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언급하지만 제 학교 선배가 덱스터 스튜디오에서 일을 하고 있고
따라서 얻은 시사회 티켓으로 봤기 때문에 약간의 영화에 대한 편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네타는 최대한 안쓰도록 하겠지만 딱히 네타라고 할만한게 없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김용화 감독은 한국에서 대중과 평단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몇 안되는
감독입니다. 신뢰가 가지요. 전 심지어 오 브라더스 마저도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미녀는 괴로워나 국가대표에서 보듯이 딱히 복잡한 이야기나 심도 있는
주제의식보다는 보편 타당적 정서에 입각하여 영화를 만드는 느낌도
있지요. 아마 해운대나 타워의 감독들이 원하는 바를 가장 잘 실현하는
감독이 아닐까 싶습니다. 심지어 그들과 다르게 영화적 완성도까지
높게 말이죠.
어쨋던 간에 좀더 자본에서 자유로웠던 전작에 비해 이번에는 엄청난
블록버스터를 들고 왔습니다. 미스터고. 고릴라가 잠실 야구장에서
야구를 한다는 황당무계한 설정을 가진 영화를 말이죠.
게다가 영화 포스터와 배우진만 봐도 영화의 줄거리를 갸늠케 합니다.
척봐도 신파라 될 것이라고 예상되지요. 최근 이런 CG를 활용한 대중
신파 영화는 흥행에 성공해도 평단에서는 좋은 소리 듣기 힘듭니다.
뻔하거든요. 사실 미스터 고도 이야기는 뻔하게 흘러갑니다. 다 우리가
예상하고 예측했던 바로 딱 그정도의 신파입니다.
하지만 뻔하고 클리세가 많은 이야기라고 그 이야기가 나쁜 이야기가 되진
않습니다.
우리가 아바타를 좋은 영화로 칭하고 라스트 사무라이를 좋지 못한 영화로
치는 이유가 뭘까요? 두 영화의 플롯은 아주 흡사합니다.
외계인 별에서 지구인이 외계인 편드는 영화나 일본에서 백인이 일본인 편드는
영화나 그게 그거죠.
그리고 이 이야기는 사실 "늑대와의 춤을" 이라는 원조 플롯이 있습니다. 다
스톡홀름 신드롬의 기조한 이야기 인 것이죠.
그 차이가 바로 연출력의 차이입니다. 디테일일수도 있고 편집일수도 있고 구조적인
부분일수도 있죠. 미스터고가 평범한 신파극으로 끝나지 않는 것은 감독의 연출력이
내공이 아주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가 김용화 감독의 최고 작품은 아닙니다만,
뻔한 신파로 흘러 갈 수 있는 영화를 이렇게 까지 만들어 냈다는 점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완벽하진 않습니다. 꼭 저래야 하나 싶을정도로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고 코미디다 보니 캐릭터들은 과장되어 있습니다.
듀나가 동물학대 운운한 것도 이해가 가더라고요. 물론 고릴라가 아니라 인간이었다면
"열혈"이나 "근성" 류로 나름 해석할 수도 있었겠지만, 고릴라가 전 마지막 시퀀스에서
그가 그렇게 까지 마운드에 올라야 했는가에 대한 당위성은 사실 좀 떨어진다고 봅니다.
특히 마지막 경기에서의 성동일과 서교의 캐릭터가 보여주는 고릴라에 대한 리액션은
정말 이해가 안가더라고요. 성동일의 캐릭터 변화도 입체적인 정도를 떠나 너무
급변하고요.
그래도 나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저부분에 대한 해석은 무엇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가치 판단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으니까요.
성동일의 연기는 다른 작품에 비해 심히 과하게 열정적입니다. 다소 연극적으로 보일정도로
혼신을 다하더군요. 과유불급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신파성이나 대중적인
정서를 이끌어내야 하는 실질적 원톱으로서 그 몫은 충분히 해내었다고 봅니다.
서교도 정말 표정이 다양하고 열정적으로 연기한 것 같더군요. 좋은 중국 배우로 자랄것
같습니다.
아 고릴라. CG에 대한 우려가 참 많았을 텐데. 좋습니다. 제가 덱스터 스튜디오에 지인이 있다는
점을 빼고 봐도 좋습니다. 어색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클로즈업 되었을때의 디테일,
모션 애니메이팅, 모두 훌륭하네요. 우리나라 CG 아티스트들이 외국에 비해 저 연봉에 배가
많은 노동시간으로 작업을 하는 데 이정도 결과물을 냈다는 점은 괄목할만 일입니다.
다만 이걸 자랑스러워하기 전에 CG 아티스트들 고생한 만큼 보너스라도 많이 채워줬으면
하네요. 언제까지 열정을 희생삼아 홍보 할건지.
3D 효과도 좋습니다. 몇번이나 공을 피했는지 ㄷㄷ. 후반가니 좀 과하다 싶을 정도. 계속 카메라를
향해 던지는 데 일부로 과하게 넣은 것 같습니다. 전 횟수를 좀 줄였으면 했습니다만 이점도
취향을 탈듯하네요. 일종의 서스펜스 효과니까요. 야구라는 소재가 3D랑은 꽤 잘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까메오 들 중에 오다기리 죠가 있습니다. 이런 명품배우를 데려와 완전 망가지는 코미디 연기를
시키네요. 트로픽 썬더에서 망가지는 까메오로 등장한 톰크루즈가 생각나더군요.
매우 인상적입니다ㅎ. 본인도 즐기며 한 것 같네요.
영화내에서 야구에 대한 요소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야구팬이 아니어도 딱히 문제
없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 야구의 양대 라이벌 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 데 아주
친절하게 설명이 곁들여집니다. 이 영화는 꽤나 친절하기 때문에 여친분과 가셔도 크게 걱정
안하셔도 될 것같습니다. 영화가 친절한 데 설명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도 김용화 감독의
연출과 편집의 능력이겠죠. 설명을 상황으로 재밌게 합니다.
영화가 중국어 연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중국" 상영을 잡아 둔 영화라 그런지
아예 더빙을 했더라고요. 따라서 영화를 많이 보신 분들은 몇몇 배우의 목소리가
좀 다르더라도 놀라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중국사람들이 듣고 과찌쭈를 연상하는
중국어는 안나옵니다. 되려 신동일의 일본어가 더 과찌쭈 스럽죠.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꽤나 좋은 영화입니다. 재미있고요. CG도 좋고, 유머감각도 있고
까메오-주로 야구선수 들도 재미를 주고.
다만 전 LG팬이라서 두산 잘되는 것은 배가 많이 아프........진 않아요 ㅋㅋ
LG야 맨날 지니까 뭐. 어차피 아예 언급이 안되니까 상관이 없는데 넥센은 대체 무슨 죄ㅎㅎ.
추천!
3/5
볼만한가보군요
설국열차 보긴할텐데
이영화도 생각해야할거같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