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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존 카니 비긴 어게인 시사회 감상 (3) 2014/08/13 PM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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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파운틴 문화콘텐츠 웹진의 시사회 협조를 받아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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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여름의 성수기 극장가가 유독 싱거웠던 것은, 모범적으로 공식에 맞춰 웃기려는 <군도>와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앞세워 각본'없는' 드라마를 만들어낸 <명량>이 기대했던 바 보다 못미쳤던 점도 있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좋은 영화를 만든 실뱅 쇼메의 첫 극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이나 마블의 새로운 영화인 너무나도 반가운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그다지 큰 반응을 못끌어낸 점도 있을 것이다. <해적>같은 작품도 나름대로 한국 오락 영화의 계보를 이을만한 훌륭한 코메디 블록버스터였으나, 현 시점에서 큰 반응을 이끌어내진 못했고 이끌기 힘들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 미적지근한 여름 극장가에 달콤한 음료같은 영화 <비긴 어게인>은 너무나도 반가웠다. 전작 <원스>가 음악영화로서 돋보이는 영화로 자리매김 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었는데, 그 감독의 신작인 이 작품이 어떨지는 당연지사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다.


 처음 눈에 띄는 건 단연 캐스팅. 전작의 영화판에선 낯선 배우들이 등장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작품에선 키이라 나이틀리와 마크 러팔로가 주연을 맡고, 마룬 5의 보컬인 애덤 리바인도 출연하며, 반가운 얼굴로 마크 러팔로의 아내로 등장하는 캐서린 키너와 미국의 가수 씨-로 그린도 출연했다. 생각외로 노래를 잘 하던 키이라 나이틀리의 모습에 <오만과 편견>이나 <어톤먼트> <안나 카레니나> (공교롭게도 셋 다 조 라이트의 작품이다.) <데인저러스 메소드>같은 영화들에서 보던 것과 달라 놀랐고, 아직 이런 활기넘치는 역할도 잘 소화할 수 있어서 또 한번 놀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노래실력을 묻어버릴만한 '나는 가수다'를 보여준 애덤 리바인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는 포인트였고 말이다. 극중 그의 단독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극장에서 마룬5의 음악을 듣는 것 같아서 꽤나 새로웠다.


 영화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감독의 전작 <원스>와는 전혀 노선이 다르다. 음악 영화의 형식을 취한다는 것만 같을 뿐, 그 분위기와 특유의 현실적인 모습보다는, 음악적 활동이 주는 에너지와 그들 인생에 끼치는 긍정적 에너지/영향 그리고 맞물리는 개인의 인생이 다시 '비긴 어게인'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다 보니 아무래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제목이 스포일러인 영화의 대목에 합류할 수도 있겠다. 그 영화들 목록을 나열하면 그것도 나름 스포일러가 될 지 모르니 궁금하다면 찾아보길 바란다.) 혹시나 <원스>의 느낌 그대로가 너무 좋다는 사람은 이 영화가 좀 안맞을 수도 있겠으나, 전체적으로 못 만든 영화는 아니다. 사실 사운드트랙 만으로도 꽤 훌륭해서, 감흥이 있는 편인데, 너무 쌩뚱맞게 끌어오는 것은 아닌가 싶으나 극중에서 마크 러팔로가 작곡을 하는 방식이 <업스트림 컬러>의 콜렉터가 하던 작곡법이나, <어둠속의 댄서>의 사운드트랙의 느낌과 비슷하다. 일상속의 작은 소음들을 가지고 하모니를 만드는 것 말이다. 나름대로 괜찮은 음악이 뽑혀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함께 앨범이 갖고싶은 영화가 됬다. (마블은 Awesome mix vol.1과 2를 낼 생각은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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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연 아쉬운게 있다면 스토리다. 갈등이나 장애물을 헤쳐나가는 데에 있어서 결말이야 뻔한 것이 아니겠냐면은 할말이 없겠으나, 전개방식에 있어서 너무나도 정해진 플롯을 따라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말이다. 여기서 또 플롯이 없어야만 진부한 이야기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냐면 더더욱 할말은 없다. 헌데 이야기 창작에 정답은 없듯이, 공식도 없다. 일련의 사건 이후 합심해서 무언가를 해나가기로 결심한 이후로 모든 것이 잘 풀리며 잘 안되던 것도 덕분에 잘 되고 마지막에까지 좋은 에너지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이 과연 좋은 이야기로까지 받아들이는 것은 관객들의 몫이다. 물론 영화는 그걸 상쇄시킬 만큼의 훌륭한 음악과 분위기 형성, 감정선의 고조로 집중력을 흐리게하지는 않고 있다. 단지 너무 화사하고 밝아져서 아쉬울 뿐. 어쩌면 <원스>를 너무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듣기로는 키이라 나이틀리의 배역에 스칼렛 요한슨이 오디션을 봤다가 떨어졌다고 한다. 일전에 상반기에 개봉했던 영화 <그녀>로 그녀의 목소리가 얼마나 섹시하고 음악에 꽤나 잘 들어맞는지 알게되기는 했지만,(아직도 <그녀>의 OST인 Moon Song은 듣기 좋다. 그런데 영화에서도 우쿨렐레를 쓰고,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에서도 우쿨렐레가 나오던데, 요즘 힐링 아이템으로 유행인건지 원래 자리잡고 있던건지 나름대로의 힐링 영화들은 무슨 이유에선지 다들 우쿨렐레를 들고 나온다.) 아무래도 이 작품에서의 스칼렛 요한슨은 잘 상상이 가질 않는다. 일단은 작품의 톤과도 별로 안어울리고, 키이라 나이틀리가 자기 주걱턱이 별로 안 드러날 정도로 (영화가 조금 재미없다 싶으면 유난히 돋보인다.) 열연을 펼쳐준 덕에 키이라 나이틀리가 아닌 그레타 역은 글쎄, 제작진이 알아서 잘 필터링했나 보다. 아니 애초에 키이라 나이틀리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영화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연기와 노래가 굉장히 매끄럽다. 나이틀리의 팬들 입장에서는 그녀의 색다른 연기와 캐릭터를 볼 수 있어서 분명 괜찮은 관람이 될 것이다. 참고로 그녀가 몇 번 빵 터져서 웃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름 볼거리다.


 전체적으로 좋은 영화다. 아쉬운 점이 있다는 것은 그저 이런 점을 싫어하는 분들은 알아서 걸러가시길 하는 마음에 끄적여본 건데, 이 영화의 경우엔 전작이 <원스>였다고 해서 너무 전작을 기대하고 보면 조금 아쉬울것이라는 것이라는 말이 제일 하고싶다. 아주 현실적인 스토리가 버무러져 각광받았던 <원스>에 비해 이 영화는 그와 다른 노선을 걷고 있어, 희망/긍정적 어조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매우 크다. '시련을 헤쳐나가는 인물 총 두명의 전형적인 이야기'라고 말하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매끄럽게 잘 다듬어지기도 했고, 연기가 매우 안정적이며, 스토리의 감정선이 나름대로 억지스럽기보단 꽤나 음악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들려)주려는 노력이 많이 돋보여서 보는데에 불편함이 있지는 않았다. 올 해 음악 영화가 꽤나 안보였었는데, 음악 영화를 좋아한다면 보라고 적극적으로 권할 수 있다. (진심으로 꽤나 괜찮다.) 이 작품 이후로도 9월달에 마이클 패스벤더와 돔놀 글리슨이 주연하는 밴드 소재의 코미디 영화 <프랭크>도 (음악영화일지는 모르겠다 정확히. 세계 최고의 미남배우 타이틀을 가진 패스벤더를 데려다놓고 영화 내내 탈을 쓰는 작품을 찍었다는데, 이것만으로도 코메디다. 비싼 배우 모셔다놓고 무슨 짓이야.) 개봉하고, 이제는 확실히 인기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한 댄스 영화계의 거물인 <스텝 업 올 인>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나름대로 기대되는 부분.


 무튼간에 <비긴 어게인>이 8월 20일 즈음 개봉하는 것은 딱 적절한 시기 선택이 아닌가 싶다. 여름이 끝나가고 조금씩 선선해져갈 즈음에 뉴욕에서 들려주는 음악영화는 꽤나 보고싶은 마음을 들게하는 타이틀 아닌가.



* 키이라 나이틀리가 노래를 그렇게 잘 하는지 몰랐는데, 굉장히 의외였던 영화. 목소리가 왠만한 컨츄리계열 혹은 어쿠스틱 계열 아티스트의 것만큼은 하는 것 같다. 가사 전달력도 영국 발음이라 그런지 나름대로.

* 이혼 직전의 마누라 역할로 <시네도키, 뉴욕>에서 연기했었던 캐서린 키너가 이 작품에서도 마크 러팔로의 아내 역할로 비슷하게 연기한다. 그래도 이 작품에서는 좀 웃어 주셔서 기분이 뭇내 좋더라.

* 연인과의 데이트를 위해 극장가를 찾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만큼 바로 추천해줄 수 있는 영화가 없는 것 같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지 비슷한 시기에 우디 앨런의 <매직 인 더 문라이트>도 개봉하고,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도 보기 정말 좋고 말이다. 좋은 작품이 많은데 다들 <명량>보러 가지 않을까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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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lop T    친구신청

일단 1시간 뒤에 보러가기 때문에 글은 읽지 않았습니다.
영화 보고 와서 다시 읽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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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관람 되세요 ㅎㅎ 음악은 진짜 좋은데^^

dallop T    친구신청

보고왔습니다. 정말 멋진 작품이예요! 앨범도 바로 구매해야겠어요!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 기대치를 만족시킬 것 인가? 기대치에 무너질 것인가? (0) 2014/08/01 PM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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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민란의 시대 : 기대치를 만족시킬 것 인가? 기대치에 무너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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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메인포스터)


이 영화는 정말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하정우와 강동원 그 이름만으로도 한국관객 모두를 열광시키기에 충분하고, 개인적으로 역사적 소재의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군도는 흥행률1위에 올해 최단기간 300만 돌파를 보이며 관심에 부흥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혹평과 호평이 극명하게 나뉘며 평점도 6점대로 형성되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더 궁금했습니다. 과연 기대치를 만족시킬 것 인가? 기대치에 무너질 것인가?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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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 추설 제작보고회중에서)


영화의 감독은 윤종빈입니다. 대표작으로는 범죄와의 전쟁, 비스티보이즈가 있고 이를 포함하여 6편의 영화를 촬영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은 깡패느와르 소재로 재미있게 본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도 훌륭한 캐스팅과 감독의 역량이 빛나는 시너지를 기대했습니다. 수상 내역으로는 단편영화 남성의 증명으로 미장센 영화제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부산영화제를 포함한 많은 국제영화제들에서 윤종빈 감독의 단편영화를 많이 상영했고, 이는 관심 받는 감독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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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영화 느낌의 군도 말타는 장면)


군도는 볼거리가 참 많습니다. 1번째로는 두말하면 입 아픈 캐스팅에 있습니다. 하정우, 강동원의 주연콤비에 그치지 않고, 조진웅, 이성민, 마동석 같은 진짜 연기쟁이들이 다수 캐스팅되어 기대감이 증폭되고,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2번째로는 시대배경에 있습니다. 철종 13년은 약한 백성과 탐관오리가 있으며 백성을 구하기 위한 의적(추설)의 이야기를 영화의 스토리로 사용했습니다. 이는 역사 소재 중에 영화화하기 좋은 소재입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는 많이 사용되었던 서자의 이야기와 장길산이 언급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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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배경인 철종시기의 소작농이 된 백성들)


 3번째는 영화 초반부 등장인물을 설명하는 기법입니다. 초반에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장면은 임팩트가 강했으며, 조윤의 스토리를 그리는 내레이션 기법은 조윤이 왜 악인이 되었는지를 설명하는데 접합했습니다. 그리고 적당한 기만기법(위트)을 보여주어서 즐거움도 만들었습니다. 또한 초반부의 설명은 도치와 조윤의 악연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4번째는 시대상은 조선이지만 두 가지 정도의 다른 사극영화가 아닌 영화의 모습들이 생각나게 하는 설정이 있습니다. 사극이 사극다운점도 있어야 하지만 군도에는 두 가지 정도의 차별성이 있습니다. 우선 말을 달리는 장면이나 추설의 등장인물들이 나타날 때는 사막과 같은 초원, 웨스턴 무비에서 사용하는 서부 영화 속 노래를 입혔습니다. 그래서 신선하기도 하고 볼거리도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대나무 숲에서 수련하는 장면이나 전투 씬은 중국의 역사영화를 생각나게 만들었습니다.

5번째는 스토리 좋습니다. 전체적인 큰 틀의 스토리인 민난과 전투는 개개인의 스토리인 원한들과 매우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원한은 추설이라는 의적 집단이 되어 조윤이라는 거대악과 맞섭니다. 이때 스토리는 어느 한 쪽에 치우침 없이 고루 설명하며 대결구도를 만들었습니다. 6번째는 영화 속의 개그감입니다. 군도는 무거운 영화가 아닙니다. 물론 소재와 주연들의 진중감은 분명히 있으나 조진웅과 마동석의 사랑경쟁, 내레이션을 통한 위트, 주인공 하정우의 성격과 같은 점으로 웃음코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7번째는 강동원입니다. 영화 속 강동원은 미친 존재감으로 하정우를 압도했습니다. 강동원의 악역과 연민이 묻어나는 모습은 남자도 관심이 갈 만큼 훌륭했으며, 그의 외모는 이를 빛나게 하는데 크게 일조했습니다. 마지막 8번째는 그림체입니다. 전투씬의 강렬함은 전투하는 주인공들과 가까이 있는 듯 한 시점을 사용하며 긴장감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전체적 색체가 화려하지 않고 백성들의 안타까움과 탐관오리의 악행이 묻어난 현실을 잘 반영하는 짙은 색을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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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적 '추설')


이런 군도에서 나타나는 아쉬운 점은 우선 지루합니다. 상영시간이 너무 길고, 후반 30분을 위해 영화를 이끌다 보니 도중 도중 지루하고 배경적 설명이 너무 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영화 내내 재미없지는 않지만, 즐겁지도 않은 늘어지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는 강약조절의 실패로 약부터 순차적으로 강을 향하는 영화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스토리의 단조로움에 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점은 좋으나 누구나 예상가능하며 배우들의 연기력에 묻혀 스토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웃긴 장면과 위트가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영화자체의 볼거리와 영화의 정체성에 악영향을 약간 끼친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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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배우 강동원)


결론적으로 군도는 지루함 때문에 기대치를 충족시키는데 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지루하다이 배우들을 가지고 이것 밖에 못만드냐?” 는 소리는 많이 아쉽지만 들을만한 소리였던 것 같습니다. 배우들 중에서도 강동원 말고는 임팩트가 거의 없었으며 스토리가 단조로워서 감독의 다른 작품인 범죄와의 전쟁으로부터 시작된 기대감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필자는 평점 7.2를 주면서 평론은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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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드커피의 영화타임 #19 신의한수 : 잔인하고, 흥미로운 괜찮은 영화 (2) 2014/07/29 AM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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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한수 : 잔인하고, 흥미로운 괜찮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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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cm 사활을 건 신들의 싸움판” 이라는 문구가 마음에드는 포스터)


 이 영화를 보기 전에 평들은 잔인하다, 스토리가 괜찮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짝패나 타짜 같은 도박영화에 스케일 큰 폭력이 가미된 영화를 기대했습니다. 오랜만에 웹툰이 원작도 아니고 영화 작가가 직접 만든 스토리 역시도 이미 알고 있는 스토리가 아니라 더 궁금증을 유발하는데 큰 몫을 했습니다. 영화 포스터에 나온 문구인 “45cm 사활을 건 신들의 싸움판”은 바둑과 도박이라는 포맷을 가장 잘 함축하는 문구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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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한수 제작보고회 중 조범구감독)


 영화의 감독은 조범구입니다. 독립영화 장마를 첫 작품으로 시작하여 이 영화로 서울 독립영화제 장려상을 바로 수상했습니다. 상업영화 입문 후에는 뚝방전설, 퀵을 만들었으며, 개인적으로 뚝방전설은 재미있게 본 영화로 코미디와 조폭영화가 가미된 스토리였습니다. 퀵 역시도 흥미로운 스피딩 소재와 코미디 요소가 잘 섞인 오락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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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인 살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모인 태석의 드림팀)


 이 영화의 장점을 살펴보자면 우선 스토리가 우수합니다. 바둑, 도박, 싸움의 큰 소재는 매우 잘 어울렸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바둑이 화투처럼 도박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그래서 화투랑 비슷한 내기라는 면모를 걱정했는데 이는 영화 속에서 ‘화투는 운이고 바둑은 머리로 하는 싸움이다’ 라는 대사와 정말 치밀한 계산 그리고 화투와는 다른 속임수 방법을 보여주어서 차별화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내기와 싸움의 요소는 남자들이 즐겨볼 만합니다. 이유 없이 잔혹한 절대 악과 복수를 위해 싸움과 내기를 치밀하게 준비하는 주인공 그리고 많은 액션장면과 사기행각 장면, 남자들 간의 신경전을 매우 잘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스토리가 빛났던 이유는 주연들이 모두 연기내공이 탄탄하기 때문입니다. 정우성과 이범수 그리고 김인권, 안성기의 콤비는 정말 영화를 빛낼 정도로 훌륭했고 특히 김인권의 개그 감각은 영화 도중 부담스럽기 만한 내용을 순화시켜주는 역할까지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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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이 바둑을 두는 모습을 보여주는 '주님'역할의 안성기)


다음으로는 이 영화는 바둑과 연계가 잘 되었습니다. 패착, 착수, 곤마, 계가 등 영화의 내용과 순서에 맡게 바둑용어로 파트를 나누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바둑 용어는 회도리 치기입니다. 주인공 태석이 악인인 살수에게 다가가기 위해 그의 부하들인 선수와 아라리, 왕사범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제거해나가는 모습을 적의 바둑알을 연단 수로 제거한다는 의미의 회도리치기와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인생과 내기를 바둑에 비교한다는 점이 영화의 큰 소재인 바둑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다음 장점은 이 영화는 주인공 한명이 책임지는 영화가 아닙니다. 모든 배역이 하나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고 영화를 연계 합니다. 한 팀이 되어서 복수를 한다는 큰 틀의 내용은 개개인의 작은 스토리들이 배경이 되어 어색하지 않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들은 결말을 극대화 시키는 역할까지 합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이 영화는 중간 중간 감독의 특성답게 웃기는 요소가 포함되어있습니다. 꼼수의 개그코드와 영화 속의 등이 굽은 껌팔이가 꼽추가 아니라는 사실, 장님에게 언어유희를 하는 모습은 뚝방전설 때부터 감독이 추구하는 개그적 코드가 내제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장점은 영화의 그림체선택이 훌륭합니다. 영화가 특별한 그림체나, CG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투장면에서의 시점과 다양한 공간들은 매우 잘 선택되었고, 바둑에 어울리는 서예나, 바둑판같은 것들은 소재를 더 잘 드러나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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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인 살수와 내기바둑판을 점거하고있는 살수의 '꾼'들)


 이런 영화에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우선 타짜라는 화투영화와 너무 비슷합니다. 물론 내기와 도박이라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화투용어, 바둑용어 복수에 대한 스토리 등은 타짜와 신의 한수가 계속해서 비슷하다고 생각되게 만듭니다. 그리고 타짜에는 매혹적인 여자 주인공인 김혜수가 있지만 이 영화 속에서 이시영은 김혜수가 내뿜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다음으로는 러브스토리가 너무 적습니다. 이시영의 역할은 태식과 살수의 경쟁을 극대화 시키는 카드였습니다. 하지만 너무 분량이 적고, 적은 와중에도 설득력이 있다면 상관없지만 이마저도 미비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잔인성이 너무 컸습니다. 성인영화이므로 잔인한 것은 상관없지만 너무 영화 속에서 잔인한 장면의 수위가 높고 매우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바둑알을 억지로 먹게 하는 장면, 눈을 멀게 하는 장면 같은 것들은 한두 번의 등장으로 임팩트를 주어야지 계속 등장하게 하여 영화 전체를 잔인한 영화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주연이 아쉽습니다. 장점에서 말한 등장인물 모두의 스토리로 이끄는 영화이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태식입니다. 하지만 태식과 악인 살수는 아저씨의 원빈 같은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이 갖추어졌지만 주연중심보다 스토리를 중심으로 하고 소재위주의 영화를 만들려다 보니 이런 아쉬운 점이 생긴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일부 주인공의 등장이유가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아이의 바둑은 유연하여 부러지지 않는다. 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아역인 안서현을 출현시켰다면 이 모습은 굳이 다른 배우를 쓰지 않고도 주인공이 넘어야할 더 큰 고비를 만들 수 있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악역 중에서도 비중이 크게 없는 배우들은 왜 나왔나 싶을 정도로 의문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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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석과 선수의 냉동실 바둑내기장면)


 결론적으로 괜찮은 영화인 것 같습니다. 누명-감옥-훈련-복수의 틀은 기본기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 것이었고,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력은 큰 틀을 노출 시키려는 스토리 때문에 묻히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래도 연기력은 빛났습니다. 잔인함과 볼거리는 많았으며 바둑이라는 소재와 도박의 연계는 참신했습니다. 영화 말미에 다음 화를 기대하게 하는 대사도 나왔으니 필자는 다음화가 나온다면 영화관에 가서 볼 용의가 있는 기대치를 만드는데도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고 봅니다. 필자의 평점은 7.6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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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액션 영화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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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 왜 있는지 이해가 안하는 영화지요...바둑부분을 다 빼놔도 전혀 문제가 안되는 내용.
[영화] 위드커피의 영화타임 #18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관객을 인간의 편에도 들지 못하고 유인원에 편에도 들지 못하게 하는 영화 (0) 2014/07/18 PM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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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관객을 인간의 편에도 들지 못하고 유인원에 편에도 들지 못하게 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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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2차 포스터)


 


필자는 진화의 시작 이전의 혹성탈출을 영화관에서 제대로 본적이 없습니다. 몇 편 정도만 케이블에서 접한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진화의 시작을 영화관에서 보고 “참 괜찮은 영화다”라는 생각을 했고, 앞으로의 혹성탈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는 더 강해진 유인원들과 약해진 인간 그리고 그들의 감정적 격동과 주인공인 시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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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리브스 감독)


 


 우선 영화의 감독맷 리브스입니다. 이 감독은 학생시절 이미 15편의 개인 영화를 연출했고, 상업영화에 데뷔 한 후에는 공포영화 ‘렛미인’, 스릴러 ‘클로버필드’, 코미디 ‘졸업’ 등 다수의 작에서 ‘혹성탈출’까지 9편 정도의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영화 대부분의 평점은 7점을 넘기고 다수의 작품은 8점대를 기록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로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비극을 잘 그려준 ‘렛미인’을 꼽을 수 있습니다. 맷 리브스는 감성적 스릴러에 뛰어난 역량을 보였으며 이번 SF영화인 혹성탈출에서도 감정적 표현을 충분히 보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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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주인으로의 모습을 잃고 유인원들에게 도움을 처해야하는 인간의 모습)


 


 이 영화의 장점은 우선 스토리가 우수합니다. 인간은 바이러스로 인해 인구의 수가 매우 줄었고, 전기를 잃으면 불안한 인간, 성벽 뒤에 숨어 불안함이 가득하여 지구의 주인으로의 면모를 잃어버린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유인원은 지능발달과 개체수의 증가로 인해서 작은 문명(집, 우두머리, 글, 언어, 수화)을 이루고, 동물사냥(사슴과 곰을 사냥하고 말을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는 모습 등을 보입니다. 즉 한쪽의 하락과 다른 쪽의 상승으로 인해 동등성을 부여하고 인간이 강했던 이전과 달라진 상황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로 인해 인간과 유인원은 공존이냐 한쪽의 멸종이냐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섰고 이는 큰 줄기의 한 개의 스토리로 유지됩니다. 이에 더하여 시저와 유인원들의 인간에 대한 행보 그리고 갈등, 인간은 전기에 대한 간절함으로 인한 유인원과의 공존문제 그리고 개개인의 가정사와 같은 작은 갈래의 스토리들을 형성했습니다. 그리고 이 큰 스토리와 작은 스토리는 잘 어울려져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졌습니다. 영화는 설명이 부족하지도 많지도 않고, 딱 서로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이 보장되기에 충분히만 존재합니다. 다음 장점은 선악이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인간과 유인원 그 어느 쪽도 선악으로 구분 짓지 않습니다. 이들은 서로의 생존에 대한 당위성이 있어 서로를 믿거나 의심하고 공격하게 됩니다. 이는 관객들에게 인간편도 들 수 없게, 유인원 편도 들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와 반대의 예를 들면 아바타에서는 인간의 무자비함이 인간을 악으로 규정해서 나비 족에 감정이입이 되는 효과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인간을 극도로 싫어하는 유인원(코바)이 시저의 행동에 반감을 사고 시저를 총으로 쏘고 인간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고 이기적으로 보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차도 생존이라는 당위성에서 충분히 성명됩니다. 다음 장점은 현실상을 반영했다는 점입니다. “웬 원숭이 영화에 현실성이냐?”라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여기에는 이런 교훈이 있습니다. “작은 실수가 거대한 오류를 나을 수 있다.” 시저를 쏘아 인간과의 전쟁을 선택한 유인원의 실수 그리고 무기를 탐해 유인원의 의심을 산 인간은 시저와 말콤이 지키려한 평화와 믿음을 완전히 산산조각 내버렸습니다.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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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위에 유인원 역할의 사람을 태운 후 직접 연기를 하고 CG를 입혀서 만들어내는 유인원)




다음 장점은 CG입니다. 단순히 화려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영화 속에서 인간의 감정은 표정으로 그려집니다. 심지어 이 영화 속에서는 유인원의 감정도 표정으로 보이기에 충분합니다. 즉 모든 것이 하나하나 다 생생하며 유인원끼리의 장면도 어색하지 않고 감정이입 되는데 전혀 어색함이 없었습니다. 마지막 장점은 주인공인 시저입니다. 시저는 리더의 상징이고 유인원의 수호자이지만, 인간을 사랑합니다. 그러므로 인간과 유인원이 공존하는 방법을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이는 시저주변유인원, 영화 속 인간의 이야기, 공존의 가치를 계속해서 양산해내며 어떤 장면인던 시저는 영화 내내 등장합니다. 즉 시저의 역할 자체가 영화의 처음과 끝을 이끌어 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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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인 시저가 코바에게 용서의 의미로 내미는 손, 유인원들의 사회적특성)


 


 이 영화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도 존재합니다. 우선 전편과의 연결성이 아쉽습니다. 감독이 바뀌어서 그런지 주연이 교체되었고, 전작은 회상, 비디오카메라, 집과 창문 등의 상징으로 약간씩 등장하여 좋은 사람에 대한 향수, 상징으로만 나타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전작과 주인공이 같게 윌 로드만으로 그려졌다면 시저의 인간에 대한 애틋함과 여러 상황 속 감정을 극대화 시키는데 더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다음으로는 인간들의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유인원들의 스토리는 풍부합니다. 이에 대조되어 인간 스토리는 미비했습니다. 인간끼리의 갈등을 영화 후반부에서 총으로 겨눠야하는 상황 말고도 전반부에 다른 방식으로 삽입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다음 아쉬운 점은 씬 스틸러의 미비입니다. 스토리는 훌륭하고, 지루하지 않은 영화입니다. 이런 영화에 주인공인 시저 말고 기억에 남는 주변 캐릭터(웃음코드, 감동)를 등장시켰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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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반부 서로를 신뢰하고 믿게된 시저와 말콤의 모습)


 


 결론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스토리에 한번 만족하고 유인원들과 인간의 감정 그리고 이를 표현하는 CG에 만족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단점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아쉽고 “개인적인 생각에는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관객을 인간의 편에도 들지 못하게 하고 유인원에 편에도 들지 못하게 하는 점은 감독이 혹성탈출의 취지를 잘 그려냈으며 영화를 매우 잘 이끌어 왔다는 증거이고 이는 영화가 괜찮다는 방증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평점은 8.7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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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구로사와 아키라 (0) 2014/07/18 PM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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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일 수록 잘 잔다>

사실 제목을 짓는게 창작행위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부분임을 생각해보면, 제목에서부터 이렇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명확히 드러내면서도 내포하고 있기는 쉽지 않다. 정경유착의 단순한 소재 뒤에 깔린 복잡한 인간 군상들과 이야기의 결말은 현대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관통하는 동시에, 나쁜 놈들이 더 잘 자는 세상을 작품 안에 작게나마라도 충실히 찔릴만큼이나 고스란히 담아놓았다.



뺏어간 사람들, 때린 사람들 즉, 나쁜 사람들이 더 잘 사는건 비단 어제 오늘일은 아니지만,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바라 본 전후의 일본도 별반 다르진 않았던 모양이다. 1960년에 발표된 이 스릴러 영화는 정경유착에 의한 비리와 그로 인한 피해자들의 복수를 줄거리로 하고 있는데, 아주 흥미진진한 느와르를 보여주는 동시에 발전의 이면에 가리워진 끊을 수 없는 사회의 구조적 병폐를 섬뜩하리만치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감독은 모든것이 올바르게 되돌아가는 동화적 결말대신 비릿한 조소로 마무리함으로써 스크린 밖에서 활개치는 진짜 나쁜 놈들을 겨냥한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 하고 있다.


이처럼 시사성 짙은 작품을 만들면서 메시지에만 신경쓰다보면 자칫 간과하기 쉬운 것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캐릭터에게 동기를 만들어주고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설득을 구하는 과정이 다분히 강요하듯이 전개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다행히 이 작품에서 감독은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영화를 읽는 과정에서 관객의 심리가 작용하는 범위를 잘 이해하고, 과히 침범하지 않으며 오히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몰입감을 높히고 있다. 각본이 치밀해 동시에 여러사건들이 톱니바퀴처럼 얽혀 돌아가면서도, 장면마다 꼭 필요한것만 보여주고는 군더더기를 덧붙이지 않고 깔끔하게 이야기가 전환된다. 극단적인 캐릭터를 도입, 등장인물들의 인감됨을 밑바닥까지 파헤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아버지의 자살을 살해로 규정하고 복수를 진행하나 원수의 딸을 사랑하는 주인공, 딸까지도 철저하게 이용하는 권력욕에 눈이 먼 개발공단 부총재, 친구의 복수를 위해 본인의 모든 것을 포기하는 주인공의 친구 등 극단적인 캐릭터들을 활용해서 메시지 전달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고전적이면서 전형적인 캐릭터들의 적절한 조합, 활용 및 시너지의 극대화라고 할까.

거기에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 없는 강렬한 감정표현등은 적극적인 핀 조명의 활용과 인물들의 눈앞에 바짝 드리워진 카메라 연출을 통해 표정과 몸짓만으로도 온전히 전달하고 있다.

과연 그 다운 솜씨다.


특정 장면의 경우엔 긴 설명 없이도 대번에 관객들의 이해와 동의를 이끌어내 주는 이 영화속 연출의 특징을 보여주기도 한다. 화면으로만 보면 두 사람이 어느 남자의 장례식에 와서 조문을 하고 있는 모습일 뿐인데, 이를 지켜보는 주인공들은 차 속에서 이 두 사람이 지난 밤, 영정사진 속의 남자를 죽음으로 내몰기 위해 작당을 하던 이야기가 녹음된 음성을 듣고 있다.

두 사람이 자못 침통한 표정으로 절을하고 돌아설 때에 녹음기에선 일이 잘 해결되었다며 서로 축하하며 부어라 마셔라 희희낙락 하는 지난 밤의 대화가 흘러나온다.

참 기발한 연출인데, 느슨해지지 않도록 아주 경제적으로 알뜰하게 보여주고 지나가면서도 감정은 오히려 실제 두사람의 지난 밤일을 눈앞에서 재연해내는것보다 훨씬 강렬하게 전달한다.


그 밖에도 일부 사건의 결말을 임의적으로 감추어서 궁금증을 유발한다던가, 사건을 먼저 터뜨리고 난다음 흘러가는 양상속에서 인물들의 반응을 보며 사건의 동기와 전말에 대해 짐작해보게끔 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잠시라도 느슨해질 틈을 주지 않는다.

배신, 이중스파이, 정략결혼, 죄수의 딜레마, 이간질, 오해로 인한 의심.

고전 스릴러물의 집대성이라고 할만큼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는데도 피로하거나 짜증스럽지 않고 즐겁기만 하다. 위에 말한대로 감독의 관객 심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느껴보지 못했을 종류의 즐거움이다.


이 영화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시스템의 껍질 뒤에 숨겨진 탐욕이라는 괴물과 싸우는 한 영웅의 전기이다. 신화와 영웅담 속에서 작은 영웅이 몇배는 강한 적들을 쓰러뜨리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목격했지만, 대를 물려 악당의 술수를 더욱 치밀하게 갈고 닦아온 현대 사회의 괴물들은 그처럼 녹록치가 않다. 목숨이 하나밖에 남지 않은 오락실 게임마냥,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것. 영화 자체로는 아키라가 걸작들을 대량생산하던 시절에 만들어낸 상대적인 범작이기는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구로자와 아키라의 작품들 중 일본사회에 대해서 가장 노골적으로 비판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흥미로운 논의가 이끌어질 수 있기도 한 작품인 것 같다.


이와부치가 마지막 어디에선가 걸려온 전활 잔뜩 긴장한채 그야말로 받들어 모신다. 진짜 싸움은 사실 시작도 못해봤다는 씁쓸한 패배감이 올라온다. 최종 보스마저 전화 한통에 목숨을 바쳐서라도 윗쪽에 피해가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벌벌떠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제일 처음에 했던 '맞은 놈은 펴고 자도 때린 놈은 오그리고 잔다.'는 말이 일견 맞아 보이기는 하나, 정작 보면 아마도 '때린 놈이 오그리고 잔다 치더라도 맞은 놈 말고 시킨 놈이야 말로 펴고 자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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