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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눈물과 산성과, 그리고 또 모두에게. (0) 2024/05/13 PM 06:29

눈물과 산성과, 그리고 또 모두에게.



눈물에게.

한철 장사 마치고도

섬에 남을 거야?

저들의 분노.

저들의 걱정.

저들의 심정도 이해가 돼.

배 끊긴 섬을

결국 너도 떠날 거잖아.

새로운 황금을 찾아.

찌꺼기는 저들 몫으로 남긴 채.

함께 침몰하겠다.

가면 벗고 말할 수 있어?


산성에게.

축제는 끝났어.

이미 꽤 오래전에.

눈물 탓은 절대 아냐.

누구 탓도 전혀 아냐.

절로 그리되었다고

어쩌면 더 슬픈 이야기.

눈물에게 물었지.

너는 여전히 남을 거냐고.

자신에게도 물어봐.

또 친구들에게도 물어봐.

여전히 사랑할 수 있겠냐고.


모두에게.

산유국도 아닌 나라에서

참 오래도 태웠다. 그치?

너무 크게 타올라서

기름 한 방울 남지 않고

동나버렸을지 몰라.

모닥불이었던 적은 있어도

꺼진 적은 없어서

어찌할 바 모르겠다면

그냥 둥글게 모여 서로를 안으면 돼.

겨울은 아주 길고

무척이나 혹독할 테지만

반드시 봄은 올 거니까.


마지막으로.

어이, 이 씨.

쓰레기나 주워.

꺼드럭 거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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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공란 (0) 2024/05/08 PM 05:15

공란



방송을 보며 한참을 웃다.

숨 고르는 짧은 침묵마저

못 견디게 지루해져 휙휙 넘겨버렸다.


이어붙인 자극에 익숙해져

여백없는 화면에 길들여져

짧디짧은 암전마저 못 견디게 되었다.


공란은 채워야 한다 배웠기에

억지로붙으며서로를숨막히게한걸까.

다닥다닥붙어버린탓에숨쉴틈도없다.


잠시 멈추어 침묵에 젖어보자.

비었다고 여긴 침묵 속엔 내 심장소리가 있으니.

나라는 감정을 한껏 곱씹어 보자.

깊게 들이쉬고, 마음껏 내쉬자.

공란은 나를 더 선명하게 할 띄어쓰기가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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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사람 껍데기 _ v2 (0) 2024/05/02 PM 05:03


사람 껍데기



어른들은 더 이상

개미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더 이상

개미의 죽음에 슬퍼하려 하지 않는다.


아이는 잔뜩 배부른 고양이 되어
생지 꼬리 휙 내던져, 갸날픈 비명에 낄낄.

병아리 덜미 콱 으깨어, 벌건 핏물이 뚝뚝.

나비 날개 팍 짓이겨도, 참 잘했어요 짝짝.


당연한 듯 잔혹해진 세상에서

아이는 더 이상

사람 껍데기를 쓰지 않는다.
구멍난 마음, 금으로 떼우면 그만.

거리낌 없이 물어뜯고

어른과 똑닮은 표정을 짓는다.


...

퇴고작. 과 덧붙임.

사람 껍데기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리 말하고 다니면서.

아이들을 보고 화들짝 놀랜다.

조련이 필요한 건 누구일까.

회초리를 맞아야 하는 것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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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불을 켜두어요 (0) 2024/05/01 PM 07:29

불을 켜두어요



겉인사라도 해줘요.

편히 잠들 수 있도록.

파도도 치지 않는

찐득한 밤에 파묻혀

훌쩍일 거예요.

내 안의 바다가 창문에 넘치도록.

그러니 어서 겉인사라도 해줘요.

내일, 다시, 안녕할 수 있도록.


불을 켜두어요.

귀갓길이 흐려지지 않도록.

별이 잠들어도

발소리를 남기고

초인종을 누를 거예요.

텅 빈 방이 채워지도록.

그러니 어서 거짓말을 해줘요.

다녀왔니, 안녕해주세요.




퇴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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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선제적 방어 행동 (0) 2024/04/25 PM 05:07

선제적 방어 행동



위협에 굴할 필요 없지

내겐 총이 있으니까.

수모를 견딜 필요 없지

내겐 총이 있으니까.

욕망을 숨길 필요 없지

내겐 총이 있으니까.

체제에 굽힐 필요 없지

내겐 총이 있으니까.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

선제적 방어 행동.

범인이 총을 들자

당신도 총을 든다.

모두가 총을 드니

어라? 누가 범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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