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봄
오래전 한 미치광이가
태양이라도 된 듯
총칼을 휘두르며.
오백년 거목을 쓰러뜨려도
대지는 푸른빛을 잃은 적 없다.
진드기 들러붙어 수액을 빨 적에도
총포가 쏟아낸 시커먼 연기에 덮일 적에도
열사가 토해낸 시뻘건 핏물을 삼키어
대지는 기어이 봄을 피웠다.
얼마전 한 미치광이가
별이라도 된 듯
군홧발로 짓밟으며.
오천년 풀잎을 으깨어도
대지는 푸른빛을 놓은 적 없다.
파리떼가 득실대며 떡고물을 나눌 적에도
최루탄 쏟아져 희뿌연 연기에 덮일 적에도
민중이 뿜어낸 시뻘건 핏물을 삼키어
대지는 마침내 봄을 피웠다.
보아라, 누구에게 봄이 오는지.
총칼로 거목을 쓰러뜨려도
지천에 널린 풀잎을 다 뽑진 못 하리라.
군홧발로 풀잎를 짓밟아도
다시 자라날 새싹을 어찌하진 못 하리라.
보아라, 봄은 누구의 것인지.
총구를 겨누며 겁박해도
군홧발로 걷어차며 억압해도
초목은 푸른빛을 잃지 않을 텐데
그 누가 봄을 훔칠 수 있겠는가.
그 누가 봄을 막을 수 있겠는가.
오늘날 한 미치광이가
왕이라도 된 듯
봄을 훔치려 들어도.
우리는 단호히
봄을 내어주지 않으리라.
누구도 이제는
우리의 봄을 어찌할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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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추운 날씨에도
민주주의의 촛불을 들어준 모든 분들께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