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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오니    친구신청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던 날
[손바닥 소설] 밤의 길이 (0) 2014/09/09 AM 12:20
몸을 섞었으니 이젠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 도무지 마음을 열지 않는 그를 옆에 재워두고 말을 걸었다. 잠이 든 얼굴이 오늘도 무척이나 힘겨워 보였다.
"무엇이 그렇게 당신을 고통스럽게 해요?"
"........다시는 사랑할 수 없으리란 생각."
"그런 사람은 많았어요. 결국 모두가 새 사랑을 찾던걸요."
"그 생각도 나를 괴롭게 해. 내가 첫번째 사람이 될거라는 생각."
눈을 감은채로 답했으니 잠꼬대인지도 모른다. 더이상 묻지 않고 그냥 부비적 들어가 옆자리에 누웠다. 몰아쉰 숨이 닿자 그도 한숨처럼 말했다.
"밤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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