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데이트의 비용은 남자들의 지갑과 마음을 무겁게 한다.
데이트 한번에 몇일분의 식대가 날아간다거나, 몇일간의 점심식사 메뉴가 바뀌기도 한다.
맘편히 카드긁고 으스대고 싶지만 현실과 지갑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다.
몇번인가의 연애는 참 돈이 많이 들어갔다.
미련하게도 월급의 절반을 연애에 탕진(?) 하기도 했다.
계산하는 그 찰나의 순간을 즐기기(??)위해 무수히도 카드를 긁고, 현금을 냈단 말이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이끌었는지 모르겠다만...
허세 혹은 오늘 잘(?!)해볼거 같은 그런 느낌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요즘은 좀 다르다. 예전만큼 돈을 쓰기도, 쓸수도 없다. 없어서 못쓴다는 말이 맞을듯 하다.
직장은 그대로다, 벌이는 많아졌다, 하지만 씀씀이는 조금 줄어들었다,
이 말은 더이상 연애에 대해 그리 목숨걸지 않는다는 의미와도 같다.
130일 정도 만난 여자친구가 있다.
남녀평등을 주장하며 남자일, 여자일, 구분짓는것을 싫어하는 친구다.
나와같은 나이이고, 나름 전문직에 종사하며, 쩐 역시 솔찬히 받는 눈치다.
데이트 비용은 7:3 비율로 적당히 뿜빠이 해가며 만나오고 있는 친구다.
어느날 여자친구에게 제안이 들어왔다.
"저기.. 데이트 비용말이야..부담되지 않아?"
"응.... 부담되지.. 보통 만났다 하면 5~7만원 정도니.. 한달이면.... 쫌..?"
"그럼... 통장을 만들어서 한달에 15만원을 각출하자"
"콜"
"혼자살면 돈 많이 들어가잖아 차도 있고... 항상 미안했어"
"올ㅋ"
속물에 쩔은 나는 그 제안에 콜을 외치며 기뻐했다.
큰 부담하나가 줄어들은 기분이었고 무언가에서 해방된 기분이었다.
성격탓인지 남에게 싫은소릴 하지 못해 돈이 짜치는 상황에도 어쩔 수 없이 지출을 발생시킨 나로서는
너무 좋은 제안이었다.
그랬다. 지금까지의 연애는 암묵적인 룰에 의해 계산을 하는게 관행(?)처럼 굳어져 왔다.
"오늘은 니가 내일은 내가" 가 아닌.. 뭔가 강압적인 룰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그 룰이 부당하다, 라고 느낄때 즈음 연애에 대해 염증을 느꼈던것 같기도 하다.
그 염증에서 조금은 벗어나는 기분이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이러할 거라고 믿는다 내가 했던 고민처럼.
물론, 내가 용기가 더 있고 내 소신있는 발언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내가 이야길 먼저 꺼냈겠지만..
그래도 먼저 꺼낸 여자친구에게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데이트통장을 만드는건 정말 좋은 생각이다.
남자도 여자도 부담느낄 필요가 없다.
서로가 서로를 만나 즐기는데에.. 누가 더 많이 내고 적게내고..그걸로 스트레스 쌓는것 보단,
각각의 수입에 맞게, 형편에 맞게 그리고 기분나쁘지 않게,
일단 가장 말꺼내기 힘든게 돈 문제 아니겠는가?
주머니가 편안해지면 자연적으로 연애는 더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반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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