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전에 마이피에 27년 묵은 키보드 글을 쓴 적이 있었죠. 햇수로 보면 이제 28년으로 넘어갔습니다만.
...이제 슬슬 오작동을 합니다. 아니 28년밖에 안 된 밀봉급 물건인데 말이죠.
그래서 오래간만에 다시 키보드를 사려고 하는데, 제가 쓰던 모델은 이제 제조사에서 안 나오더군요.
어쩔 수 없이 고쳐볼까 하고 키보드 전문 매장 몇 군데에 가 보았는데, 고치려면 고칠 수도 있지만 그냥 새로 장만하는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새로 장만했습니다.
위쪽이 먼저 쓰던 키보드이고, 아래가 새로 손에 넣은 스톰체이서라는 놈입니다
체리 스위치 청축입니다
제가 먼저 쓰던 키보드는 좀 구닥다리다보니 타이핑을 하면 '찰칵 찰칵'이 아니고 '철컹 철컹' 소리가 납니다. 게다가 무겁죠.
체리 청축이 이와 비슷한 느낌이라 이걸로 정한 건 아닙니다만, 이것 저것 만져보고 느낀 바로는 체리축이 제 취향이었고, 그 중에서도 청축이 마음에 들어서 이걸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마음에 든 점은, 키보드 어디에도 제조사나 제품 마크가 없다는 겁니다. (바닥에는 있습니다만...)
무척 심플한 점이 좋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각지고 투박한 느낌을 좋아해서 말입니다.
옆에서 보면 더욱 심플합니다.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마음에 든 점이 있는데, 키보드 라이트가 백색이라는 겁니다.
여러 키보드들을 고르다 보니 요즘은 화려한게 추세인지 키보드에 백라이트는 기본이요, 그것도 아주 알록달록 컬러풀하고 심지어는 색이 변하기도 하더군요?
화려한 건 좋은데 제 취향은 아니기도 하고, (아니 그 이전에 라이트 필요 없거든요....) 그 와중에 이건 딱 흰색 한 가지로만 불이 들어옵니다.
라이트를 1단계만 켠 상태는 이렇고
(라이트를 끄면 문자들이 거의 안 보입니다)
라이트를 최대로 켠 상태는 이렇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이렇게 후광(?)이 은은하게 깔립니다.
솔직히 어릴 적엔 불 끄고 몰래 컴퓨터 만지는 일이 많았었기 때문에, 그 때라면 이런 키보드가 저에게 꽤 유용했을 겁니다. 과거로 돌아가면 과거의 저에게 꼭 사주고 싶을 정도로요.
다만 나이 먹고 마음껏 컴퓨터를 만지작 거리는 지금은 백라이트가 큰 의미가 없군요...... 라고 생각했는데.
손에 넣기 전에는 몰랐습니다만, 키보드에 동봉된 설명서를 보니 저런 식으로 특정 키만 불이 켜지게도 할 수 있더군요. 무척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또 재미있는 건 한글 각인입니다.
완전히 위에서 볼 때는 영락없는 영문 키보드입니다만, 옆에서 보면 저렇게 한글 키가 각인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옆에 한글을 넣어둔 키보드는 생각 해 본적도 없어서 무척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옆에 있다고 해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더군요. 평소 타이핑 하는 각도에서 보면 한글이 무척 잘 보입니다.
사실 제가 예전에 쓰던 키보드는 한글 각인이 아예 없는 키보드라 각인이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리고 저는 이 부분이 무척 생소해서 쓰는 일이 거의 없긴 합니다만... 매크로나 동시입력 관련 변경도 가능한 것 같더군요.
저도 모르는 기능이라 안 씁니다만 구태여 사진을 찍은 이유는... 저 네 키만 재질이 다릅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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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 아직도 전에 쓰던 키보드를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글머리에 오작동을 한다고 쓰긴 했는데, 제대로 작동 할 때도 있고 워낙 애착이 강해서요.
원래는 이베이를 뒤져서라도 원래 쓰던 것과 같은 키보드를 구하던지 어떻게든 고쳐서 쓰려고 했는데, 그 와중에 마음에 들어서 장만한게 이 제닉스 스톰체이서입니다. 이제 한 달 정도 사용했군요.
제가 이제까지 쓰던 '철컹철컹'이 아닌 '딸깍딸깍'이 처음엔 무척 어색했었습니다만, 한 달 정도 써보니 이것도 무척 좋군요. 성능도 성능이지만 디자인 면에서 무척 만족하고 쓰고 있습니다.
사진에는 없습니다만 키스킨이 동봉되어 있다는 점도 무척 매력적입니다. 요즘은 키스킨 달려있는 키보드를 거의 못 봤는데 이삼십년 전엔 필수 아이템이었거든여? 덕분에 먼지도 거의 쌓이지 않고 깨끗하게 사용중입니다.
이제 고장만 나지 않는다면 이 키보드도 꽤 오래 사용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전 키보드와 함께 투샷.
IBM MODEL M (1989) & XENICS STORMCHASER (2017)
그게 좋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