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취재 관계로 레이블 관계자를 만났을때 그가 나를 보고
"그럼 슈하씨는 일본어, 영어, 한국어 3개국어를 하시는 겁니까? 대단하네요"
라고 말했다.
"아뇨, 어느쪽도 제대로 하진 못하기 때문에 대단한건 아닙니다."
라고 대답했는데 생각해보니, 나를 응대하고 있는 그 일본측 관계자는
영어는 좀 심하게 말하면 나보다 못한 수준이고, 한국어는 당연히 거의 못하는 수준인데 이 사람이 하는 일과 내가 하는일엔 큰 차이가 없다.오히려 이 사람은 수입을 버는 직업이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보면 일본과 한국의 차이는 이런 부분에서 오는 것 같다. 한국에서 3.5명이 필요한 일자리에 두명을 놓고 근무시간을 두배로 늘려 굴리는게 합리적 이라고 생각할때 일본에선 4명을 놓고 살짝 여유있게 일을 돌린다.
비슷한 사례로 한국에서 A라는 사람이 맡고 있는 일에 B라는 직무가 필요하면 A에게 자기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B까지 배워서 (물론 월급은 그대로) 하게 만드는게 일반 적인데 일본에선 B직무의 사람을 따로 뽑는다. 물론 모든 회사가 다 그렇다는 이야긴 아니지만, 일반적인 사고의 출발점이 다르단 이야기.
한국에서 게임기획을 했던 (앞으로도 하게 될) 나로선 프로그래밍을 배우는게 어떻겠냔 이야길 자주 들었다. 변변치 않지만, 어쨌든 기획과 사운드, 스토리 작업을 함께 해왔던 내가 프로그래머들이 기획을 이해할 맘이 없는데 왜 프로그램을 배워야 하나 라고 생각해 왔지만, 한국에선 어쨌든 상대적 약자인 기획자들이 우물을 파야하는 경우가 많다.
막말로, 프로그래머가 없으면 게임이 안나오지만 기획 그까짓거 없어도 게임은 만드니까 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오가는 마당에 무슨 좋은 게임이 나오겠나.
유능한 사람들이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건 참 가슴아픈 일이지만 나처럼 무능한 사람들에게 더 유능해지길 요구하는 것도 못할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