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를 무난하게 마치고 밤 12시가 되었습니다.
마피아는 고개를..........이 아니고
다음날 금요일이 된다는 희망을 맞이하며 잠자리로 가려고 하는데
톡이 하나 옵니다.
자요? 라는 아주 쉽게 보낸 톡입니다.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하여 잘지내시라 이제 번거롭게 해드리지 않겠다며 이야기 한지
한 달만의 톡이었습니다.
언제든지 미련없이 정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곤 했었지만, 생각보다 마음이 있었던 것인지
일상에서 끊임없이 달라붙는 잔재들 때문에 번거로운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뉴스를 검색한다 -> 영화뉴스를 본다 -> 드웨인 존슨과 빈디젤 기사를 본다 -> 분노질주 시리즈 얘기를 본다-> 아 둘 다 이 영화를 좋아해서 수다를 떨었었지-> 젠장. 이런식)
그래도 회사일도 바빠지고 사람의 기억이라는게 축복받은 점이 있어서 술술 잊혀져 갔습니다.
문제는 차단을 하지 않고 숨김처리로 해버린 것이 문제였죠.
이렇게 톡이 날아오면 톡을 봐버릴 수 밖에 없으니까요
왜 차단을 하지 않았던 걸까 혹시라도 남자친구가 생겼다는게 사실이 아니라고
다시 연락해주길 내심 바랬던 걸까
왜 나는 이전처럼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고 시원하게 살겠다. 다짐하고 다짐하면서
멍청한일을 되풀이 하는 것일까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 치는 가운데 계속 톡은 들어옵니다.
그냥 생각나서 해봤어요
생각? 참으로 편리한 말입니다.
정말로 편한 이야기에요.
거리를 걷다가 '아 여기 쯤에서 전화가 걸려왔었지' 하는 생각.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도시 이름이 나오면 '아 거기 살았지' 하는 생각.
매주 토요일 밤이 되면 '이 시간에 일했지' 하는 생각.
회식을 하고나서 전무님이 대리를 부른다고 하시면 '아 콜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했지' 하는 생각.
생각이 나서 연락한다는 그 편리한 일을 안하려고 묵묵하게 있었던 내가 미련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전화가 옵니다.
받을 필요가 없는데 받는 건 또 무슨 바보 같은 짓인지
그냥 평소와 같은 밝은 어조의 목소리를 들으니 타고 남은 잿더미 속에 불씨가 남아있는 것만 같아서
그리고 [그냥 연락해봤어요. 잘 지내요.] 라는 말을 듣기가 두려워서
말합니다.
생각만으로 연락할 거였다면 수만번은 연락했을거라고
그렇게 자길 좋아했었냐는 이야기에
평소에 좋다고 이야기 할때도 몰랐는데 내 생각보다 그랬던 것 같았다고 이야기하고는
덧붙입니다.
이제와서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인데요
앞으로 두번 다시 연락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