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이야기] 첫 짝사랑 이야기...2012.07.11 PM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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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이나 지난 이야기 입니다.

제게는 당시 10년지기 친구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벌써 18년 지기 친구네요 ㅎㅎ 징글거리게도 오래 알고 지냈군요
이친구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옆에 있어준 친구로
제 베스트 프렌드 입니다. 물론 지금은 더 자주 연락하고 더 많이 만나는
14년된 친구들이 있지만
이친구는 정말로 힘들거나 괴로울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친구이지요.
정말이지 너무 친해서 서로 자취방 키를 가지고 있어서 가고싶으면 집에 있던 없던
가서 쉬곤 했습니다.

그리곤 저는 군대를 가게 되었고
2003년 12월 상병 정기 휴가를 나오게 되었을 때 입니다.
술을 진탕 마시고 집보다 친구네 집이 더 가까워서 그냥 친구네 집으로 갔습니다.
친구는 MT를 가고 없었고 술먹었을때 혼자있으면 더워서 옷을 다 벗고 자는 버릇이 있던 저는
아무 옷도 입지 않고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잤는지는 기억이 잘 나진 않습니다만 잠자는 중간에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었지만 귀찮은 저는 신경안쓰고 잠을 계속 자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더 자고 컴퓨터 채팅하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게 되었고
"야 지금 몇시냐?"
라고 물으며 침대에서 일어났습니다.
"6시요"
라는 여성의 존댓말을 쓰는 낮선 목소리가 들렸고 그녀와 나는 눈이 마주쳤습니다.
물론 아무런 옷도 입지 않고 있었기에 서로좀 벙쪄버리고 말았었죠.

그래서 후다닥 옷가지를 챙기고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습니다.

처음보는 여자와 한방에 단둘이 있으니좀 어색하고 해서 저녁식사는 했는지 물어 봤고,
그녀는 아직 식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같이 식사나 하러 가자고 말했고 그녀는 그러자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뭐 먹을까 하고 나가는중에 혹시 영화 보는거 좋아하냐고 물어보니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근처 극장에 가서 푸트코트 식사를 하고 영화보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녀는 1주에 2번정도 영화를 볼정도로 영화 광이었습니다.
저는 한달에 1~2회 정도를 보는 영화를 좋아라 하는 사람이구요.

그때 영화 선택을 잘못했던걸까...
"러브엑츄얼리"란 영화를 함께 봤습니다.
남녀가 함께보면 사랑에 빠진다는 영화였죠. 영화 자체는 너무나 재미있게 봤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와서 같이 맥주 한잔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때는 군인이었기 때문에 핸드폰도 없었고 딱히 연락처를 알고 싶지도
않았기에 그날이후로 그녀를 본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친구에게 그녀에 대해 물어보니 그녀는 소꿉친구라고 했습니다.
오지에서 살다가 초등학교 6학년때 진학 문제로 이사를 왔고 첫 짝꿍으로 만난 사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04년 6월 군대를 전역하게 되었습니다.

딱히 진학하고 싶지가 않아서 전역하고 직장을 알아봤고 1주일만에 직장을 잡아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군대를 막 전역했을때는 많은 남자들이 그렇겠지만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술에 술을 먹고 좀 문란하게 지냈었습니다.
주중에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으로 주말에는 술과 여자만을 찾아 다니는 하이에나로 ㅋ
그때는 그녀를 기억조차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5~6달정도 일을 해 어느정도 자리가 잡혀갈때 처음 보는 전화 번호의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세요"
"어?? XX군? 맞어?" <- 덕력이 있는 처자는 아닌데 남자들 이름뒤에 ~군 이라고 불렀습니다;

제가 사람이름은 잘 기억을 못하는 습성이 있지만 대신
누구든 한번 보면 얼굴, 목소리, 말투, 성격, 버릇 같은걸 잘 기억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녀라는것은 확실 했습니다.
전 이름도 기억 안나는 그녀와 2시간여 동안 통화를 했고 아무런 약속도 잡지 않고 통화가 마무리 되었었습니다.

그리고 금요일 오후에 문자 한통이 왔습니다.
"XX군 이번에 영화 XX개봉하는데 같이 볼래?"
나도 영화 보는것을 좋아하고 딱히 약속이 없던 터라 같이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만나기로 한 시간은 12시
우리는 약속장소에서 만났고 점심을 뭐먹을까? 라고 물어봤더니 이미 먹었더랍니다 ㅡㅡ;;

"12시에 만나기로 해놓고 점심을 먹고 왔다고?"
라고 꾸짖었는데 덕분에 1년만에 만난 사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색함이 없었습니다.

영화는 굉장히 재미가 없었습니다.
영화 제목을 그래서 일부러 적지 않았습니다... 힌트는 - 여고생 - 본사람들은 다 알듯...

그리고 기억에 남는 추억중 하나는 인크래더블이란 애니메이션을 같이 보는데
악당이 "쾅" 하고 등장하니깐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으앙~ 난왜 이런 아동 영화를 보면서도 이렇게 놀라야 하는거야 읭읭"
하는게 너무 귀여웠습니다. 그모습은 왠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것 같습니다.

한번은 영화시간을 기다리면서 좀 특이하게 생긴 가방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신기하게 생긴 가방을 보면서 이가방 엄청 이쁘지?
라고 말한적이 있었습니다. 정말좀 특이하게 생겨서 이런 가방이 팔리나? 얜 왜 이런 가방이 이쁘단거지?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게 12월 말이 왔고 크리스마스 이브가 찾아왔습니다.
이브 아침에 문득 그녀가 말한 가방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그 가방가게에 가서 가방을 샀습니다.
만날 계획도 없었는데 말이죠.

여기 저기서 만나자고 전화는 많이 왔지만 기다리는 전화는 한군데 였습니다.
그녀의 전화만 기다리고 있었죠.
그리곤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다른 약속은 다 내팽겨 치고 전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제가 썩은 건가... 원래 남자는 다 그런건가 ㅋ 둘만의 시간을 기대하고 간 자리에는
제 베프와 그녀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모두 안면은 있는 사이라 잘 어울려 놀았습니다.

그리고 늦은 시간이 왔고 슬슬 다들 흩어질 시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아무 생각없이 같이 영화를 보거나 할때처럼 집에 바래다 준다며 같이 택시에 탔습니다.
택시에 타고 창밖을 보니 친구들의 표정들이
- 이놈들 사고칠 기세구나 ㅋㅋㅋ- 라고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뭐 사실 사고 치고싶었구요 ㅋ

그녀 집근처에 갔을때 가방을 건네 주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라며.
그때는 싱글 벙글 하며 고맙다고 했기에 저도 마냥 좋았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당일날 밤에 고백하기 위해 그녀의 집앞으로 말없이 가서 그녀가 올때까지 마냥 기다렸습니다.
사실 마냥 기다린것은 아니고 이미 주변 인들은 다 협력을 받아 놨기에 그녀가 언제 어디서 집으로 출발했는 줄 알았죠.
그리고 그녀가 보였습니다.
문제는 그녀의 아버지와 함께 있었다는거 였죠.
그녀는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무섭다고 아버지를 불렀던거였습니다.

서로 눈이 마주쳤고 그녀는 엄청이나 당황해 했습니다.
저역시 말도 못해보고 제 마음을 완전히 들켜 버린거였습니다.
처음 만났을대 내 전라를 보였을때보다도 더 부끄러웠습니다.
뭐랄까 너무나도 복잡했습니다. 아무생각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그녀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들어갔고.
정신을 차려 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몇번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꾀 오랜 시간동안 전화를 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맥없이 친구네 집으로 갔습니다.
갔더니 그친구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자기네 집으로 올줄 알았던 것 마냥
맥주 4캔이랑 오징어한마리를 구워놨더군요

" 나올 줄 알았냐?"
" 아니 나 혼자 먹을라고 했는데?"
" ㅋㅋㅋㅋ"
" ㅋㅋㅋㅋ"
고작 맥주 2캔 마시며 해가 뜰때까지 그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때 대화를 하며 알게된 내용은 그녀는 과거에 연애를 하다 크게 상처를 입고 다신 연애는 않나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더군요.
소꿉친구로서 그도 굉장히 힘들었다고 했었습니다.
그녀는 내가 이친구와 죽마고우이기도 하고 성격도 잘 맞아서 좋은 친구로서 잘 지내고 싶어했다고 친구에게 말한적도 있었답니다.
그리고 요즘 내 행동거지를 보고 이친구는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타이밍을 놓쳤던거라더군요...

그래도난 그녀를 상처를 입히지 않고 상처를 덮어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틈틈히 전화를 해봤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발렌타인 데이가 왔고 잘 알고 지내던 동생이 제게 초콜릿 바구니를 선물해 줬습니다.
이전까지는 초콜릿을 받을 때는 사실 아무 감정이 없었지만 이날은 좀 달랐습니다.
뭐랄까... 설명할순 없었습니다.
이아이도 내가 그녀에게 마음을 들켰을때 처럼 부끄러울까?
왠지 그녀를 거부할수 없게 되었습니다.

동생에게는 미안하지만 만나는 동안에도 그녀생각이 계속 났습니다.
그리고 화이트데이날 여자친구인 동생과 시간을 보낸뒤 그녀를 집으로 보냈고
저는 아무생각없이 사탕 바구니 하나를 더 사가지고 그녀의 집앞으로 갔습니다.

전화는 안받을 것이고 그냥 그녀의 집의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그녀가 직접 나왔습니다.
그녀는 놀란 소마냥 눈이 똥그래져서 멍하니 서있었고
저는 아무말도 없이 그녀에게 사탕 바구니를 쥐어주고 현관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는 집으로 갔습니다.
집에 가는 버스에서 전화 진동이 울려서 전화기를 봤는데
그녀에게서 전화가 오고있었습니다.

정말이지 몇달동안 그렇게 기다리고 간절했던
그녀의 이름이 전화기에 비추어 져있었지만
그날 저는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때 갑자기 눈물이 계속 흘러 나와 난처햇습니다. 엉엉 운것은 아니지만
눈물이 계속 났었습니다. 남들이 볼까 계속 눈물을 닦아 냈지만 눈물은 하염없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지난 8년간 서로 연락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의 첫 짝사랑은 끝이 났습니다.










사실 첫 짝사랑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첫사랑은 사랑이 아니었고 그녀가 어쩌면 제 첫사랑인것 같습니다.
댓글 : 9 개
전.. 어제 차였습니다 ! 하하하
짠하네요 ㅠㅠ
글도 읽기 좋게 잘 쓰셨네요
아... 초속 5센티미터와 같은 씁쓸함 ㅠㅠ
맑음때론뿌이 // 어허허허허허헝

맥스페인 // 지금은 웃으며 술안주로 쓸수있어 다행입니다. ^^

비오네 // 감사합니다.

delrius // 보고나서 좀 짜증났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ㅎ
ㅜㅜ
마음 짠한 이야기네요

그래도 지금 여친한테는 충실하세요
첫 짝사랑 그녀처럼 상처 받지 않게요 ㅠ_ㅠ
허헣....ㅠㅠㅠㅠㅠ 짝사랑...... 슬프죠 참....
충전완료 // ^^

사우르드 // 지금은 솔로입니다 ㅜㅜ

셀베리아 블레스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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