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이번 회부터 조 원장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평가가 갑작스럽게 우호적으로 바뀝니다. 더불어 내용도 관념적이고, 모호하고, 어려워집니다.
조 원장은 간척공사를 '거룩한 신의 섭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자신은 '신의 섭리를 대리한 인간' 정도 되겠지요.
이렇게 그는 간척공사를 완성시키고 역사에 남으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계획이 실패로 끝나자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냅니다.
"이 땅의 주인이야 누가 되든,
저 돌기둥 위엔 그 말이 새겨졌어야 하는 것을."
이 한 문장이 2부의 조 원장을 설명해 줍니다.
그런데 311 페이지에서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끝내는 저들이 이 땅의 주인이 될 수도 없었던 것을!"
위의 두 대사는 서로 모순됩니다.
그리고 토지분배권은 처음부터 도지사에게 넘겨주고 간척공사를 시작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마치 원생들을 땅의 주인으로 만들고자 공사를 시작한 것처럼 말합니다.
313 페이지에서 황 장로는 이상한 태도를 보입니다.
그는 2부에서 지금까지 조 원장이 보여줬던 거짓과 위선은 깡그리 무시한 채, 그가 오로지 사랑과 희생으로 원생들을 이끌어 왔다고 평가합니다.
그리고 조 원장도 황 장로의 평가를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고는, 오히려 그처럼 희생만 해 온 자신이 왜 이렇게 초라하게 떠나야 하는 지 알 수가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합니다.
이 소설은 넓게 본다면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보편적인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좁게 본다면, 소설이 연재되던 당시의 대통령이었던 박정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만약 여기서 황 장로의 평가가 옳다면, 박정희 대통령이 오로지 국민들에 대한 사랑과 희생으로 유신을 추진했는데, 미숙한 국민들이 그를 못 믿어서 실패했다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제가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갑작스럽게 조 원장에 대한 평가가 바뀐 원인이 조창원 원장의
구속에 있다고 추정하였습니다.
작가의 원래 의도는 조백헌 원장을 통해 독재권력을 비판하는 것이었는데,
중간에 조창원 원장이 구속되면서 조백헌을 비판하면서 조창원을 구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그 결과 '간척공사의 실패는 비판하더라도 개인적인 선의와 희생은 인정하자'라는 쪽으로 갑작스럽게 방향을 바꾸면서 혼란이 생긴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추정하는 근거는 3부에 가서 계속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