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길목을 비춰주는 주황색 가로등 불빛..
그 아래에는 항상 외로움이 있었고.. 그러면서 희망도 있었다.
고3.. 야자시간..
그나마 가쁜 숨을 돌리게 해주는 얼마 안되는 쉬는시간.
친구들 만나러 돌아다니는 애들도 있고.. 간식꺼리 챙겨와서 먹고있는 애들도 있고.
하지만 난 항상 복도 창가에 앉아서 창밖 동네의 경치를 감상했다.
동네를 비춰주는 주황색 가로등 불빛..
정말 별것 없는.. 그 당시엔 흔하디 흔한 그런 풍경.
그 사이에 나는 없었다. 가로등 불빛 꺼지면 학교 가고.. 학교 끝나면 집에 가기 바쁘니..
너무나도 저 아래에서 가만히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나에겐 외로움이었다.
하지만 이 시간만 지나면.. 수능만 치면.. 나도 저기에 서있을 수 있겠지..? 그런 희망이 그곳에 있었다.
군대.. 야간초병근무시간..
초소위에서 건너편 군인 아파트단지 가로등 불빛을 보며.. 나는 또다시 똑같은 생각을 한다.
저 멀리 보이는 44번국도. 거길 비추는 주황색 가로등 불빛. 그리고 그 아래 달리는 자동차들.
나에겐 없는 자유가 거기엔 있었다. 하지만 역시 희망도 보였었지.
2년만 지나면.. 나도 자동차를 몰고 주황색 가로등 불빛 아래를 달릴 수 있겠지..? 그런 희망이 그곳에 있었다.
야간근무.. 저 멀리 떨어진 공단 속 작은 공장
야간 전담으로 창고 자재관리직을 하던 나에겐 새벽은 지루함 그 자체였다.
가끔 창고에 들어오는 고양이들 간식이나 조금씩 챙겨주고.. 생산 안 밀리게 자재 넣어주고..
그러면서 시간 나면 자판기 커피 하나 뽑고 공장 앞 거리로 나선다.
공장을 비추는 가로등 불빛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남주와 여주의 로맨틱한 그런 장소..
나에겐 그런 로맨스가.. 과연 다시 올까..? 군대에서 차인 여친 생각하면 치가 떨리지만..
그래도 남자는 돈이 있어야 뭐라도 할테니.. 지금 열심히 야간일 하면서 돈을 모으면..
나도 언젠간 저런 주황색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tv속 커플처럼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겠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디 어린 그런 생각이지만.. 그 당시 그 불빛 아래엔.. 그런 희망적인 낭만이 있었다.
항상.. 그곳에는 그때의 외로움과.. 그때의 희망이 같이 날 반기고 있었다..
오늘.. 새벽까지 친구와 놀고 집에 혼자 돌아오는 길.
아파트 단지 옆 동네 골목길을.. 그때와 같은 그런 주황색 가로등 불빛이 밝히고 있었다.
역시나 느껴지는 외로움..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 왜 희망은 떠오르지 않는거지..?
흔히 가수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중 이런 말이 있다.
"가수의 인생은 노래 제목이나 가사처럼 되는거야"
그럼.. 우리같은 네티즌들은... 닉네임처럼 되는건가?
내 닉네임 deadend.. 막다른 길.. 난 막다른길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던건가..
내 인생 내내 항상 봐오던 주황색 가로등 불빛.
그 아래에는 외로움과 희망이 언제나 같이 공존하고 있었지만 이젠 아닌거 같다.
그리고 슬슬 나도 닉네임을 바꿔야 하나 그런 고민이 떠오르게 만드는.. 그런 새벽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