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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글쓰기] 치킨 (5)
2014/03/20 AM 01:46 |
치킨 사진을 보니 치킨이 먹고 싶어져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시간이 흘러 나중에 단둘이 함께 치킨을 먹을 사람은 첫째로 내가 어느 부위를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다리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퍽퍽한 가슴살을 좋아하니까 양다리나 혹은 다리가 세개인 이상종의 치킨이라도 모두 그 사람에게 드릴테다.
그게 아니면 둘째로 부위를 가리지 않고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럼 까탈스럽지 않은 그 사람의 취향이 좋아서 그날그날 그 사람의 기분에 따라 닭가슴살을 양보하거나 날개나 목살도 즐거운 마음으로 뜯어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나는 닭가슴살을 좋아하는 사람도 좋다. 그러면 나는 그 사람과 먼저 닭다리로 건배를 하며 두 다리를 해치운 다음 하나씩 닭가슴살을 집어들겠다. 그리고 맛있는건 마지막에 먹는게 기분좋아하고 말하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싶다. 그럼 아마 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고, 이때도 가슴이 세개인 이상종의 닭이라면 닭가슴살 하나를 양보할 수 있다.
또한 닭다리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그녀가 사실은 닭가슴살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그 사람은 치킨이 나오자 치킨을 바라보는 내 시선과 질문을 듣고 내가 가슴살을 좋아한다는걸 센스있게 눈치챌 정도로 내게 관심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럼 어느날 눈치가 없는 나도 그녀의 치킨취향을 알테고 어느 날은 배부르다는 핑계로, 혹은 오랜만에 닭다리가 먹고 싶다는 핑계로 닭가슴살을 양보하며 행복을 느낄 것이다.
목살이나 날개를 좋아하는 사람은 솔직히 별로다.
사실 이것보다는, 다음에 만나는 사람이 내 치킨 취향도 그대 마음대로 마음껏 변하게 해버릴만큼 삶에 깊히 파고 들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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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글쓰기] 곰벌레 (1)
2014/02/16 AM 10:43 |
나는 곰벌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곰벌레가 되었다.
전생에는 분명히 인간이었으나, 우연들이 겹치고 겹쳐 나는 곰벌레가 되었다.
종이 위를 걷고 또 걸어 이 글을 적는다. 이 몸으로 글씨를 적는 것은 쉽지 않아서 나는 한 글자를 완성하면 앞에 있는 글자가 지워지지나 않았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 발견해서 내 한심함을 알아 주기를 기대하기에 나는 이 글을 적는다. 여기까지 쓰는데 걸린 시간만 해도……. 아니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분명히 인간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지 묻지 마라. 어쩌면 우리에겐 언어도, 소리를 낼 방법도 없으니 의사를 전달할 수 없을거라 생각하며 위안이나 삼으라고 전생의 기억을 그대로 남겨둔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하찮은 자신이 아닌 전생의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건 선물이라기엔 너무도 슬프고 아픈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나는 전생에서 괜찮은 남자였다. 괜찮은 직장에 괜찮은 외모, 괜찮은 집안을 가졌었다. 한 사람을 오랫동안 짝사랑했었다는 점과 재수없는 방식으로 일찍 죽었다는 점만 빼면 정말 괜찮은 남자였다.
점심을 먹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곤충을 아주 싫어하는 나는 갑자기 날아오던 벌을 피하려다 바나나 껍질을 밟고 미끄러져 마침 열려있던 맨홀에 빠져 죽었다. 밥도 먹었으니 죽어서도 때깔이야 좋았겠지만 아, 이 저주스럽고 인상적인 죽음이여!!!
나는 그 길로 천국 행 티켓을 받았다. 천국의 문으로 들어설 때 누군가 내 팔을 잡았다.
"오! 당신은 요 100년간 가장 인상적인 방법으로 죽었습니다."
조롱인지 위로인지 알 수 없는 인사를 건네고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웃고 있는 그 사람은 천사라고 했다. 재수 없는 놈 같으니.
"천국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준 대가로 다음 생에 어떻게 태어나고 싶은지 고를 수 있게 해드리겠어요."
이게 갑자기 왠 행운인가. 나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뭐가 좋을까, 백만장자의 아들? 정우성이나 이병헌만큼 잘생긴 얼굴을 가진 남자? 아니지, 아니지. 꼭 한국에서 찾을 필요는 없지. 조니 뎁이나, 제레미 아이언스 같은…….
그때 천국의 문으로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저 쪽에도 괜찮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내 눈은 그들 사이를 부리나케 누볐다. 그게 악몽의 시작이었다. 그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는 어떻게 벌써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내가 사랑했'었'던 그녀도 있었다. 나는 그녀를 1년이 넘게 만나지 않았다. 그녀를 본 순간 이제는 모두 희석되었을거라 여겼던 사랑은 다시 깨어나 내 심장을 가득 메워버렸다.
천사가 말했다.
“시간을 드렸으니 이제 다 생각하셨죠? 저도 좀 바쁘니까 그럼 갑니다!”
그 때 나는 하필 곰 벌레를 생각했다. 얼마 전에 ‘우주공간에서도 살아 남은 곰 벌레’라는 기사를 재밌게 읽었던 까닭이다. 내 심장이란 놈은 이 곰벌레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수분이 없는 곳에서는 미이라처럼 잠들었다가도 작은 물방울 하나에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곰벌레.
눈을 떴을 때 나는 한 마리의 곰벌레가 되어 있었다.
생각의 속도란 참 알 수가 없다. 그 천사 놈의 질문이 내가 그녀라는 존재를 인식할 때쯤만 됐어도 나는 그녀로 환생해서, 물론 나르시시즘에 심하게 빠지긴 했겠지만(내가 어떻게 그녀가 된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 쉽게 글을 쓰고, 소주, 오 소주 한 잔과 삼겹살 한 점을 입에 넣으며 웃기도 하고 지금처럼 그녀의 얼굴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떠올리며 애정어린 증오를 불사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생각한들 무얼할까. 나는 젠장! 이미 이 따위 기생충 같은 벌레가 되었는데. 아, 이렇게 나는 곰 벌레가 되었다.
그러나, 위안이 되는 것도 한 가지 있다.
저 쪽을 보라.
내가 이 글을 끝마칠 동안 저 곰벌레는 읽어줄 사람도 이미 없어진 연애편지의 첫 문장을 적어내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마무리가 아쉽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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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글쓰기] 옛날 편지지 (0)
2014/02/14 AM 01:03 |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옛날 편지지를 봤다.
연인에게 또는 지인에게 좋은 시구를, 혹은 사랑의 말들을 담아 냈다고 하는 그 한지로 된 편지지는, 적어내기만 하면 모든 말들이 생동감있게 일어나 받는 사람의 마음에 짠하니 찍혀버릴 것만 같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덕분에 나는 마음이 한 없이 진해지고 곧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새벽에 보름달을 담은 물을 정성껏 받아, 그 물로 마음의 색이 제대로 우러나올 때까지 먹을 갈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는 붓을 꺼내어 이 종이에 절절한 마음을 돌처럼 바위처럼 몇 시간이고 쓰고 싶다. 편지를 완성할 때까지 하루가 흘러도 혹은 이틀이 흘러도 그런 수고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릴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받으실 이에게 보내고 싶은 절절한 마음들이 담겨, 온전히 내 마음을 전달해 줄 수만 있다면 그런 수고가 대수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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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글쓰기] 그녀는 언제나 그의 평온과 조급함 사이에 존재한다 (1)
2014/02/07 AM 01:36 |
그녀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질 때마다 그의 마음은 조급함으로 바뀐다.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이렇게 알고 싶은 것들을 알 수 없는 처지에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는 늘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한다. 물론 실제로 그가 알고 싶어하는 것이 그녀에게 존재하지 않는 부분이거나 그가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녀의 모습이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그의 마음은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그녀의 진실한 모습 전부가 아닌 그가 알고 싶어하는 것만을 알기 원하는 것이 그의 진심임을 절대로 고백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그가 그녀의 꽤 많은 부분을 알고 싶어하는 것만은 사실이며 그 자신은 자신도 모르게 이미 그녀에 대한 심리적 거리까지도 정해놓고 있다. 그 거리는 아마도 다음과 같다.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그녀 자신을 제외한다 치더라도 그가 절대로 넘을 수 없는 그녀의 부모, 형제(함께 지내온 시간이 다르다!), 또 넉넉한 마음으로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들을 포함한 친인척 몇 명 정도는 용납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울타리 밖에서 생각한다. 007 정도가 어떨까. 살인면허를 가진 코드네임 007. 언제나 본드걸과 함께 하는 매력적인 남자. 그래서 자신은 도달하지 못할.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식어, 그는 다시 심리적 거리를 늘린다.
이 행동은 절대로 그녀를 위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 자신의 심리적 평온 상태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왜곡되어 평온한 상태를 지나 그에게 심리적 우월감을 가져다 주었다. 잠시 느끼는 심리적 우월감은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가 허용하는 범위 바깥으로 밀려난다면 그의 마음은 상처입고 조급함이 더해져 결국엔 지금의 관계를 넘어서 모든 것을 망칠 것이다.
마음은 겸손하게 정한다. 열손가락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마음이 이렇게 겸손하게 굴 때 손가락이 과욕을 부린다.
열손가락이라!
그의 몸 가운데서도 특히 자존심이 센 손가락이 품 속을 뒤지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핸드폰을 꺼내어 몇 번 번쩍이는 화면 위를 분주히 움직이다가 꾸욱, 한 곳에서 오랫동안 멈춘다. 지워진 메시지와 점멸하는 커서를 바라보다가 그의 손가락은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한다. 마음과 손가락의 혈투는 손가락의 승리로 결정난다.
"미안."
엄지손가락은 실수에 능하다.
실수로 전송 키를 누른 엄지손가락을 보며, 그는 힘없이 한숨을 내뱉는다.
욕망이 투영된 그의 조급함을 평온을 담당하는 마음은 완전히 제어하지 못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지는 조급함 앞에서 그는 또 무력한 인간이 된다.
메시지가 도착한다.
마음과 손가락이 서로 끙끙 앓으며 한참을 생각한 끝에 단 하나의 메시지를 전송하고 또 그 다음을 기다린다. 사이사이의 시간들마다 조급함은 더해진다.
예전보다 조금 더 길어진 대화가 끝나고 나서야 그의 마음에 평온이 찾아온다.
그는 평온하고 싶다. 그러나 그녀는 매번 다른 형태로 그의 모든 시간들마다 존재한다.
그녀는 언제나 그의 평온과 조급함 사이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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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글쓰기] 밀물 (0)
2014/01/24 PM 11:19 |
한 남자가 병원에 찾아와서 수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먼저 불면증이 있냐고 물었고, 많은 양의 수면제는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불면증은 없는데 잠이 설드는게 문제라면서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은 다 취해봤다며 꿈이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나는 호기심에 악몽을 자주 꾸냐고 물었고, 그는 꿈이 무서운 이유에 대해 말해주었다.
꿈이 무서운 이유
얼마전 오랜만에 그녀의 꿈을 꾸었습니다. 나는, 여전히 그 사람, 엘리아나의 꿈을 자주 꾸곤 했는데 어제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깨어나서 기억하는 꿈 그 외에 잊혀져 기억하지 못하는 꿈까지 모두 알 수 있게된다면 내 뇌에서는 언제나 그녀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말입니다.
그녀가 왜 나의 밤의 세계에 있는가를 묻는다면 그 때의 그 시간들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마땅할겁니다. 그때의 그 시간들이, 지난 후에야 알게된 나의 간악한 면들과 모자란 것들을 저 멀리 던져놓는다면 아니, 그 때의 그 모자람까지 모두 더해놓는다고 해도 내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음은 분명합니다. 그녀야말로 나의 사랑이었고, 뮤즈였고, 아테나였고, 아프로디테였습니다. 그녀는 그때만큼은!(그는 이 단어를 강조했다) 내가 태고의 어떤 시간에 잃어버린 반쪽의 영혼이었고, 가장 아름다운 단어들로 채워진 한 편의 소네트였으며 수많은 세상의 진실이자 지고의 아름다움 그 자체인 여신이었습니다. 그러나 계절이 변화하듯이 언제인지 특정할 수 없는 순간에 우리의 사랑도 다음 단계로 들어섰고 시간은 무참히도 내가 이 입과 마음으로 그녀의 작고 부드러운 귓바퀴와 귓볼에 전하던 그 성스러운 단어들, 또한 그보다 그 뒤에 숨겨져있던 찬란하고 아름다운 감정들을 모두 파헤치거나 희석시켜 놓았고, 이제는 사랑했었다라는 기억 외에는 아무 것도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제 깨어있을 때는 단 한순간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꿈 속의 세계에서는 주인공이 되어 있는 현재의 이 상황 자체가 너무도 모순적으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또한 감정이란 것은 그 반작용이 명확해서 낮의 나에게 있어서는 그녀야 잊고 다시는 생각하지 말아야 할 대상에 불과한데도, 꿈은 그 뿌리로 들어가면 내 욕망의 투영인지라 내가 그녀에게 뭔가 바라고 있는 것이 남았나 싶어 스스로 죄스러운 생각이 들지 않았겠습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난 후에 며칠이 더 지나자 더 자주 그녀의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꿈 속에서 그녀를 만나는 일은 이제 현실에서 그녀를 마주치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섭고 두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실제의 그녀는 만날만한 장소가 있고, 상황이 있고, 또 실제로 마주친다하여도 잠깐 서로 흠칫하고 놀라거나 할 뿐으로 대화가 계속될리는 만무하거니와, 혹여나 또 반드시 그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여도 서로의 감정이나 입장이 있는 탓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반면에 꿈 속의 그녀는 어떤 날의 꿈에 등장할지 알 수 없고, 또 때때로 꿈일 것을 알고 있다 하여도 어느 장면에서 갑자기 튀어나올지 알 수 없어..... (우리는 미지의 것을 가장 두려워 하는 것 알고 계시겠죠. 꿈에서는 마음의 준비가 되질 않습니다.) 또한 그러다보니 꿈 속의 그녀에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합니다. 깨고 난 후의 기억만 남은 탓에 잘못 대처했다 싶으면 다시 잠들어보아야 하는 것일까요? 그런 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며, 거기에 애초에 꿈 속의 그녀는 내가 지난 기억에 생명을 붙여 어떤 날의 표정과 어떤 날의 말투, 또 몸짓, 대화 등을 참고해서 만들어낸 스스로의 창작물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라서 결국에는 내가 느꼈던 그녀 그 자체를 바라보는 것과 다르지 않고, 현실의 그녀와 다르게 나와 말도 하고 웃어도 주니 미칠 노릇입니다. 이슬람의 세밀화가들은 스스로 신이 보는 모습대로 그리기 위해서 수천번 수만번 그림을 그리다가 눈이 멀고 나서야 비로소 그 진실된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고 했으니, 이제 저도 그녀와 헤어지고 낮의 세계에서 그녀를 완전히 놓아버리고 나서야 그녀에게 '눈멈'의 의미를 알 수 있는 것 같아, 점점 아름답게 느껴지기까지 하니 다시는 낮의 세계에 그녀가 오지 못하도록 밤의 세계에서도 내쫓아 내고 싶은 것, 이런 이유로 꿈이 두려운 것입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후에, 나는 이 이상한 이야기가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 사흘치의 수면제를 처방해주었다. 처방전을 받은 후에 그는 '감사합니다. 이제 됐네요. 낮의 나는 그녀를 완전히 잊었거든요.'라고 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사흘이 지난 후에 그는 다시 병원에 밝은 표정으로 와서는 또 사흘치의 수면제를 받아갔고, 그런 일이 몇 번 있은 후에 소식을 듣지 못하다가 어느 날 수면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로 자신의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후에 그가 감정의 파고에 따라 우리 모두 흔들리는 날이 있다는 것, 아쉽게도 그것을 아직 알지 못했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아마 낮의 그가 온전한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에 대한 생각을 그의 대뇌에서 친절하게 밤의 세계로 가져다 놓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더 지났다면 밤의 세계에서 재조직된 그녀의 기억들이 그녀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해줌으로써 그는 그녀를 완전하게 잊어버리는데 성공했으리라.
그러나 인위적으로 밤의 그에게서 그녀를 떼어놓자, 견딜수 없도록 꿈의 그녀가 낮의 세계로 밀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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