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가 되어간다
요즘 인생을 살면서 느껴지는데, 나이가 먹은게 체감이 된다. 내 감각 자체를 못 믿게 되는것이다. 시력은 침침하고 미각은 뭘 먹어도 비슷한 맛이 나고 제일 자신 있던 청각마저 뚜렷한 악기의 구분이 잘 안되기 시작한다. 정말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에잉 어린 놈이 쯧쯧.." 하시겠지만.. 그 분들도 기억나실 것이다. 일정 나이를 넘어섰을때의 신체 반응의 급격한 변화를.
그럼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는가. 나는 음식도, 좋아하는 취미도, 음악이나 영화감상, 독서 같은 모든것들을 다 기억에 의존해서 관성적으로 즐긴다. 예전에 재미있게 했던 기억을 되새김질하듯이.
"아 맞다. 이 계절엔 이게 맛있었지."
하지만 어릴적 느꼈던 그 모든게 새롭고 생생했던 감각은 느껴지지 않고 그때의 기억에 의존해서 음식이 아니라 음식에 담긴 추억과 기억을 먹는다. 하지만 이 추억과 기억은 되새김질이 모두 그러하듯이 질척한 위액에 절여져서 원래의 그 맛이 좀처럼 나지 않는다.
그럴때쯤 어릴적 어른들이 했던 그 말이 마침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아! 사는게 재미없다!
나는 그렇게 점점 소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