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이상욱의 편지는 조만간 다시 언급되니까 그 때 자세히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겉으로는 유쾌해 보이는 조 원장 안에 감춰진 '광기'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이 '오마도 간척공사를 다시 시작하려는 욕망'이라고 생각합니다.
3부에서 소록도의 상황을 보면, 새 원장은 '조백헌'의 방법이 아니라 '서미연'의 방법을 선택한 듯 합니다.
원생들의 양해를 구하고, 끈질기게 기다리고, 그들이 동의한 부분만큼만 개혁합니다. 즉, 소록도는 마침내 과거의 1인독재 체제를 벗어나 민주주의로 첫걸음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조 원장은 그게 불만입니다.
336 페이지에 나오듯이 조 원장이 바라는 것은 원생들의 '치유'가 아니라
자신의 업적에 대한 세상의 '공인'입니다. 이것을 조금만 바꿔 말하면 '동상'이 될 겁니다.
그러려면 어떻게든 섬을 과거로 되돌려서 간척공사를 완성시켜야 합니다.
이제 와서 간척공사를 마무리 한다고 해서 원생들이 갑자기 치유되고 섬이 낙원으로 바뀌는 것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조 원장 개인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그가 이정태를 보고 반가워하는 이유는
1. 그가 '이정태'이기 때문일까요?
2. 아니면 '기자'이기 때문일까요?
이렇게 민주주의를 향해 첫걸음을 시작한 소록도에서 조 원장은 독재시대로 회귀할 기회를 노리는, '위험요소'가 됩니다.
340 페이지에서 조 원장은 '불지짐'에 대해 '나무와 말을 한 흔적'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그는 간척공사에 대해서도 '원생들과 대화를 한 흔적'이라고 주장할 겁니다. 그는 '내 몸을 지지는 아픔을 느끼면서' 처절하게 대화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 원장이 나무뿌리를 지질지언정, 나무뿌리는 조 원장을 지질 수 없습니다.
이 일방적인 관계 속에서, 그는 자신도 상상 속의 아픔을 느꼈다면서 지금도 억울해 합니다.
"왜 내가 원생들을 구원했다고 인정하고 동상을 세워주지 않느냐?"
아마 이것이 조 원장이 세상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일 겁니다.
이렇게 나무뿌리는 조 원장과 원생들 사이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설정은, 이 작품 속에서 실패한 독재자인 '조백헌'의 이름은 수 천 번도 넘게 언급되지만, 민주주의를 시작한 새 원장의 이름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올바른 지도자가 치뤄야 할 댓가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