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국제학교의 Korean A 과정은 Lit과 L&L 과정으로 나뉩니다. Lit 과정은 책으로 출판된 문학 장르들만 가르치는 반면, L&L 과정은 문학 장르들만이 아니라 영화와 만화, 드라마, 공익광고까지 가르쳐야 합니다. 그래서 종종 영화와 만화도 수업에 포함시킵니다.
오늘은 <위대한 쇼맨>의 한 장면을 통해 카메라와 음악과 미장센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OST 중에서 'The other side'란 곡이 흐르는 장면입니다. 먼저 유튜브에서 영상을 확인하시죠.
여기서 바넘과 필립이라는 두 주인공이 계단을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동 방향의 앞쪽에 바넘이, 뒤쪽에 필립이 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옷차림과 동작이 비슷합니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일을 하고 있으며, 결국 필립이 바넘의 후계자가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필립이 앤을 처음 만나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음악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관객들은 시각에 더욱 집중하게 됩니다. 이제 필립이 앞쪽에 서고 바넘이 아웃포커싱으로 빠집니다. 포커스, 조명, 위치 등을 통해 필립의 정보량이 높아지며 관객들은 그에게 집중하게 됩니다. (참고로 이 시점은 조금씩 필립에게 다가가며 나중에 앤의 시점과 합쳐집니다.)
필립의 시점에서 멀리 있는 앤을 포착합니다. 앤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어두운 배경 속에서 혼자 화사한 의상을 입고 있기 때문에 그녀가 단번에 눈에 들어옵니다. 이는 필립이 오직 그녀에게만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필립의 표정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동시에 화면의 톤이 살짝 어두워집니다. 이는 방금 전까지 술에 취해 있던 그가 앤을 발견하고 진지해졌음을 의미합니다. 모자를 벗는 동작이 이를 더욱 강조하며 관객들을 긴장하게 만듭니다.
잠시 카메라는 관찰자의 시점에서 두 사람을 포착합니다. 이제 주변의 함성소리마저 사라지면서 관객들은 더욱 시각에 집중하게 됩니다. 비록 두 사람의 눈높이는 같지만 화면의 중심에 앤이 있기 때문에 그녀에게 주도권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앤의 동작이 마치 필립을 붙잡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겉으로 보이는 차가운 태도와 달리 그녀 역시 필립에게 끌리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팔이 닿지 않는 거리에 그가 있습니다. 이는 이 사랑이 쉽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제 필립의 시점에서 앤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줍니다. 여기서 음악이 낮게 흐르긴 하지만 정보량은 거의 없습니다. 앤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필립에게 손을 뻗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는 실제 모습이라기보다는 필립이 받은 인상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이 컷에서 그녀에 대한 필립의 감정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는 다시 앤의 시점에서 필립을 보여줍니다. 위의 두 이미지를 비교해 봅시다. 하나는 필립의 시점에서 바라본 앤이고, 다른 하나는 앤의 시점에서 바라본 필립입니다. 앤은 가깝고, 밝고, 따뜻하게 보이는 반면, 필립은 다소 차갑고 무뚝뚝해 보입니다. 즉, 필립은 앤이 자신을 간절히 원한다고 느꼈고, 앤은 필립이 자신을 별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여기서 이후의 두 사람의 관계에서 필립이 적극적인 모습을 그리고 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공중그네가 정점에 달하면서 잠시 멈춰서기 때문에 관객들의 몰입도는 최고조에 달하고, 여기서 앤의 동작은 더욱 필사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필립은 여전히 그녀의 손이 닿지 않는 거리에 서 있습니다. 관객들은 공중그네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그것이 안타까움을 만들어냅니다. 이를 통해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표면적으로는 필립이 적극적이지만, 앤 역시 내심 필립에게 강한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공중그네가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다시 관찰자의 시점에서 보여줍니다. 음악과 함성소리도 다시 시작되면서 관객들의 초점 역시 시각과 청각으로 분산됩니다. 이렇게 긴장감이 해소되면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이처럼 26초 동안 컷이 8번 전환되었습니다. 그리고 감독은 시점을 바꿔가며 인물의 감정을 주로 카메라에,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미장센에 담아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악은 청각적 정보량을 조절하여 관객들이 시각에 더욱 집중하도록 유도합니다.
사실 이것은 관객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엄청난 정보량입니다. 그만큼 영화의 전달력은 막강합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다만, 감독이 카메라, 미장센, 음악 + 기타의 다양한 요소들을 적절히 조화시켰을 때만 이런 정보들이 관객들에게 매끄럽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26초 동안 컷이 8번 전환되었습니다. 그리고 감독은 시점을 바꿔가며 인물의 감정을 주로 카메라에,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미장센에 담아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악은 청각적 정보량을 조절하여 관객들이 시각에 더욱 집중하도록 유도합니다.
사실 이것은 관객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엄청난 정보량입니다. 그만큼 영화의 전달력은 막강합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다만, 감독이 카메라, 미장센, 음악 + 기타의 다양한 요소들을 적절히 조화시켰을 때만 이런 정보들이 관객들에게 매끄럽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