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관심있는 드라마가 생겼다.
지방에 일을 하는지라, 평일에는 특별히 할일이 없어 드라마광이었는데 그간 볼 드라마 없었다.
원래는 내 배우 신혜선의 '단 하나의 사랑'을 주력으로 보려고 했으나, '봄밤'에 꽂히게 되었다.
꽂힐 수 밖에 없었다, 나한테는...
정해인이 아이가 하나 있는 아내가 해외로 도망가버린 홀아비로 나온다.
그런 그에게 알 수 없게 마음이 가는 한지민이 있고.
물론 나에게는 정해인같은 외모와 약사라는 번듯한 직업도, 한지민같은 여자도 없다.
그래도 내 처지와 비슷한지라 감정이입 수준을 넘어서는 몰입도로 매주 수, 목요일을 기다리고 있다.
'밥 잘 사주는 누나'와 같은 제작진들이라 그런지 비슷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이런 느낌이 참 좋다.
그리고 매화마다 내가 혼자 되고 겪었던 많은 일들과 참 겹쳐보이는 에피소드가 많고, 그때마다 내 입장을 정해인이 대변해준다.
그렇게 생각했던 내가 그 장면에 있었다.
'봄밤' 2화 중 정해인이 한지민을 만나 카페에서 이야기 하는 씬이 있다.
어쩔 수 없이 마음이 가는 정해인에게 친구를 하자는 한지민, 그녀에게 대답하는 정해인은 "내가 평범하지 않으니까..." 라고 한다.
나도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을 때, 그 마음이 피어나려는 찰나에도 항상 저런 생각으로 체념했다.
평범하지 않다, 하자가 있다, 나는 안된다,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뿐이다. 이런 생각들로 머리가 가득차서 속으로 삼키고 만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했던 고백은 "좋아해서 미안하다."는 말로 마무리 했었다.
그래도 친구를 하자는 한지민에게 정해인은 또 말한다.
"동정은 필요없어요."
이에 한지민은 "이상한 피해의식 있네." 라고 하고,
정해인은 "내 입장 되보면 알아요." 라며 스스로의 처지를 되내이고 이내 납득하며 체념한다.
그리고 한지민에게 피해가 갈 상황을 생각한다. 자기때문에 따가워지는 주위 시선을 감당할 수 있겠냐며...
결국 친구를 하자고 하지만 그 이상은 체념한듯...
이렇게 나는 항상 체념을 해왔다.
예전에 같은 회사 여자 동기에게 술자리에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너는 만약에 나같은 사람이 있으면 만나겠어?"
"굳이 찾진 않지..."
그 대답을 듣고는 납득해버리고 굳이 남이 찾아주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비록 드라마지만 나처럼 살고 나처럼 생각하는 정해인이 나처럼 살지 않게 해줄 한지민과 잘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도 좀 희망을 가지고 살 것 같다.
언제 봐야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