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안 된 이야기입니다.
개인/ 가정사가 참 복잡했던 직장 동료가 있었어요.
특히 돈 문제로 와이프와 잦은 다툼이 있었는데 볼 때마다 부모님 포함, 의지할 곳 없어 보이는 이 친구가 참 안쓰러웠죠.
술/ 담배도 하지 않고 딱히 취미 생활도 없던 사람이라 '대체 뭘로 스트레스 풀어요?' 라고 물으면 그냥'가끔 토토나 하는거죠. 뭐.ㅎㅎ' 라고 대답했습니다.
* 토토란, 스포츠 경기 결과 맞춰서 소액으로 하는 합법적인 복권 같은 것.
최근 행복 주택에 당첨됐다며 '영끌'해서 전세금 냈다고 좋아하길래 '이제 숨통 좀 트이셨겠네.ㅎㅎ'라며 축하해줬는데, 와이프와 다툼은 여전했고…,;; 뭐 아무튼 안타까운 친구였습니다.
이런 사정을 잘 알기에 돈을 빌려달라고 해도 군말없이 빌려줬고, 제때제때 잘 갚았죠.
그러다 얼마 전, 또 돈을 빌려달라고 카톡이 왔습니다.
사실 얼마 전에 사채를 썼는데, 지금 계속 협박당하고 있다고. 이자라도 내서 연장해야 할 것 같다고. 5만 원만 빌려달라더군요.
사채 이자가 5만원일리가 없죠.; 그냥 핑계겠거니 군말없이 빌려줬습니다. 돈 빌려간 날 이후로 이틀 간 휴무라 푹 쉬고 출근했는데, 제가 돈 빌려준 날, 자살했다더군요. 오늘 발인이라고.
하루 종일 대공황 상태였습니다.
가족, 와이프 관계도 개차반이라 의지할 곳 없던 그 친구가 외롭게 간 사실이 참 안타까우면서도 십원 한 푼없던 그 친구가 여러 군데 손을 내밀었고 돈을 빌려준 사람은 오직 저 한 명 뿐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내가 도와주려고 빌려준 돈이 그 결심을 실행하는데 쓰였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뒤집어졌죠.
지금도 내가 만약 그때 돈을 빌려주지 않았더라면 지금 살아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기분 탓인지 요즘 자살 뉴스가 유독 많이 보이는데 받아들이는 감정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음을 느끼네요. 이젠 괜찮다 싶으면서도 이런 뉴스를 보면 다시 뭔가 이상한 감정이 머릿 속을 요동칩니다.
사랑하는 루리웹 유저분들, 절대 도박 및 사채는 하지 마세요.
소액이라도요. 전 도박은 1도 모르는 사람이라 그 친구가 말한 '토토'가 합법적인 스포츠 토토 정도로 생각했는데 들은 바에 따르면 불법 사설 업체였다네요. 소액만 하다 한 순간 감정 변화로 큰 돈을 거는 실수를 저질렀고 결국 이런 결말을 만들었습니다.
전 이번 일로 다신 금전거래는 하지 않을 결심을 했습니다.
저도 10여년 전엔 돈도 빌려보고 지금까지 많이 빌려도 줘봤지만 서로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건 1도 없었을 뿐더러, 이젠 조금 무섭기까지 합니다.
…. 정신 몽롱해지는 새벽에 또 누군가의 자살 기사를 보고, 괜스레 카톡에 있는 그 친구의 마지막 메시지를 읽어내려가니…, 그냥 조금 끄적이고 싶어 몇 자 적어보네요.
한번 삭제 했다가 제 글을 보시고 한 분이라도 깨닫는 분이 계시길 바라는 마음에 다시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