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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우리의 봄 (1) 2024/12/08 PM 04:07

우리의 봄



오래전 한 미치광이가

태양이라도 된 듯

총칼을 휘두르며.

오백년 거목을 쓰러뜨려도

대지는 푸른빛을 잃은 적 없다.

진드기 들러붙어 수액을 빨 적에도

총포가 쏟아낸 시커먼 연기에 덮일 적에도

열사가 토해낸 시뻘건 핏물을 삼키어

대지는 기어이 봄을 피웠다.


얼마전 한 미치광이가

별이라도 된 듯

군홧발로 짓밟으며.

오천년 풀잎을 으깨어도

대지는 푸른빛을 놓은 적 없다.

파리떼가 득실대며 떡고물을 나눌 적에도

최루탄 쏟아져 희뿌연 연기에 덮일 적에도

민중이 뿜어낸 시뻘건 핏물을 삼키어

대지는 마침내 봄을 피웠다.


보아라, 누구에게 봄이 오는지.

총칼로 거목을 쓰러뜨려도

지천에 널린 풀잎을 다 뽑진 못 하리라.

군홧발로 풀잎를 짓밟아도

다시 자라날 새싹을 어찌하진 못 하리라.

보아라, 봄은 누구의 것인지.

총구를 겨누며 겁박해도

군홧발로 걷어차며 억압해도

초목은 푸른빛을 잃지 않을 텐데

그 누가 봄을 훔칠 수 있겠는가.

그 누가 봄을 막을 수 있겠는가.


오늘날 한 미치광이가

왕이라도 된 듯

봄을 훔치려 들어도.

우리는 단호히

봄을 내어주지 않으리라.

누구도 이제는

우리의 봄을 어찌할 수 없으리라.



-


이 추운 날씨에도

민주주의의 촛불을 들어준 모든 분들께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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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어요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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