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에 [브이 포 벤데타]가 있다면 소설에서는 [당신들의 천국]이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 작품을 독재의 탄생과 몰락에 대해 심도 깊게 다룬 작품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첫 장면에서 작가는 주인공인 조백헌 원장이 이전의 원장들과는 사뭇 다른 성격의 인물임을 강조합니다.
이전의 원장들이 관료적이었다면, 조 원장은 실무적이고 실천적인 인물입니다. 자연스럽게 소록도에 변화가 일어날 거란 기대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기존의 해석에서는 조 원장을 '사랑으로 섬을 다스린 최초의 원장', 즉 '선한 인물'로 평가합니다. 하지만 저는 '처음에는 달랐지만 마지막에는 똑같은 독재자가 되어 결국 지배자는 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원장', 즉 '악한 인물'로 평가합니다.
따라서 첫 장면 역시 '견제가 없는 시스템 속에느 모든 지배자는 결국에는 독재자로 변한다.'라는 이 소설의 주제를 더욱 강조하기 위한 설정으로 봅니다.
여기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처럼 하나의 질문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후반부에서 갑작스럽게
조백헌 원장을 선한 인물로 포장해야 했는가?'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 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제가 보는 이 소설의 갈등 구조는 이렇습니다.
1부 : 조백헌 원장 VS 주정수 원장
2부 : 조백헌 원장 VS 조백헌 원장을 제외한 모든 인물 + 자연
3부 : 조백헌 원장 VS 새로운 원장
이건 이렇게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1부 : 조백헌 원장 VS 과거
2부 : 조백헌 원장 VS 현재
3부 : 조백헌 원장 VS 미래
또 하나, 우리는 조백헌 원장의 직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의무장교입니다. 즉, 군인 + 의사이지요.
이 두 직업은 서로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백헌 원장은 무엇으로서 이 섬에 부임한 것일까요?
그 답은 8페이지에 나옵니다.
조백헌 원장은 철저하게 군인으로만 행동하기 때문에 그의 부하직원들
역시 그의 앞에서 부동자세를 취하며 군인처럼 행동하게 됩니다.
운전석 옆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그가 뼛속까지 군인임을 보여주는 설정입니다. 승용차와 군용차는 상석이 다르지요.
소록도의 지배자로 부임한 조 원장은 군인답게 전쟁을 통해 환자들을 구원하려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 전쟁의 대상은 누가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