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지난 회에서는 주로 한병태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회에서는 엄석대라는 인물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병태가 관심병자에 비열하고 계산적인 인물이라면, 엄석대는 한 마디로 '초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카리스마 있고, 침착하고, 성실하고, 책임감과 포용력이 있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다름아닌 병태의 관찰을 통해 하나씩 드러나게 됩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14페이지의 '석대가 먼저 그렇게 물어 주어서'라는 한병태의 표현입니다.
엄석대는 우쭐대고 싶어하는 한병태의 욕망을 한 눈에 간파합니다.
그래서 아이들 앞에서 마음껏 자기 자랑을 할 수 있도록 무대를 제공해 줍니다.
이렇게 엄석대는 자기 왕국의 새로운 시민이 된 한병태를 포용하려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래서 자기와 가까운 자리도 배정해 줍니다.
하지만 이런 엄석대의 행동에서 한병태는 모멸감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초라한 시골 학교의 급장인 엄석대가 서울의 명문 초등학교에서 온 엘리트인 자신을 지배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눈 여겨 봐야 할 표현은 '그때껏 내가 길들어 온 원리 - 합리와 자유'라는 부분입니다.
이 표현처럼 한병태는 민주주의를 '이해한' 것이 아니라 '길들여진' 존재입니다.
그리고 이후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엄석대가 '독재'에 어울리는 인간으로 다시 한병태를 길들이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독재에 길들여진 한병태는 엄석대의 지배를 받으며 행복해합니다.
한병태와 그의 아버지의 대화에서 아버지는 엄석대의 엄청난 잠재력도 꿰뚫어 보고 감탄합니다. 나중에는 어머니 역시 비슷한 평가를 내리지요.
또한 한병태의 질문에 아버지는 엄석대를 물리치고 급장이 되어 보라고 답합니다.
이건 아버지가 그의 질문을 잘못 이해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정확하게 이해했기 때문에 나온 대답입니다. 왜 그런 지는 마지막 회에서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참고로 이 소설의 중요한 인물들은 모두 권력에 목말라 있는데, 한병태의 아버지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설정에 따르면 서울의 고위공무원이었던 그는 장관의 초도순시에도 달려나가지 않고 꿋꿋하게 자기 일을 계속하다가 장관에게 잘 보이려는 직속 상관에게 찍혀서 시골로 전근을 오게 된 인물입니다.
즉, 그는 '합리와 자유'에 어울리게 행동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시골로 쫓겨 온 지금은 서울에서의 권력을 되찾고 싶어합니다.
아무튼 작가는 이렇게 6월항쟁의 시작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자면 6월항쟁은 군사독재에 지친 국민들이 민주화를 열망해서 일으킨 것이 아니라 전두환의 권력을 탐내는 비겁한 지식인들이 아무 것도 모르는 국민들을 선동해서 일어난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