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놓고 말해서, 난 별로 예능을 자주 보는 편은 아니다.
그나마 무한도전은 가끔 다시보기긴 케이블에서 재방송으로 다시 보곤 하는데, 본방을 사수하면 좋겠지만, 주말마다 보통 스케줄들이 몰아치곤 해서 별로 예능 시간대에 집에 붙어있는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간만에 아내와 함께 밖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고 좀 일찍 집에와서 TV를 보게 되었다.할일은 많았지만 전기장판에 등 따시고 배 부르니까 절로 TV 생각이 나더라. 마침 런닝맨이 하길래, 간만에 보았는데...
진짜 이건 아니올시다였다.
런닝맨이나 각종 예능에 영화 개봉을 앞두거나 새로 드라마를 촬영하는 스타들이 나와서 함께 게스트로 활동하는 것은 이미 정석화된 것이라 오늘은 곧 반창꼬라는 영화의 개봉을 앞둔 한효주와 고수가 런닝맨 게스트로 나왔더라.
나온 건 좋다 이거다. 근데, 진짜 지금까지 보았던 런닝맨, 아니 온갖 예능을 통틀어 최악이라 할 만한 장면들이 연이어 펼쳐졌다.
방송 처음에 물론 한효주가 자신을 여배우로 봐주지 말고, 즐겁게 촬영을 하자하긴 했지만...
정말 도를 넘어서도 너무 넘어서더라. 런닝맨 한효주에 대한 멤버들의 태도가 첫번째로 문제 삼고 싶은 것.
그리고 두번째는 게임에 대한 도무지 어이없는 무(無)통제 상황이다.
아무리 한효주와 런닝맨 멤버들과 친분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오늘 게스트를 대하는 태도들이 정말 레알 글러먹었다.
기본적으로 남성이 여성에게 대하는 태도, 아니 뭐 요즘 양성평등 어쩌고 하니까 그런거 빼고, 친하더라도 어쨌든 타인에게 대해야 하는 예절이 결여된 장면들이 속출하였다.
특히 하하는 어제 무도를 보면서, 야~~ 결혼 축하한다~~~ 무도 축의금 반전! 이야... 컨셉 좋다~ 장하다~ 생각을 했는데! 이건 뭐 결혼해도 상꼬맹이인가... 방송에 개념이 없어 ㅡㅡ;; 내가 한효주였다면 진짜 방송 접었을 거 같다. 어디 여자를 패대기치고 있어? 지석진이나 이광수 같은 경우도 평소 약자 케릭터가 선명하게 잡혀있기 때문에 여성게스트가 나오면 강하게 대하는 것이 컨셉인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정말 도를 넘어선 거 같다. 보는 내내 채널을 돌려버릴까 하다가, 과연 이 가관이 어디까지 가는가 그냥 꾹 참고 봤다. 그리고, 간만에 입으로는 육두문자를 내뱉었지. 내가 왠만하면 아내 앞에서 욕을 잘 안하는 사람인데, 진심 빡치더라고~
두번째. 런닝맨 멤버들의 한효주에 대한 태도도 문제였지만, 이건 뭐 대체 룰이라고는 있는 건지 의심스러운 게임은 뭐냐. 분명히 게임의 룰이 '10개의 김치 모형을 찾아라' 였는데, 서로 뺏기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멤버들을 보니 진짜 욕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물론 조그만 마을 안에서 단순히 배추만 찾는 걸 녹화했다면 재미가 없었겠지. 그러니까 조금은 서로 경쟁을 보여주기 위해 뺏고 뺏는 모습을 담을 필요도 있었겠지. 이해한다. 이해는 하는데, 이건 도를 넘었잖아?
안그래도 요즘 청담동앨리스 같은 드라마까지 등장을 하면서 노력 없이 무언가를 얻어내는 꼼수, 야비함, 금권우월주의등에 대해 문제가 많은데 전국민에게 인기가 있는 예능프로그램에서 그따위 장면들이 지속적으로, 그것도 마치 부추기는 듯한 모습이 나오는 것은 정말 해도해도 너무했다. 누군가를 룰에 따라서 열심히 배추를 찾고, 누군가는 그걸 열심히 뺏기만하고, 꼼수만 부리고, 어떻게 속이고, 어떻게 뺏을지만 고민하고.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그러한 것을 중재하려는 노력이 제작진에게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그냥 서로 짓밟고 게임에서 이기기만 하면 되는건가? 더 가관이었던 것은 게임 직후에 있었던 김장 에피소드에서의 지석진의 태도다. 정당하게 1등을 한 것도 아니면서, 그나마도 후진 재료로 열심히 하고 있는 다른 팀의 장비(무채깎는칼)을 훔치더라. 그걸 또 돌려달라고 하니 협상을 건다. 어처구니가 없구나 진짜.
다른 프로그램과 비교는 하지 않겠다. 런닝맨은 런닝맨이고, 말 그대로 '런닝' 어떻게 도망을 잘 가는가도 이 프로그램의 컨셉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서로 속고 속이는 등의 장면은 펼쳐질 수 밖에 없는 것일 테니까.
하지만. 아무런 룰도 없이 그저 '잘 뺏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면, 우리가 그렇게 밉상이다 생각해마지 않는 정치판하고 다를게 무언가. 안그래도 정치가 짜증나서 뉴스도 안보는데 그거랑 똑같은 행태를 예능에서까지 보아야 하는가?
예능은 웃기면 다가 아니다. 그걸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즐겁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예능이라 생각한다.
파안대소하고 뒷끝이 짜증나면 뭐하나. 피식 하더라도 즐거워야 예능이지.
아참. 파안대소 할 것도 없었지?
암튼. 간만에 뉴스도 아니고, 추적60분도 아닌 예능 보다가 빡쳤다.
어우... 내가 한효주였으면 진짜 엎었다, 엎었어. 그놈의 홍보가 뭔지... 연예인도 참 아무나 하는게 아니로구나...
3줄요약.
1. 런닝맨 한효주&고수 게스트편을 봤음 (12월 9일)
2. 애들이 개념이 없고 게임도 룰이 없음.
3. 빡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