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이런 사람들이 있죠.
자기가 가진건 주지 않으면서 받는건 좋아라 하고, 또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
물론 모든 인간관계가 꼭 기브앤테이크의 관계가 성립하는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그런게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좀 난감한, 그렇다고 아예 버릴수는
없는 그런 관계에 놓인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저와 조부모님의 관계인데요.
저희 조부모님은 자식들만 9남매가 되십니다. (즉, 저에겐 고모님들,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다행히 복이 많으신지 남매들이 다 잘되서 지금은 조부모님 걱정 안시키고 또 그 분들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근데 (제가 생각하는) 문제는 조부모님들은 당신들의 손자, 손녀들에게 어떤식으로든
관심이나 표현같은걸 안하세요. 어이구 우리 손주, 손녀~ 하시는것도 없고, 흔히들 말하는
"어이구 우리 강아지" 이런것? 전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2년간의 군생활동안에도
한번도 면회를 오신적 없구요.
하지만, 제사나 명절 때 차례를 지낼때, 또는 1년에 한번 있는 시제를 지낼 때가 되면
말이 달라집니다. 그럴때가 되면 친손자, 친손녀중 첫 남자인 저에게 "장손인 네가 나중에 제사도 지내야지~".
("네? 제가 왜요???")
또는 조부모님 생신때 꼭 모든 자식들, 손자손녀들이 와서 용돈을 줬으면 하시고, 만약에 안그러면
"너희는 애들 교육을 어떻게 시키길래, 할아버지, 할머니 생신날 와보지도 않니" 하며 면박을 주세요.
또 어르신들은 생일을 음력으로 챙기시다보니, 이번엔 우연히 조부모님 두분의 생신이 24일, 25일 이렇게 되버렸습니다(...)
근데 뭐 올해는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이 있다보니, 그 사람과 크리스마스를 보내야해서 죄송하지만 못찾아뵐것 같다고 미리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는데, 오늘 퇴근하고 오자마자 어머니한테 또 한소리를 들었습니다.
"내가 자식들을 잘못 키운것 같다..."라면서요. 그리곤 바로 이어서 따로 결혼해서 살고 있는 남동생에게도 전화해서
똑같은 잔소리를 하셨습니다.
애들도 아니고 나이들도 다 30넘고, 미혼인 사람도 많아서 크리스마스이브나 크리스마스엔 다 각자 일이 있는건데
그런거 싹 다 무시하고, "너희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없냐? 어른 생일인데 얼굴도 안비추고..ㅉㅉ"
뭐 평소에 손자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의 정이 느껴지게 하신것도 아니고, 제사때 안가면 그때나 전화하시고,
(정작 자식들 생일이나 손자들 생일은 안챙기심..)
10년 전에 당신 자식이 딴 여자랑 바람나서 살림 차렸을 때는 "이 여자가 이제 내 며느리다!" 해서 사람 속을 뒤집어놓으셨던 분들이
또 당신들 생일 안챙기면 섭섭하네, 버릇이 없네 하시니 참 스트레스 받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