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에서는 화자인 이유대가 자신의 입장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는 담임과 최기표 사이의 갈등에서 마치 자신이 최기표인 양 생각하고 판단합니다. 기표라면 ...할 것이다, 기표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네 번째 페이지를 보면, 가정방문 때 어른들의 위선을 혐오하던 이유대가, 여기서는 자신 역시 마음에도 없는 소리로 위선을 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 페이지에서는 이유대가 자신이 더 이상 담임의 첩자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이는 자신은 최기표의 첩자라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이어서 이유대는 임형우도 최기표로부터 테러를 당하기를 내심 바랬을 것이라는 이상한 말을 합니다. 임형우는 여러 면에서 그와 닮았습니다. 따라서 이유대는 임형우 역시 자신처럼 폭력이라는 과정을 통해 최기표의 완벽하고 조직적인 지배 아래 들어가게 되기를 학수고대해 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이유대는 최기표가 임형우를 죽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건 합리적인 추론이라기보다는 이유대의 막연한 기대에 가깝습니다.
(최기표의 지배가 완벽하고 조직적이라는 것 자체가 이유대의 착각에 불과합니다.) 그는 자신이 숭배하는 최기표를 자신의 이상에 끼워맞춘 다음, 마치 그것이 사실인 양 믿고 있을 뿐입니다.
오히려 병원에 도착한 이유대는 임형우가 겉보기에 너무 멀쩡해 보여서 실망을 합니다. 이는 혹시라도 최기표가 약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하지만 허벅지의 담배빵 자국을 발견하고는 안심합니다. 그리고 이제 임형우도 자신처럼 최기표를 숭배하게 될 것이라고 착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