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직접적인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워낙 장대한 개소리라 읽으실 분도 없을 듯하지만 그래도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니 조심하실 분들은 피해 주십시오.
최근 개봉한 '조커'란 영화가 관람 이후 실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하여 미국 내에서 위험 취급을 받고 있다.
사람들은 극의 주인공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그와 동일한 끔직한 사건을 일으킬지 않을까 걱정한다.
과연 어떤 영화길래 이런 사회적 파급을 불러 일으키는 걸까?
조커의 주인공 '아서 플랙스'가 처한 상황은 다음과 같다.
그는 오래 동안 정신병을 앓고 있으며, 끊임 없이 주변으로부터 학대를 받고, 그로 인해 결국은 사회에서 인정 받지 못한 체 살아가는 패배자다.
영화는 아서가 지속적으로 고통 받다 결국 참지 못하고 터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정 받고 사랑 받고 싶다는 욕망과 그런 그를 받아들이지 못한 사회에 그는 결국 자신의 삶이 농담이라는걸 깨달고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행한다. 아서는 자신을 무시하는 세상에 웃으면서 총과 칼을 내민다.
익숙한 이야기고, 이러한 내용의 변주곡을 수 없이 보고, 들어 봤을 것이다.
영화는 한 때 감독으로도 이야기 되었고 제작으로 참여하다 물러난 마틴 스콜세지의 두 영화 '택시 드라이버',와 '코미디의 왕'을 특히 떠올리게 한다.
소외된 자들이 휘두르는 폭력과 거기에 호응하는 사회, 그리고 현실과 망상의 모호함 모두 두 영화에 짙게 깔려 있던 주제다. 그리고 조커에서도 이 모습들이 똑같이 되풀이 된다. 아쉽게도 조커는 결코 택시 드라이버도 코미디의 왕도 아니다. 물론 그럴 필요는 없다, 허나 그렇다고 코미디의 왕을 안 떠올리기에는 로버트 드니로가 코미디 프로의 진행자로 나와 버리니 비교를 하지 않으려 해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이제 없다 하고, 위의 두 영화가 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비교를 받기 싫었으면 자신만의 매력을 더욱 뽐냈어야 했다.
이런 조커가 내세우는 펀치라인은 호아킨 피닉스다.
영화 내내 카메라는 호아킨 피닉스에게서 한 시도 떨어지지 않고 그를 비춘다. 그리고 그는 그에 보답하듯이 대단한 모습을 보여준다. 호아킨 피닉스는 조커로 분하기 위해 자신을 엄청 학대했으리라. 비쩍 곯은 그의 몸은 조커라는 캐릭터만큼 기괴하고 무서워 보인다. 아쉽게도 영화는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영화는 끊임 없이 같은 내용을 반복만한다. 그리고 끝에 보여주는 모습은 그 기다림의 보답이 될만큼 만족스럽지는 않다. 아서에게는 안된
이야기지만 영화 보는 내내 우리 모두 그가 어서 빨리 나락으로 떨어져 조커로서 등장하기만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가 도달한 조커는 훌륭한 연기만큼 훌륭한 캐릭터는 아니다.
주변의 기대에 못 미치는게 감독의 탓일 수도 있고 비슷한 내용에 무감각해진 나의 탓일 수도 있지만 결국 다 보고나니 나에게 조커는 좋은 모습과 나쁜 모습이 섞여 있는 그저 평범한 영화였다.
자 그럼 원점으로 돌아와서 특별해 보이지 않은 이 영화가 어쩜 이렇게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 넣을 수 있을까?
아마 영화가 빌려온 원작의 힘일 것이다. 언급하는걸 깜박했는데 이 영화는 아마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만화인 배트맨에서 등장하는 악당, 조커에 대한 이야기다. 의례 만화 원작 영화는 그 작품성을 무시 받는데 이 영화는 오히려 그 반대이다. 이 영화가 받는 관심과 환대는 만화 원작이기 때문이다. 원작 만화만이 아니다. 조커는 영화사에도 길이 남을 캐릭터로 이미 2008년 다크나이트에서 한번 그 위용을 보였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여파로 2012년에는 이 캐릭터에 호응한 총격 사건도 있었다. 지금 이 영화가 두렴움과 관심 모두를 받는 이유도 캐릭터에서 나오는 힘과 일련의 사건에서 오는 파급이다. 결코 이 영화 단독으로 일군 현상이 아니다. 이 영화가 똑같은 내용으로 광대라는 이름으로 개봉해 원작 만화와 1도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뜨거운 관심을 받을 수 있었을까?
확답할 수야 없지만 아마 난 보러 가지 않았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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