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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근의 노래 (0) 2024/04/11 PM 07:32

뿌리의 노래



개척자처럼 밀려든 유행은

메뚜기떼처럼  터전을 유린하였네.

바닥까지 싹싹 갈퀴질한 황금

선단 가득 실어 유유히 떠나고

풀벌레 소리, 지저귐 소리 멎은 섬에는

벌거벗겨진 원주민만 남았네.


그래 떠나거라.

어서 떠나거라.

메뚜기가 온 하늘을 뒤덮어도

뿌리를 어찌하진 못했으리.

우리는 허식을 벗어던지고

돋아나는 초목과

돌아오는 새들과 노래를 부를 테니.


우리의 노래는

더 진한 향으로

더 선명한 색으로

더 웅장한 소리로

피어나리라.

우리는 끝끝내 불멸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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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마음을 묻다 (0) 2024/04/08 PM 06:21

마음을 묻다



고개를 들어도, 숙여도

도통 보이질 않는 내 마음.

덥수룩한 머리카락 그늘져도

너에게는 훤히 보였겠지.


내게도 잘 보였다.

흔들림 없는 눈동자 속

금방이라도 넘쳐흐를 듯

출렁이던 네 마음.


그 마음이 머무르기에

내 마음엔 폭풍이 불었나.

내가 망설이던 사이

너는 꽃잎처럼 사라졌다.


나는 여전히 위태로운지.

너는 다른 품에 맘껏 울었는지.

바람에게 자꾸만 되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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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미루었던 것들에게 (0) 2024/04/04 PM 05:02

미루었던 것들에게



대청소를 했습니다.

시험 기간은 아니었습니다.

시험도 딱히 없습니다.

사실 대청소는 아니었습니다.

창고 정리를 했습니다.

정확히 창고도 아니었습니다.

방 안에 나뒹굴던 자잘한 잡동사니들을 모왔을 뿐입니다.

모으고 보니 오래되기도 했습니다.

반짝이던 녀석은 녹이 슬었습니다.

참 몹쓸 짓을 해버렸습니다.

재활용이라도 될까 싶어 분류해봤습니다.

이마저도 뻔뻔한 자기 위로인 듯 싶습니다.

고철과 폐지가 되어버린 세월이

원망을 쏟아낸다면 잠자코 들어줘야겠습니다.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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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해진 수건 (0) 2024/04/02 PM 05:47

해진 수건



마른 수건이 되었다면,

다시 또 닦아야지.


바닥을 닦다보면

때묻고, 구겨져

먹구름 되어도,

한바탕 쏟아내면

햇살을 받아들일 테니까.

그땐 또 포근해져 볼까.


얼룩은 남아,

새하얗진 않겠지만.

구김은 남아,

반듯하진 않겠지만.

다시 또 닦아줄 테니.

너는 여기서 울도록 해.


나는 내일도

시를 내려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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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연필 한 자루 (1) 2024/03/26 PM 05:24

연필 한 자루



빠알간 자동차도 칠해보고,

파아란 비행기도 칠해보고,

샛노란 병아리도 칠해보고,

다홍색 단풍잎도 칠해보고,

크레파스 손에 쥐고

거침없이 덧칠하던 아이는

색을 잃은 어른이 되어 버렸다.


어떻게 전해야 할까.

하이얀 도화지 가득

꿈을 칠하던 아이에게

자동차도, 비행기도, 병아리도, 단풍잎도

무엇 하나 가진 것 없는 어른이 되었다고

어떻게 전해야 하나.


훌쩍이는 나에게

너는 도화지의 뒷장을 보여주며

짜리몽땅한 연필을 건네주네.

그래, 아이야.

연필 한 자루는 남았으니

세상 그리지 못할 것은 없겠구나.


나는 너에게

다시금 구름을 선물해 본다.

빠알간, 파아란, 샛노란 가득 담긴 구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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