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를 봤습니다.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봤고요. 2D버젼입니다.
자세한 리뷰는 아래에. 언제나 그렇듯 스포를 최대한 안하려 노력하겠습니다만,
조금은 있을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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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를 봤습니다. 요즘 영화계와 서브컬처계를 지배한다는 마블의 최고
프랜차이즈 캐릭터가 바로 스파이더맨이죠. 스파이더맨 코믹스는 종류가 여럿 있습니다만,
대표적인 코믹스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입니다. 즉 마크웹의 리부트 씨리즈는 원작 만화책의
이름을 그대로 쓴 작품입니다. 이는 샘레이미의 전작들과 달리 원작의 오리지널리티를 높여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마블 세계에서는 스파이더맨은 꾀가 많은 익살꾼입니다.
쉴새없이 깐족대며 떠들면서도 빠르게 뉴욕 도심을 날라 다니는 그런 캐릭터지요. 어떻게 보면
영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나 토르의 로키도 이런 피터파커의 캐릭터를 조금 인용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 마크웹의 영화는 그런 원작의 피터파커의 캐릭터가 매우 잘 살아 있습니다.
다만 이 소니의 스파이더맨에게는 토니스타크나 최근 스파이더맨 코믹스의 내용과는 큰차이가 있지요.
피터파커가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새내기라는 점입니다. 원작에서의 오래전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
이기도하지요. 그러나 이는 결론적으로 영화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바로 트렌드한 하이틴 무비를 표방하고 있숩니다. 자 익숙한 영화들을 나열해 보겠습니다.
"해리포터". "트와일라잇". "웜바디스"
이 영화들은 완성도를 떠나 영화의 타켓층을 뽑는다면 10대후반에서 20대 중반의 여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블 영화들은 1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까지의 덕후 끼가 있는 남자들을 대상으로 하죠. (물론 로키,
토니스타크의 활약으로 덕후녀나 일반 여성 관객들도 좀 반입이 되어 엄청난 흥행으로 이어졌습니다
만) 스파이더맨 역시 기존 마블 영화와 비슷한 타겟을 가져야 할텐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타겟은
오히려 트와일라잇과 타겟층이 겹칩니다.
앤드류 가필드, 엠마스톤, 데인 드한으로 이어지는 아주 훈훈한 배우진과 고3이나 20대 초반이나 공감
할캐릭터들의 고민거리와 연애 이야기. 이는 기획과정에서 대놓고 타겟층을 샘레이미의 전작과 다르게
잡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마크 웹"이 감독이 되었을 때 어느정도 다들 예상했었죠. 바로 '500일의 썸머'
의 감독이니까요.
마크웹이 '500일의 썸머'에서 보여준 비선형적 편집이나 톡톡튀는 연출 센스는 확실히 인상적이었습니
다. 소니도 그걸 보고 맡겼겠죠.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었던 전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꽤나 큰 호
호를 남기게 됩니다. 샘레이미의 전작들이 꽤나 스코어나 완성도가 훌륭했었고 크랭크된 시기가 그다
지 멀지 않았기도 했습니다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일반적으로 평론가들의 비평 점수나 팬들의
반응이나 다소 조금 떨어지는 편이었죠. 물론 '맨오브스틸'처럼 썩은 토마토가 뜰 정도로 비평가들에게
악평 을 받았거나 그렇진 않습니다. 영화적 평가로서는 고만고만한 정도겠죠. 하지만 팬들의 반응 조차
그러한 경향이 컸습니다. 영화 전작과 비교되는 순간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것 같습니다. 영화가 더 노골적으로
하이틴 무비가 되버렸거든요. 연령층이 높은 관객은 진짜 한숨이 많이 일어나겠더군요.
이야기 구조 속에서 연애의 비중은 더 늘었으며 이야기 전개도 주인공의 고뇌도 다소 사춘기
소년 같습니다. 우리는 바로 얼마전 캡틴 아메리카를 통해 국가에 의한 감시와 통제에 대해 고민하는
이야기를 봤습니다. 그 영화는 초딩관객들도 애들일 이끌고 온 어른관객들도 만족시켰죠. 바빠서
연애할 시간도 없다는 스티브 로저스에 이어 개봉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사춘기 소년들의 연애와
성장을 다룹니다. 어른 관객들의 한숨소리가 아직까지도 들리는 것 같군요.
어른들의 사정상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속하지 못하는 이 소니 픽쳐스의 영화는 마블 스튜디오가
부러웠나봐요. 스파이더맨을 최대한 우려내서 거대한 세계관을 만들고 싶었나 봅니다. 그래서
무리수를 두었습니다. 오스코프 사를 중심으로 빌런이 때거지로 나와요. 그런데 말입니다.
마크웹은 대체 500일의 썸머에서 보여준 재기발랄함은 대체 어디다 버린걸까요?
영화가 나름 재미는 있지만 샘레이미 스파이더맨3의 산만함을 그대로 답습합니다. 물론 스파이더맨3 급
의 실패는 아니에요. 라이노는 페이크 급이고 결국 실제적 빌런은 2명입니다. 근데 그 비중 또한
애매하기 그지 없습니다. 결국 이야기의 중심은 이쁘장한 외모의 해리 오스본이어야 하는데 극의 대부분은
일렉트로가 차지하고 그린 고블린은 얼마 나오지도 않아요. 이는 극이 액트 구성이나 클라이막스의
무게를 엄청 떨어뜨립니다. 편집이라도 잘하던가요. 편집도 어설프고 쓸데 없이 점프컷은 왜 자꾸나오는
지. 전작에서 스파이더맨 무빙에 대단한 걸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카메라 연출에 매우 신경쓴 티가
많이 보였습니다. 확실히 액션 시퀀스들이 인상적입니다. 근데 특별하진 않아요. 샘레이미의 스파이더
맨의액션 시퀀스가 얼마나 훅과 동선, 서스펜스가 좋았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마크웹의 액션 시퀀스
는 화려하지만 그 안에서의 짜릿함이 없어요. 스파이더맨2에서 도심전철의 추락을 막는 씬이 얼마나
인상적이었습니까? 그나마 인상적인 일렉트로와의 첫 전투씬도 핫하긴 했지만 사실 신선함보다는
식상함이 앞썼거든요. 이젠 슬로 모션은 한물간 연출인데요. 물론 '3D'를 염두한 연출이라 3D로
봤으면 꽤나 더 흥분되었을 수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린 고블린과의 전투씬도 그래요. 왜 세트를 그렇게 좁은 공간에서 싸웠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스파이더맨의 장점은 재빠르고 뉴욕 도심을 오고가는 넓은 행동반경에 있습니다. '스파이더맨3'에서
그린고블린과의 전투씬에서 그웬을 구하는 장면은 꽤나 핫했어요.(영화가 똥이었어도)
그런데 그 좁은 공간에서 하늘을 나는 빌런과 날쌘돌이가 싸우니 답답하죠.
그웬의 역도 그렇습니다. 꼭 여성을 민폐녀로 그릴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말안듣고 끼어들었다가
사고를 치는 캐릭터가 될 필요는 없었어요.
영화의 에필로그는 더 황당합니다. 연애물을 찍어 놓고서는 캐릭터를 소비시킵니다.
원작에 충실한 전개이긴합니다만, 원작과는 그린고블린의 종류도 틀리며 원작처럼 피터파커를 불쌍하게
만드는 설정도 없죠. 스파이더맨의 모토인 "거대한 힘에는 커다란 책임이 따른다." 라는 주제의식을
위해 소모한 느낌이 듭니다. 이는 대뜸 부모의 설정을 불의에 저항한 천재 과학자로 만들어 피터파커를
그리스 영웅 처럼 신의 아들, 즉 메시아 같은 설정으로 만든 것에 원인이 있습니다. 중요한 이야기인
벤파커의 죽음으로 꺠달아야 할 것을 그때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왠 부모의 이야기를 등장시켜 운명론
으로 만들다 보니 책임을 그웬 스테이시를 통해 깨닫게 한거죠.
게다가 제대로 깨달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데인 드한의 캐릭터는 꽤나 준수합니다. 일단 외모가 월등하죠. 그 우수에 적은 눈에 이쁘장한
페이스, 다소 말랐고 갸날파 보이지만 내면에 폭력성을 지닌 아주 굳 캐스팅입니다. 다만 좋은 마스크를
낭비하는 과도한 캐릭터 연기를 시킨 것이 감독이 조심해야 할 일로 보입니다. 오버하지 않는
담백한 연기가 더 좋았을거에요. 진짜 하이틴을 노려 캐스팅한 것이겠지만 영화적 결과물로도 꽤나
매력적입니다. 그밖에 오스본 일가가 영화에서 뿌리는 떡밥이나 설정 놀이 역시 재밌죠. 어쨋든 마블
영화이므로 그런 세계관 놀이는 매우 재밌습니다.
노만 오스본의 배우가 인상적이지는 못했습니다만, 재 등장한다면 어떨지 모르겠군요.
그래도 스파이더맨이 가진 매력을 보여주는 데에는 성공했습니다. 전작보다 수다스럽고 전작보다
쾌활합니다. 피터파커가 도망치는 그웬 스테이시를 돕는 장면은 정말 스파이디 스럽죠.
물론 원작 만큼 달변가는 아닌것 같습니다. 이는 감독의 유머 감각이나 대사 센스가 원작을 못따라가는
것 같아요. 그래도 나름 괜찮게 나왔습니다. 분명 이 영화의 스파이디는 스파이디에요.
다만, 완벽하게 성장하지 못한 캐릭터에게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스승 캐릭터 같은게 있으면 좋은데
마블 세계관에서 혼자 떨어져 나와 있어서 연결되는 마땅한 캐릭터가 없다는게 아쉽네요.
그리고 모든 것이 오스코프로 이어져 있는 것도 다소 아쉽습니다. 스파이더맨의 큰 적수 중 하나인
'킹핀'도 아마 등장하지 못할 것 같아요. 데어데블 판권이 마블로 돌아가기도 했고요.
시니스터 식스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습니다만, 걱정이 앞써는 것 같습니다. 떡밥 회수를 잘할지...
베놈과 카니지, 톡신 등이 어떻게 등장할지도 관건이겠죠. 아직 벌어질 일이 무궁무진 하긴 합니다.
원작이 가진 매력은 무시하기 힘들죠. 그러다 보니 떡밥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아쉬운 완성도에 비해 꽤나 재밌습니다. 연애질만 잘 참으면 꽤나 흥미로운 요소도
찾을 수 있죠.
MJ가 등장한 3편도 MJ랑 연애질이나 할지 빌런'들'과의 혈전을 벌일지는 모르겟으나 마크웹은
이제 그만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적어도 스파이더맨을 잭스나이더가 만들었다면 훨씬 화려하고
빨랐을 것이고 존파브르가 감독을 했다면 좀 더 유머스러웠을겁니다. JJ에이브람스가 했다면
샘레이미 버젼보다도 서스펜스가 강했을 수도 있겠죠. 각본가라도 잘구했으면 좋겠네요.
뭐, 영화 자체는 추천합니다. 볼만한 가치가 없진 않으며 재미도 있습니다. 1편보다 나은 영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도하게 비난 받을 영화는 아닙니다. 다만 본인이 연령이 좀 높거나
내러티브에 민감하신 분은 다소 비추입니다.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