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예스가 결국 경질되었습니다
맨유팬으로써는 참 안타까운 상황이고
모예스를 기대했던 입장에서는 더더욱 안타까운 상황입니다만...
일단 모예스 맨유의 실패 이유를 좀 살펴보자면
첫번 째
모예스의 경험 부족과 조급증을 들 수 있겠네요
맨유 만큼 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팀을 맡아본 적이 없는 모예스가
선수들 훈련 스케줄을 완전히 말아먹은 이야기는
이제와서는 뭐 비밀도 아닌 이야기가 되어버렸죠
커뮤니티 실드서부터 시즌을 시작하는 맨유 같은 강팀은
실상 에버튼과는 아예 다른 생물에 가깝습니다
뛰어야 하는 경기의 수에 따라
전술과 훈련을 비롯한 팀 전체가 다르게 움직여야 하죠
하지만 모예스는 에버튼에 있을 때 본인 스타일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거기다 '퍼거슨 지우기'를 위한 모예스의 조급증이 더더욱 모예스의 목을 죄었죠
퍼거슨을 지우고 싶은건 당연합니다
맷 버스비 이후 맨유 사상 최고, 아니 역대 맨유를 통틀어도 최고로 칭송 받을 감독의 후임
그러니 한시라도 빠르게 자신이 인정받고 전임감독의 그림자를 지우고 싶었겠죠
하지만 빅 팀 감독의 경험이 없는 모예스가
퍼거슨이 물려줬던 코치진 전부를 잘라낸 것은
스스로 자신의 목을 친 것과 다를 것 없다고 봅니다
사실 위에서 언급했던 모예스의 경험 부족을 해결해 줄 수 있었던 것이
퍼거슨 밑에 있던 코치진이었고
퍼거슨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퇴임하면서도 코치들을 고스란히 물려주고
자신의 코치들과 함께할 것을 조언했었죠
하지만 조급증에 걸려있던 모예스는 퍼거슨의 유산을 싸르기 잘라내고
자신의 사람들로 맨유를 채웠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맨유이죠
절대로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을 만한 짓이었습니다
맨유의 코치진이라고 하면
역대 배출했던 사람들이나 퍼거슨이 모예스에게 물려줬던 사람들이나
전세계 어느 팀이건 탐을 낼 정도로 괴물들이고
맨유의 시스템과 스피릿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죠
몇몇은 어느 팀에 가서 감독을 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들이
단순히 퍼거슨이란 사람 덕분에 코치에 머무르고 있던 사람들도 있었으니까요
그런 사람들을 전임자의 후광이 무서워서 잘라내고 시작한 모예스가
맨유를 좋은 길로 이끌어 가려면
지금의 몇 배의 능력은 가지고 있었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번 째 이유는
퍼거슨의 유산 중 스쿼드에 관한 것인데
맨유의 스쿼드는 결코 좋은 스쿼드가 아니죠
EPL 내에서만 봐도 맨유 급 스쿼드는 챔스급은 될 망정
우승을 다투기에는 위에 있는 팀들이 너무 강력해 보이는 스쿼드라는게 문제입니다
당장에 맨시티, 첼시, 리버풀 같은 팀과 맨유를 비교해보면
맨유의 스쿼드가 얼마나 얇은지 알 수 있죠
그런 스쿼드를 가지고 맨시티를 시즌 최종전까지 물고 늘어진다거나
우승 한다거나 했던 것은
순전히 퍼거슨의 공이지 스쿼드의 힘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그것이 여실히 반영되고 있는 것이 이번 시즌이죠
누구 하나 부상으로 쓰러지면 들어나는 구멍이 엄청나다는 겁니다
3~4년 전 쯤에 물려받았다면 모를까
이제와서는 수비진의 노쇠화와 미드진의 얄팍함을
단기간에 해결 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게 되었으니까요
(3년 전쯤 물려받았다면 선수 한두명 수혈하는 걸로도 시즌을 끌어갈 수 있겠지만)
첫번 째 이유에서도 언급했지만
에버튼 식 훈련을 들고와서 피로가 쌓일대로 쌓였던 선수들이 부상으로 쓰러진 이후
맨유는 정말 볼품없는 팀이 되어버렸습니다
전 선수가 일어나 있어도 우승다툼이 힘들 스쿼드가
주력 선수들이 픽픽 쓰러져 나간 상황에서 시즌을 치룬 판국이니까요
하다 못해 시즌 중간에 영입된 후안 마타가 풀로 뛸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모를까
컵대회 출전룰 덕분에 챔스에도, 컵대회에도 못나가는 반쪽 선수인 상황에서
맨유가 상위권으로 시즌을 감당해 내기에는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었죠
세번 째는
모예스 자신의 전술적 역량 부족입니다
이건 뭐 모예스가 칭송 받던 시절 서 부터 나오던 얘기이니 짧게 하겠습니다
모예스는 지지않는 전술과 중위권 팀이 취해야할 포지션은 알고 있지만
상대방을 압도하는 전술을 쓰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었습니다
이건 칭송받던 에버튼 시절에도 마찬가지였고
맨유에 와서는 더더욱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항목이었죠
모예스는 다각도로 변하는 전술을 사용하는 감독이 아닙니다
자신의 전술을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죠
그런 그가 맨유와서 측면 뻥축구만 한다고 욕을 먹었지만
사실 모예스는 언제나 측면 뻥축구를 하던 감독이었습니다
그것이 그의 전술이었고
그에 맞는 선수들을 사와서 계속해서 운영했을 뿐
모예스 본인은 변한 것이 없죠
다만 팀이 변했을 뿐입니다
그 전술을 가지고 강팀과 비기기만 해도 칭송을 받던 에버튼에서
어느 팀을 만나건 이겨야 하는 맨유로
팀 케이힐에서 펠라이니로 이어지는 라인이 그것을 잘 말해주죠
스트라이커가 전부 쓰러졌던 때의 에버튼이
케이힐을 스트라이커로 쓰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빠를 듯 합니다
그런 그가 맨유에 와서 갑자기 테크니컬한 공미들을 잘 다룰리가 없죠
그러니 마타의 롤이 어중간해지고
루니의 교통정리도 엉망인데다
카가와 같은 어중간한 선수는 더더욱 뭍혀버리는 결과가 되어버렸습니다
이건 변명의 여지도 없이 모예스의 역량 부족이죠
테크니컬한 공미를 잘 써먹지 못한다
현재 대세인 전술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건 명백한 맨유의 약점이 되었고
그 결과 맨유는 에버튼만도 못한 축구를 하다가 이번 시즌을 망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모예스는 경질 되었습니다
사실 이미 챔스를 말아먹던 시점에서 대부분의 맨유 팬들은 마음 한구석에 떠올리고 있었겠죠
맨유가 감독을 막 갈아치우는 팀은 아닐지라도
보드진이 견뎌낼 수 있는 한계란게 있을 터인데
팬들의 여론도 안좋아지는 시기에
유일한 생명줄이었던 챔스를 놓친 상황
모예스를 더 끌고갈 명분도 이유도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이는 현대 축구 팀들과 감독들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인거죠
좋은 감독들은 많습니다만
감독 또한 인간이며 어딘가에는 단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토튼햄 얘기를 좀 해볼까요
보광래 보광래 하면서 까이는 AVB는 '좋은 감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감독'이긴 했죠
관철시키기 힘들었으나 그의 전술적 감각은 탁월했고
아마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면 그는 토튼햄을 영광의 길로 이끌 수 도 있었을 겁니다
12 시즌 토튼햄 vs 맨시티 전에서 토튼햄이 보여줬던 전술은
아마 현대 축구가 보여 줄 수 있는 전술 온 퍼레이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AVB가 어디까지 맨시티를 조여맬 수 있는지 보여준 경기였죠
(비록 3-2인가로 지긴 했습니다만)
하지만 AVB는 거기가 끝이었습니다
선수단 장악에 실패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첼시에서의 실패는 반 이상 선수들 쪽에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만)
용병술에서도 약점을 보이며
전술 능력의 반만큼도 다른 쪽에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 약점 덕분에 EPL에서의 모든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장점과 약점이 확연한 감독이었죠
토튼햄은 그 이후 셔우드 감독대행 체제가 되면서 안정화 되는 것 같이 보이긴 했습니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눈속임에 지나지 않죠
셔우드가 한 것은 팀을 퇴행시킨 것 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한 일은 단순하죠
복잡하고 어려웠던 AVB 식 전술을 버리고
20세기 후반 유행했던 EPL 식 4-4-2를 다시 도입해 온 것입니다
장지현 해설의원의 말을 빌리자면 그 전술은 '쉬운 전술'입니다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전술이기 때문에 감독의 전술 역량 보다는 스쿼드의 역량이 필요하고
선수들에게 이해시키기도 쉬운 전술이죠
AVB 식 전술에 불만이 많았던 선수들을 달래기 위해
편법을 쓴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현대 축구의 주력 전술들을 상대하기 위한 작전을 도입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토튼햄에게 있어 그것은 에릭센을 윙으로 세우는 것이었습니다만)
어쨋든 이미 4-2-3-1 에 박살나서 멸종되다 싶이 했던 전술이었죠
(심지어 그 4-2-3-1 도 요즘은 4-3-3 에 박살 나셔서 변형되는 판국)
한마디로 셔우드는 선수단 장악을 위해 전술을 버린 셈 입니다
스쿼드가 좋으니 어떻게 해서든 시즌 끝날 때 까지는 버틴다라는 마인드 였는지는 모르지만
그런게 통할 정도로 EPL이 만만한 리그일리가 없죠
셔우드는 이처럼 선수단 장악에는 성공했지만 (정확하게는 달래기)
전술적으로 뛰어난 감독이 되진 못했고
덕분에 토튼햄은 AVB가 있을 때 보다 오히려 못난 팀이 되어버렸습니다
(평균득점은 살짝 높아졌지만 수비가 ㅄ이 되면서 클린시트는 없어지고 실점률이 높아짐)
그렇게 욕을 처먹는 AVB보다 셔우드가 승률도 낮다는 것이
어찌보면 웃지 못할 농담 정도 되겠습니다만
단점이 없는 감독은 없습니다
어떤 감독이던 단점은 가지고 있죠
그 대단하시던 퍼거슨 경도 약점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의 맨유는
맨유와 맞지 않는 감독을 데려와 서로 상처를 준 꼴이 되어버린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바르샤가 괜히 자신들의 스피릿에 맞는 감독을 맞아들이려 하는게 아니죠
팀의 기조를 이해하고 더 나은 것을 설계 할 수 있는 감독을 데려오느냐 아니냐는
강팀에게 있어서는 꽤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근래의 레알, 그러니까 지단, 호나우두, 베컴시절 부터 현재의 레알까지
겔럭티카 소리 들으면서도 레알이 세계 최강이 되지 못하는 것은
레알만의 기조를 만들어지 못한 것 때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죠
맨유가 새로 맞아들일 감독은
향후 맨유의 미래를 설계할 줄 아는 감독이 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설사 그것이 퍼거슨이 이끌던 시절 맨유와는 다른 그것이라 할 지라도 말입니다
전임자가 퍼거슨이면 누가 와도 욕은 먹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니
전임자를 지울려고 노력하는 사람보다는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면 더더욱 좋겠군요
다른 팀으로 가버린 퍼거슨의 코치들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만
혹시 또 아나요
퍼거슨이 다시 불러 모아줄지
판 할이나 클롭이 이름을 올리고 있던데
더더욱 힘들어진 후임자리를 위해
퍼거슨이 발 벗고 나서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