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밤이 되자 이정태는 윤해원과 서미연을 인터뷰하려고 몰래 숙소를 나섭니다.
그런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앞에 조 원장이 나타납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조 원장이 이정태를 줄곧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즉, 자신이 세워둔 모종의 계획 속에서 윤해원도, 서미연도, 이정태도 각자 맡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꼼꼼히 통제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논란이 되는 이상욱의 편지가 등장했습니다.
이상욱의 편지는 두 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간순으로 배치해 보면,
첫 번째 편지(7년 전, 비판) -> 두 번째 편지(2년 전, 감사)
그런데 왠 일인지 작가는 두 편지를 시간의 역순으로 소개합니다.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감사'보다 '비판'에 더욱 무게가 쏠립니다.
게다가 두 개의 편지를 다 읽은 조 원장과 이정태는 첫 번째 편지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눕니다. 마치 두 번째 편지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말이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시간 순(비판 -> 감사)으로 소개하는 것이 당연할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마지막 장면에서 폐인의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 문틈으로 조 원장을 훔쳐보고 있는 이상욱의 행동이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던 중에 '이동진의 빨간책방-당신들의 천국편'을
들어보니 소설이 연재될 당시에는 이상욱의 첫 번째 편지, 즉 비판의 편지만 등장하고, 두 번째 편지는 나중에 단행본으로 엮으면서 추가된 설정이라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됩니다.
이상욱의 두 번째 편지를 빼고 작품을 읽어 보면 그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조 원장을 비판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상욱은 그의 편지에서 '공동운명'이란 단어를 언급합니다.
아마도 이상욱은 서미연이 윤해원을 치료하는 방법(사랑과 희생)을 염두에 두고 이 단어를 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조 원장의 욕망과 맞물려 엉뚱한 결과를 낳습니다.
조 원장은 다시 섬으로 돌아가고 싶어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해답을 찾지 못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욱의 편지를 읽고는 '공동운명'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자신은 언젠가 떠날 사람이었기 때문에 원생들의 신뢰를 잃어서 실패했다. 그렇다면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면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조 원장은 이상욱의 충고조차 자신의 욕망에 끼워맞춰 해석하고는 간척공사를 완성하고자 다시 섬으로 돌아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