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개인적인 일을 끝마치고 학원 옆 편의점에서 요기나 하고 학원에 들어갈 심산이었는데,
피곤한 기색이 보이는 노인이 들어와 소주를 골라 계산대로 가져갔다.
그리고 계산 전 병을 유심히 살피더니 계산대의 사장님(아주머니)에게 말을 꺼냈다.
노인 "이거는 17도네...여기 16.8도 소주는 없나요?"
사장님 "네...냉장고에 없으면 없어요."
다시 병을 유심히 살피던 노인은 냉장고로 가더니,
자신이 가져왔던 병을 집어넣고 다른 병들을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장님의 말 대로 자신이 찾는 것은 없는지, 다시 소주병을 들고 계산대로 다가섰다.
노인 "나온지가 한달이 되었다는데 왜 없습니까?"
사장님 "여기 물건을 보내주는게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라서 그래요..."
노인은 뭐가 그리 마음에 안드는지,
다시 소주병을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조금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노인 : 아니, 그 소주가 나온지 한달이 되었다는데 왜 없습니까?
사장님 : ...........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었음에도 똑같은 질문을 다시 받은 사장님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자주 오던 가계라 알고 있었지만 사장님은 꽤나 성격이 좋은 분이셨다.
김알케도 가끔 음료나 과자등을 먼저 사고,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대펴서 가져가도 되냐고 물어보면
밝게 웃으면서 그런건 따로 물어볼 필요 없다고 대답해주시는 그런 분이었다.
그런 사장님도 손님이 저렇게 나오니 곱게 봐줄 수는 없는지, 약간 화가 난 기색이 보였다.
사장님 "아니, 말씀 드렸잖아요. 여기 물건은 제가 주문하는게 아니라 본사에서 보내는..."
노인 "손님이 새로운 걸 원할 수도 있으니 새로 나온건 미리 주문해야 되는거 아닌가?"
사장님 : ..............
노인 "왜 그리 바뀌려 들지 않아~ 재빨리 바뀌어야지 장사도 하고 그러지!"
...노인의 입에서 뭔가 명언 같은게 나왔다.
그런데 남의 대답을 끊어가면서 까지 한 말이지만, 듣고 있자니 참 기가 차는 말이었다.
사장님이 말 대로 프렌차이즈인 편의점은 각종 제휴 이벤트나 자사 제품 홍보를 위해
점주가 신제품 나왔다고 막 주문넣어서 받고 하는 개인 운영의 슈퍼 같은 곳이 아닌걸로 아는데,
그 이야기를 반복해서 설명 해주어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일단 언성을 높이는 사람이
편의점 사장님에게 "바뀌려 들지 않는다"며 설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설마, 말로만 듣던 그 갑질이란 것일까.
노인 "손님이 이런 저런거 요구할 수도 있고, 한달 전에 나온걸 찾을 수도 있잖아"
"발빠르게 손님에게 대응해야 장사를 잘 하는거지 왜 그게 아직 없어"
"빨리빨리 바뀔 줄 알아야지~"
또 똑같은 말이 반복되자, 사장님의 표정이 다시 한번 변했다.
약간 놀란 표정에서 뭐 저런게 다 있나 싶은, 경멸하는 표정으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리고 노인에게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노인은 위의 대사를 정확이 3번 더 반복했지만
사장님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재미(??)가 없는지, 뭔가 중얼중얼 거리며 결국 손에 들고 있던 소주를 계산했다.
그렇게 등을 돌리고 출구로 다가서던 노인은 뭔가 생각 났는지, 다시 계산대로 돌아갔다.
노인 "담배 저거 줘봐요"
사장님 "몇 밀리요?"
노인 "일미리...아니 영점 일미리...아니 일미리"
사장님 "....."
그렇게 노인은 몇번 담배를 이것 저것 바꾸더니, 결국 담배도 사서 떠나갔다.
노인이 나가자 사장님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사장님이 분명 설명을 해주었음에도
프렌차이즈 편의점에 와서 자기가 원하는 물건이 없다고 "바뀌어야 된다" 라고 설교라니,
롯데리아 가서 왜 버거킹 와퍼 안파냐고 혁신이 필요하다는 꼴이 아닌가.
거기다 마지막의 졸렬한 담배 괴롭히기 까지...
그 모습을 보니 이 나라 서비스업이란 얼마나 헬 오브 지옥인지 알 거 같았다.
그리고 김알케는 절대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