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조 원장은 2부에 들어와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건강인들에 대한 원생들의 증오심을 부추겨 왔었습니다. 그런데 이상욱의 탈출을 계기로 원생들은 조 원장도 건강인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고, 이제 그들의 증오심은 고스란히 조 원장을 향하게 됩니다.
제가 초반에 설명했던 바와 같이, 작가는 윤해원을 향한 서미연의 희생을 통해 진정으로 원생들을 치유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서미연은 다시 7년을 더 기다린 후에,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비로소 윤해원과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데, 아마도 이것이 3부의 편지에서 이상욱이 언급하는 '공동운명'의 진정한 모습일 것입니다.
하지만 조 원장은 그런 서미연을 눈앞에서 지켜 보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전혀 깨닫지 못 합니다. 오히려 그는 원생들이 이제 평가반 사람들을 테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섭섭함을 느낍니다.
307 페이지에서는 조 원장과 평가반의 의견 충돌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평가반은 40%에 대한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한 반면, 조 원장은 83%에 대한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한 채 이번에도 그저 '어이없는 횡포', '무참스런 배신'이라며 분노합니다.
여기서 조 원장은 자신이 평가반과 충돌하는 이유를 오로지 원생들이
정당한 평가와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토지 분배권은 처음부터 도지사에게 넘겼습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83%라고 우긴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요?
저 83%는 원생들이 아니라 조 원장에게 의미가 있는 수치입니다.
83%라면 사실상 자신이 완성한 것이 되므로, 어떤 식으로든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길 수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40%라면 나머지 60%를 완성한 사람의 이름이 남게 되겠지요.
즉, 조 원장은 원생들을 핑계로 자신이 공사를 완성했다는 명분을 챙기고 싶은 것입니다.
여기서 주의깊게 봐야할 점은 화자의 태도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조 원장의 생각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면서 그를 옹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전체 맥락을 본다면, 오히려 조 원장의 위선을 여과 없이 드러내서 그를 비판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309 페이지에서 조 원장은 스스로 '섬사람들에게 바친 몇 년 동안의 아까운 세월'이라고 말합니다.
여전히 자신이 원생들을 위해 큰 희생을 해 온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이런 인식은 3부에서도 전혀 바뀌지 않습니다. 그리고 310 페이지에서는 드디어 자신의 동상과 마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