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부터 장거리 연애를 해왔습니다.
저는 한국이고 그 친구는 일본인이며(이하 ㅅ), 서로 3박 4일, 4박 5일 등 한 달에 한번 씩 오고 가며 추억을 만들어왔죠.
3월에는 ㅅ, 4월에는 저, 5월에는 ㅅ, 6월 저, 9월 ㅅ, 11월 저, 12월 ㅅ.
중요한 건... 저 6월에서 9월까지 긴 공백동안
제 마음이 조금씩 변해왔습니다.
그 친구의 집안 사정상(아버님께서 암으로 입원하시면서 이런저런 일로 바쁘게 되어 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오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긴 공백이 생겨났습니다. 그때 마침 저도 사정이 좋지 않게 되어 일본에 갈 형편이 되지 못했습니다.
만나지 못하고, 아니 저 혼자 있게 되는 것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제 안에 있는 그 사람의 크기가 작아지게 된 거죠.
오늘(이번에 한국에 왔습니다) 공항에서 바래다 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며칠간 같은 방에서 생활을 하면서 느낀 거지만
정말 부딪힘 없고 서로 잘 맞게 생활하면서 밥도 같이 해먹고 하니
이만큼 나에 대해서 배려해주고 챙겨주는 사람을
언젠가 다른 곳 어딘가에서 만날 순 있겠으나, 그게 언제일지는 장담하기 힘들다는 마음입니다.
그런데 제가 연애 경험이 많지 않은 탓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이 사람에 대해서 익숙해져버려서 저에게 어느 정도 중요한지 잊고 살고 있는 건지
아니면 이 사람에게 싫증이 나고 제 마음이 변해서 다른 곳으로 가려는 건지 확실히 판단을 할 수가 없어요.
(여러분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혹시 연애하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다보면 이런 건 누구나 겪는 건가요?)
물론 지나가는 그 사람보다 예쁘고 몸매좋은 여자들을 보니 설레이고 눈길이 가는 건 맞습니다.
이런 것들이 자연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관계에서 제 특별한 감정이 사라져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고 있는 건지... 외모는 평범합니다. 딱 잘라 말해서 예쁜 얼굴은 아닙니다. 나이는 저보다 5살 연상이며 키는 작고 몸은 평균보다 약간 찐 편에 비해 가슴은 작습니다. 하지만 얼굴은 나이에 비해서 많이 어려보이고요(거의 저와 비슷한 나이로 보입니다).
제가 봐도 제가 어이없고 웃기죠. 이제 와서 이런 걸 떠올리면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있다니.
하지만 저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많이 꾸미려고 노력합니다.
내년 달력과, 그리고 제 상황이 신입이다보니 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상태라 정말 내년에는 일본에 언제가 되야 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6월이나 되야 해외로 향할 수 있는 형편이다보니, 그때 제 마음에 어떤 변화가 생길 지 저도 장담할 수 없고, 반대로 그 사람도 어떻게 될 진 저도 모르는 것이고요.
그러나 이제까지 만들어온 추억을 하루만에 옛날 이야기로 만드는 건 제 자신이 납득할 수 없었고, 그 사람을 위해서도 오늘 공항에서 헤어지면서 "여기까지다"라고 하는 건 절대로 못할 짓 같다는 생각이 들어
2월 말(그 사람이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1년 다시 계약을 할지 말지 그때 판단을 해야 합니다)까지 서로에 대해서 천천히 생각해보자는 결론을 내리고 헤어졌습니다.
보이스톡으로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전화를 해왔으나, 그것도 매일 전화하는 건 참아두는 것으로요.
2월 말에 그 사람과 제 마음이 맞는다면 그 사람은 계약을 하지 않고 3월 경에 한국에 와서 몇개월 정도 한국어공부를 하기 위해 한국에 머무를 겁니다. 물론 제 자취방에서 함께 지내면서 학원을 다니고요.
허나 먼 곳에 와서 생활한다는 것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그 사람의 부모님(특히 아버님)의 사정도 있으니 확실히 이렇게 하자하고 욕심을 낼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문제도 있으니 본인도 이번에 한국에 와서 같이 간 사주카페에서 이런저런 질문을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서 사주봐주시는 분께 들은 의견에도 귀를 기울인 듯, 그 사람 마음은 제가 "한국에 왔으면 한다"하면 올 듯한 마음이었으나 비겁한 저는 지금의 관계를 지속해야 할지 어떨지를 갈피 잡지 못하면서 확실한 대답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헤어지고 나면 그저 잠시 아프고 새롭게 시작할 만한 것들인가요.
아니면 그 사람과 멀어지고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헤어진 것을 후회하고 있을까요.
차라리 딱 잘라 끝내자는 마음이었거나, 혹은 그 사람이 내 옆에 꼭 있었으면 한다는 마음이 지금보다 더 강하기라도 했다면 이렇게 어려워지지는 않았을 텐데요...
물론 한국에서 생활하게 되면 같이 보내면서 더욱 서로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되겠지만
뭣보다 지금의 저는 그 사람과 같이 생활하면서 그 사람의 생각만 하면서 하루하루 보낼 수 있다는 장담이 서지 않습니다. 허나 저를 많이 아껴주고 위해주는 사람이어서 그 사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으나... 그것도 어느 측면에서는 이기적인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