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2부에서 화자는 몇 장면에서 조 원장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내는데, 231 페이지가 그렇습니다.
'조 원장은 마침내 도망이라도 치듯이
원생들을 버리고 혼자 지휘 막사로 올라가 버렸다.'
사흘 동안 비를 맞으면서도 원생들은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조 원장만은 홀로 도망칠 수 있는 걸까요?
원생들과는 달리 그는 아무 것도 바친 게 없기 때문입니다.
원생들은 그런 조 원장의 뒷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조 원장은 태풍으로 방파제가 무너진 것을 '자연의 배반'이라고 부릅니다.
매년 불어 오던 태풍이 불어 왔을 뿐인데, 그것이 자신에 대한 배반이라... 그렇다면 조 원장은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아무튼 간척공사가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앞에서 조 원장은 더 이상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덕적도 삼형제를 찾아 가 만납니다.
그들 역시 8년째 조 원장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지금처럼 계속 공사를 진행한다면 원생들도 앞으로 최소한 7년은 더 고생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조 원장이 정말 원생들을 사랑한다면 공사를 중단하거나 설계를 다시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어떻게 하면 5천 원생들을 덕적도 3형제처럼 만들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239 페이지에 있는 '끝끝내 방해를 하겠다면 우리가 네 목을 자르도록 해주겠다.'란 대사는 실제 육지인들이 한 것이 아닙니다. 조 원장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는 마치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원생들에게 전달해서 다시 한 번 육지인들에 대한 증오심에 불을 지르고, 그 에너지로 공사를 다시 시작합니다.
궤벨스가 이런 말을 했었지요.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이렇게 조 원장은 본격적으로 원생들을 배반하기 시작합니다.
덕적도 삼형제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들이 자신의 인생을 바쳐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 원장은 원생들을 내세워 자신의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