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간척공사의 책임자로서 조 원장의 역할은 '정치'입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역할을 전혀 하지 않던 동안에도, 육지인들은 충실히 대비해 왔습니다. 그 결과로 그는 사면초가에 빠집니다.
도청에서는 간척공사의 문제점들을 타당하게 판단하여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조 원장은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그저 감정적으로만 반응합니다.
284페이지에서는 마침내 조 원장이 감추어 왔던 비밀이 폭로됩니다.
공사가 완료되면 토지 분배권은 도청이 가져가도록 처음부터 도지사와 조 원장 사이에 합의가 되어 있었습니다.
왜 조 원장은 이 사실을 원생들에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도지사가 관리권을 넘겨 받아 전문가와 장비를 투입하려 하자 조 원장은 격렬히 반대합니다.
"작업 기간이 1, 2년쯤 더 먹히는 한이 있더라도
이 일은 기어코 제가 끝내고야 말겠습니다."
어차피 토지 분배권이 도청에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전문가와 장비를 투입해서 제대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원생들에게도 좋은 일일 겁니다.
하지만 조 원장은 결코 그럴 수 없다며 반대합니다.
원생들이 1, 2년쯤 더 죽을 고생을 해도 상관없다면서 말이죠.
이처럼 간척공사가 위기에 처하자 그는 동상에 대한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이쯤에서 도입부의 설정을 한 번 다시 살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조 원장은 지금까지의 원장들과는 성격이 다른 원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국에는 독재자가 되어 주정수 원장의 실패를 고스란히 반복합니다.
그래서 저는 도입부의 설정이 '견제가 없는 시스템에서는 어떤 지배자도
결국에는 독재자가 되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조 원장이 생각해 낸 방법이라곤 다시 한 번 원생들의 증오심을 자극하는 것뿐입니다. 이렇게 해서 원생들은 기술 조사단을 테러하게 됩니다.
그리고 조 원장은 그런 원생들의 모습을 '지극히 만족스럽게' 바라봅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몬스터]의 대사가 생각납니다.
"날 봐! 날 봐! 내 안의 몬스터가 이만큼 커졌어!"
조 원장은 도청의 개입을 '원생들로부터 오마도를 빼앗는' 행위라고 말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원생들로부터 오마도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조 원장으로부터 동상을 빼앗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