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노쇠한 남자.
고고학이라는 역사를 발굴해 내는 꿈을 쫓는 남자는 나이를 먹었다
작은 일에 화를 내고 그 어떤 것에도 기대하지 않게 되었고 황혼의 결혼 생활은 파탄이 났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과거를 탐구하고 파해치는 사람에게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미래(현재)의 일들은 그저 현상에 불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미래를 보고 있으며
고고학은 그저 따분하고 지루한 과거일 뿐이고
그런 분야의 전문가는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과거에 집착하는 다른 남자가 있다
망명을 통한 개인의 승리가 아닌 조국 전체의 승리를 바라는 남자에게
현재는 무의미했고 거쳐 갈 뿐이며 과거를 위해서 희생시켜야 할 장소에 불과했다
과거에 살면서 미래를 보던 남자가 있다.
예지하고 설계하여 정해진 현상을 일으키려 했고 그것은 결국 그의 뜻대로 벌어졌다.
과거에 사로잡혀 미래를 위해 매서운 일 조차 마다하지 않던 고고학자는
늙은 몸을 이끌고 다시 한번 과거를 쫓는다
굽었던 허리는 펴지고 눈은 초롱초롱 빛난다
그리고 자신이 인생을 바쳐서 확인하고 상상해 왔던 광경이
그 꿈이 현실이 되었을 때 남자는 꿈 속에 남으려 했다
깨고 싶지 않은 꿈이다
그래서 이번 인디아나 존스의 오프닝은 "꿈에서 깨는" 것으로 시작하고
에필로그 또한 "꿈에서 깨는" 것으로 영화를 닫는다
오프닝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의 퇴물인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없는 환경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다" 라는 것을 상기 시켜 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보리 색의 셔츠, 가죽 재킷, 중절모, 채찍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그 시대의 아이콘과 함께
노년의 얼굴속에서도 아이같이 쪼개는 해리슨 포드의 미소를 볼 때면
내 마음도 20대 이전의 시절로 돌아가는 거 같은 느낌이 든다.
다만 이 마지막 꿈의 시간은 정말 마지막으로 남을 것 같아서
그것 또한 씁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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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서운 건 "주변에서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 인 것 같다.
최근 일본에서는 실버 고용이 활발하다.
정년의 기준은 올라갔고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연령대도 올라갔다.
안 좋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놀란 건
"돌이켜 보아도 나이를 먹었지만 20년 전의 머리속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라는 것이다.
나만 그런 것일까? 부모님들도, 삼촌들도 그랬던 걸까?
지금에 와서 알 수는 없다.
다만 술잔을 기울이면서 이를 계기로 대화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부모님 세대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몇 안되는 영화 중 하나가 아닌가.
4편보다는 훨씬 좋았다.
다음주에는 톰 크루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