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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네번째-레드브레스트-요 네스뵈 (0) 2014/09/24 AM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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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이유는 저마다 다릅니다. 누군가는 정보를 얻으려고, 또는 위안을 얻기 위해서, 또 순전히 재미를 얻기 위해서 책을 보는 사람도 있겠죠. [책은 친구다]라는 말 속에는 친구처럼 충고를 해주기도 하지만 친구의 가장 좋은 점은 만나서 재미있고 즐겁게 놀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책은 최고의 놀이파트너가 아닐수 없겠죠. 특별히 자신이 선호라는 장르의 책을 읽을때면 그 느낌은 배가 됩니다. 마치 소개팅에 나가기 전의 두근거림이 책의 첫 장을 펼칠 때의 느낌이랄까. 제게는 추리나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의 크라임 소설들이 그러합니다. 어렸을 때는 홈즈와 뤼팽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크리스티 여사님을 거쳐 왔고 지금은 정말 너무나도 많은 나라의 작가들이 활동을 하고 있어서 골라 읽는 재미도 줍니다.

 

한때 미국 작가의 전유물이었던 스릴러 소설은 유럽의 작가들이 급부상 하면서 사람들의 선호도도 약간은 바뀌게 되었죠. 그 시작은 아마도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이 아닐까 합니다. 10부작으로 구성된 이야기가 저자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3부작으로 끝나버렸지만 그 이야기가 워낙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새로운 작가의 발견을 좋아하면서도 더이상 이야기를 읽을수 없다는 점에 안타까와 하기도 했었죠. 그 이후 유럽의 스릴러 소설은 전세계로 퍼져 나갑니다. 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는 아마도 요네스뵈. 한국에서는 '스노우맨'의 작가로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스노우맨'의 인기가 대단했기 때문에 그 이후 '레드브레스트'나 '레오파드' 같은 책들이 나올 수가 있었을 것입니다. 최근까지 한국에서는 다섯권의 책이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최근 나온 박쥐는 해리 시리즈의 가장 첫 작품이라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기 전의 해리의 모습을 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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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나 '해리'는 마이클 코넬리의 형사인 '해리'와도 같은 이름이어서 종종 비교가 되곤 합니다.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해리보슈와 해리홀레로 성은 다르지만 이름은 같은 두명의  형사 해리. 같은 이름답게 그 둘의 성격도 약간은 비슷합니다. 경찰과 타협하지 않고 자기만의 독자노선을 걸으며 증거도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직감을 믿는 해리. 단 코넬리의 해리는 다른 이들을 믿고 팀으로 활동하지 않고 오직 혼자만 일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손잡고 일을 하고픈 열혈 파트너는 항상 있으며 요네스뵈의 해리는 개인적인 이미지도 있지만 파트너가 있다는 점이 다를까요. 요네스뵈의 해리를 읽었다면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시리즈도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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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책은 요네스뵈 시리즈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레드브레스트]입니다. 두께면에서 '레오파드'보다는 얇지만 그래도 읽기에 그렇게 만만한 책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이 책에서는 역사 이야기가 포함이 되어 있어서 더 어렵게 느껴질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번역자는 역자의 글에서 앞부분이 좀 지루할지라도 참고 읽으면 뒤로 갈수록 폭발하는 힘을 볼 수있다고 적어두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역사적인 내용을 잘 모르고 관심있어 하는 편은 아니라 읽기 전 약간은 걱정은 했던 책이었죠. 세계2차 대전이 왜 일어났는지, 어떤 나라들이 싸웠는지, 그 주위에 나라들은 어땠는지 역사적인 배경을 하나도 모르는지라 그런 시대적 배경들이 나와서 혹시 읽는 호흡이 느려질까봐 조바심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번역자의 말이, 적어도 제게는 기우처럼 느껴질만큼, 지루할 것이라고 말했던 앞부분은 오히려 더 사실적이고 전쟁의 상황들을 잘 설명하고 있어서 전쟁에 참여한 그들과 함께 숨쉬고 도망가고 쫓기는 현실감을 느낄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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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중요한 인사들의 경호를 맡은 해리는 늘 그렇듯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행동으로 실천하게 되고 그 대가로 정보국으로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그러면서 "신나치주의" 일을 맡게 되는데 어느 날 공원에서 발견된 탄피에 자신의 일이 연관 되었다는 것을 직감으로 느끼고 지금은 잘 쓰이지 않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그 총의 주인을 찾게 되는데 구하기도 어려운 그 총을 구한 사람은 누구이며 대체 그 총의 주인은 그 총으로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 걸까요. 2차대전 당시에 노르웨이 국민이면서 독일군을 도왔던 병사들, 그 중 살아 남은 단 4명. 살아남은 사람이 알려주는 사실은 과연 무엇이며 50여년이 지난 지금 그는 무엇을 하기 위해 그 강력한 총을 구입했을까요. 작가는 2차 세계대전 당시와 지금의 시점 그리고 해리의 이야기를 쉴새 없이 풀어냅니다다. 아주 세밀하게 잘려진 목차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렇게 쉽게 막 읽히지는 않지만 이해하고 몰두해서 보면 정신없이 넘어가는 페이지를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며 그만큼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전작인 '스노우맨'이나 '레오파드'보다 조금 더 어려운 감이 없잖아 있는 듯 하지만 오히려 그 매력에 더 재미를 느낄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책을 읽으면서 아는 책이나 읽었던 책 또는 영화나 지명이 나오면 반가울 때가 더러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그런 장면이 등장합니다. 해리가 동료형사인 엘린과 함께 [내 어머니의 모든것] 이라는 영화를 보는 장면. 저에게는 프랑스 작가가 쓴 소설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읽었던 책이 영화화되는 것은 흔한 일이지요. 읽었던 책이 영화화 되었고 그 영화를 다른 작가의 책에서 발견. 책을 읽어야지만 찾을수 있는 재미를 직접 느껴보실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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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연극] 중심에서 거리두기, 연극 (0) 2014/09/24 AM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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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명: 인간을 보라 : 인간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공연장: 스튜디오 76극장

공연 일정: ~09.21

 

 

 

 

 

중심에서 거리 두기 , 연극 <인간을 보라>

 

누구에게나 세상의 중심은 바로 자신이다. 사람은 저마다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 주변의 상황이나 물질을 이용하여 개인의 이득과 안정을 얻는다. 인간 전체의 역사는 이와 같은 보편적 현상의 반복으로 이루어져왔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인간은 오랜 과거부터 스스로를 지구의 중심이자 주인으로서 인식하며 문명을 발전시키고 세대를 이어왔다. 단순히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서 자연과 동식물을 이용하여 기술을 발명하고 자원을 축적했다. 이 결과로 현재까지도 인간의 삶은 나날이 윤택해지고 있다.

 

그러나 막상 주변을 돌아보면 어떠할까? 온난화 ,사막화, 녹조현상 등 자연은 병들었고, 동식물은 점점 희귀해지고 있다. 지구라는 거대한 세계 위에서 인간과 자연의 모습은 극단적으로 대비되어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한 가치판단은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 인간은 자신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주관적으로 해석해왔다. 스스로의 사고와 행위에 대하여 철저한 믿음을 지녔다. 이러한 즉 결국 반드시 한 번쯤은 인간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진정 만물의 중심일까? 멀리서 바라보는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언제나처럼 인간의 주변에는 다양한 종이 함께 살아간다. 그 중에는 인간을 창조한 도 있다. 신들 역시 일련의 세계를 구성하며 살아간다. 특히 다수의 신은 지구의 정해진 구역에 따라 저마다 수 억 명의 인간을 관찰하는 의무를 실행한다. 여느 때처럼 인간을 관찰하던 젊은 신은 아이를 유괴 살인한 인간에게 멋대로 벌을 주었다는 이유로 늙은 신과 대립한다. ‘젊은 신늙은 신에게 신이 인간의 운명에 선별적으로 개입하여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관찰 시스템의 구조 개혁을 요구한다. 한편, 인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지구에서 살아온 종인 바퀴벌레역시 인간을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 인간으로부터 부모의 죽음을 겪은 젊은 바퀴벌레는 분노와 동시에 공포감을 전하는 그들에게서 벗어날 방법을 꿈꾼다. ‘늙은 바퀴벌레는 그런 그에게 인간의 문명과 탐욕에 대하여 알려준다. 그러나 이 때, 외계인들 역시 지구의 인간들을 비판하며 행성 획득을 호시탐탐 꿈꾼다.

 

연극 <인간을 보라>는 제목에 맞게 인간과 공존하는 다른 종의 시선에서 바라본 인간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무대에 등장한 안내자의 설명에 따라 인간의 관찰자, 동반자, 경쟁자로 분류된 세 가지의 종의 이야기가 차례대로 진행되는 방식을 띤다. 안내자는 처음부터 관객을 향해 연극의 성격과 내용에 대하여 확고히 말한다. “이 연극에는 인간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연극은 철저히 세 가지의 종에 시선에 맞춰 인간을 그리며, 관객 스스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실제로 종의 속성부터 문명, 역사, 환경까지 인간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연극에서 활발히 언급된다. 신에서 바퀴벌레, 그리고 외계인에 이르는 이야기들은 개별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결국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기적 태도에 대하여 점층적으로 강조, 비판하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이 연극은 인간이란 존재 안에 가려졌던 이면과 폭력적 행태를 모두 고발한다. 환경파괴, 전쟁, 부정부패, 성매매 등 익숙하지만 쉬이 우리가 돌아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하여 주목케 한다. 결국 연극 속 주인공들의 입으로 전해지는 인간이란 흔히 인간 스스로가 긴 역사를 지나오며 이상적으로 정의한 것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물론 이 연극은 단순히 인간에 대한 부정적 시선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관객에게 인간이 스스로 어떠한 자세로 자기 존재와 주변 세계를 인식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생각하게끔 할 뿐이다. 연극은 개개인이 자기존재의 안위만을 챙기는 인간중심주의적인 가치관에 매몰되는 것에 대한 경계를 강조한다.

 

연극은 전반적으로 가볍고 유쾌하게 진행된다. 주제의식을 무겁고 깊이 있게 전달하기보다 폭넓고 즐겁게 전달한다. 젊음과 늙음, 남자와 여자 상반되는 이미지의 두 존재를 배치하여 각 이야기마다 동일한 대립 구도를 설정함으로써 극의 밀도 역시 높인다. 한편, 두 연기자가 주고받는 대사는 일상적이고 위트가 있어 순간적인 웃음을 유발하며, 이러한 반복적 행위는 결국 극 전체를 역동적으로 만든다. 또한 외계인이 뿌린 기억상실가스를 마신 안내자가 극의 첫 대사를 똑같이 읊는 유쾌한 결말은 더욱이 관객에게 끝까지 참신하고 새로운 매력을 전달한다. 특히 이 연극은 미니멀한 무대 연출과 적절한 조명의 활용으로 극을 훨씬 깔끔하게 완성하여 인상이 깊다.

 

가끔은 아주 멀리 서 있을 때, 바로 눈앞에서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연극은 멀리 떨어져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미덕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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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6 오늘의 영화 : (0) 2014/09/24 AM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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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스캔들' 벌써 10년 전, 2004년 황우석 박사의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복제가 세계
최초로 성공되어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발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
고 대국민 사기극으로 남아있습니다. (결국은 2013년에 인간 배아줄기세포 복제를 미국에
서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을 픽션으로 재구성하여 만들어 낸 영화 <제보
자> 입니다. <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이 연출했고 주연 배우들 외에도 내로
라하는 조연 배우들 박원상, 권해효 등이 출연하여 좀 더 몰입도 높은 영화가 기대 되었습
니다. 영화는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한 이장환 박사(이경영)는 국민적인 영
웅이 된 것 처럼 관심과 존경을 받습니다. 그러던 중 이 모든 게 거짓이라는 한 제보자 심민
호(유연석)는 증거도 없지만 PD추적의 윤민철 PD(박해일)에게 방송을 의뢰하고 진실을 밝
히기 위한 내용을 다룹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미처 밝혀내지 못한 의혹을 풀어내자는 부류도 아니고
과거 사건을 다시 상기시킴으로써 "잊지말자. 대한민국" 하는 으쌰으쌰 영화도 아닙니다.
황우석 박사는 사실 인간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했었고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에 의해
조작되었다. 라는 모티브로 시작했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있는
내용과 동일하고 영화의 분위기도 실제와 비슷합니다. 비슷한 이유는 영화가 관람객들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방향이 우리가 방송과 신문에서 접한 언론의 입장이기 때문이기도 합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민철 PD의 시점에서 풀어낸 이 영화는 흥미로웠습니다.  방송정신
투철한 윤민철, 확고한 이장환. 이 둘의 진실공방전으로 영화는 시종일관 흘러갑니다. 

유명한 실화라는 강점을 살려 배역의 구질구질한 설명 없이 바로 본론을 향해 달려가고 그
렇다고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정한 속도감으로 연출 되어졌습니다. 그렇지만 관람객들
에게 긴장을 유도하고 몰입감을 주는 요소는 양파를 까듯이 하나하나 진실을 파헤쳐 가는
부분인데 추리극 처럼 사소한 증거들을 발견하면서 점진적으로 커다란 진실을 밝혀내고 있
습니다. 하지만 밝혀냈거나 공표하고자 하는 진실들은 이장환 박사와 그를 감싸는 여러 세
력에 의해 무너지거나 좌절됩니다. 이러한 열고 덮는 식의 교차 연출을 통해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그리고 진실이 점차 분명해질수록 관객들이 얻는 카타르시스는 점차 커지게 됩니다.
추리극이라 해서 쫄깃한 서스펜스를 다루는 영화는 아니고 그저 드라마 장르를 고수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무기나 폭력이 전혀 없는 말과 글로 이루어지는 정치적 드라마 이기도 합
니다. 
 
정치적 드라마라고 하니 상당히 진지할 것만 같은 영화인데 실제로도 영화의 분위기는 한껏
낮게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내내 이어지는 소소한 웃음 코드들이 있습니다. 상황에서
발생하는 웃음이나, 캐릭터나 대사에 의해 발생되는 웃음들이 상당히 많은데 영화의 분위기
를 깨지 않는 선에서 있고 각자 입맛에 맞게 웃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언론인들에게 사명감을 던져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언론의 무서움도 알려주려는
듯 하지만 진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영화 초반부에 나오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사람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맹목적으로 믿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언론의 영향인지 존경하고 싶
사람의 사회적 지위의 영향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영화속에서는 거짓을 거짓이라 얘기해도
"에이~ 설마" 라고 말하며 인정하지 않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맹목적인 믿음의 무서움을 알
려주면서 주관을 가지라는 메세지도 전달하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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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신분상승을 꿈꾸는 여자와 완전범죄 - (1956) (0) 2014/09/24 AM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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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린 아를레이 <지푸라기 여자> (1956)

 

'막대한 재산 있음. 적당한 배필을 구함. 가급적 함부르크 출신의 미혼녀를 원함. 경험 많고 가족, 친지없고 호화생활에 적응 가능하고 여행을 즐길 것. 감상적인 올드미스나 어리석은 인형은 사절함'

 

신문에서 이런 광고를 본다면 여성은 어떤 느낌이 들까. 호기심에 우선 자신이 이런 조건에 해당하는지 한번쯤 따져볼지도 모르겠다. 가족이나 친지가 없어야 한다는 조건은, 분명 재산 때문에 생겨날 귀찮은 일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호화생활에 적응하는거야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니 이것도 특별히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

 

막대한 재산을 가진 재벌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젊은 신부를 구한다면 분명히 뭔가 '약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이가 아주 많다던지 아니면 추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던지, 성격이 진상이라던지 하는 약점. 그래도 그 약점을 모두 뛰어넘을 만큼의 재산과 호화생활이 보장된다면 한번쯤은 당사자에게 편지를 보내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겨날만도 하다.

 

공개적으로 신부를 구하는 갑부

 

부자와의 결혼으로 신분상승을 꿈꾸는 여자라면, 그동안 가난한 생활을 유지해온 여자라면 더욱 그런 충동이 생길 것이다. 카트린 아를레이의 <지푸라기 여자>의 주인공이 바로 그런 여성이다.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살던 힐데가르데는 전쟁으로 부모와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가 되었다.

 

모든 것이 운명의 장난이었지만 그녀는 이제 작은 행복을 손에 넣을 권리가 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행복이란 재산의 힘, 이것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 막대한 현금과 보석, 부동산 등이 지금까지 채워질 수 없었던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주고 모든 충족을 만족시켜줄 것이다.

 

그래서 힐데가르데는 매일같이 신문에 실리는 구혼광고를 눈여겨 본다. 구혼광고 때문에 신문을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몇년 동안이나 이 광고를 열심히 읽어나가면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행운을 기다렸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바로 위의 광고문구를 보게 된다.

 

광고에서 내세우는 모든 조건이 힐데가르데에게 맞아 떨어졌다. 34세인 그녀는 결혼을 한적도 없고 감상적인 올드미스도 아니다. 나름대로 예쁜 외모도 가지고 있다. 돈의 힘을 빌린다면 그 외모를 더욱 매력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 상대방이 어떤 약점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부자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모든 것이 돈으로 처리되어 버리는 세상 아닌가.

 

그녀는 정성껏 편지를 써서 보내고 얼마 후에 상대방으로부터 만나보자는 제안을 받는다. 고급호텔에서 힐데가르데가 만난 사람은 60대 초반의 중후한 남성이었다. 점잖은 외모를 가지고 있고 생각만큼 나이가 많은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힐데가르데가 결혼할 상대는 그 남성이 아니다.

 

갑부의 비서가 하는 매혹적인 제안

 

자신의 이름을 앤턴이라고 밝힌 그 남성은 힐데가르데에게 이상한 제안을 한다. 앤턴은 세계적인 갑부인 70대 남성 칼 리치몬드의 비서로 수십년 동안 일하며 재산을 모았다. 리치몬드는 성격이 괴팍하기 짝이 없어서 자신이 고용한 사람들을 끝없이 모욕하고 학대해왔다.

 

앤턴은 힐데가르데에게 한 가지를 제안한다. 그녀가 리치몬드와 결혼하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리치몬드가 사망하면 그 재산은 대부분 힐데가르데가 물려 받는다. 그러면 그 재산 가운데에서 20만 달러만 자신에게 달라는 것이다.

 

확실히 좀 이상한 제안이지만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힐데가르데는 곰곰히 생각한 끝에 이 제안을 승낙한다. 얼마 후면 그녀는 갑부와 결혼해서 목욕물처럼 돈을 써대며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고작(?) 20만 달러가 문제일까?

 

완전범죄를 다룬 범죄소설

 

이런 식으로 두 사람이 작당해서 노인의 재산에 접근하는 것도 남들에게 비난받을 만한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도덕적으로 비난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재판정에 서야할 만큼의 범죄는 아닐 것이다. 만일 범죄라고 하더라도 두 사람이 입만 잘 맞추고 뒷처리를 깔끔하게 한다면 '완전범죄'가 될 수도 있다.

 

많은 범죄자들이 완전범죄를 꿈꾼다. 일시적인 충동에 의해서 살인을 하거나 거리에서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이는 '묻지마 살인'이 아니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사기건 은행강도건 살인이건, 오랜 기간동안 치밀하게 준비하고 꼼꼼하게 계획하는 이유도 바로 자신들의 범죄가 완전범죄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해결사건'으로 분류되는 수많은 사건들이 완전범죄에 해당한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면 말할 것도 없다.

 

범죄자들이 완전범죄를 꿈꾸는 반면에 작가들은 상대적으로 완전범죄를 그리려고 하지 않는다. 범죄소설의 기본틀은 '권선징악'이니까, 독자들은 탐정과 형사가 치밀하고 논리적인 추리 끝에 범인을 밝혀내는 것을 무엇보다 보고 싶어 하니까 그럴 것이다.

 

그렇더라도 완전범죄를 다룬 작품들이 몇개 있어도 좋지 않을까. 완전범죄를 다룬 작품을 읽다보면 작가가 심어놓은 트릭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누가 범인일까 맞춰보려고 애를 쓸 필요도 없다. 브라운 신부의 말처럼, 범죄자가 예술가라면 완전범죄는 그 예술가가 만들어놓은 최고 걸작일 것이다. 완전범죄를 다룬 작품을 읽는 것은 그 걸작을 감상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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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크라바트 - 불가능한 꿈, 마법의 세계로의 한 걸음 (1) 2014/09/11 AM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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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박민수 옮김, 『크라바트』, 비룡소, 2000.

 

  어렸을 때 어떤 책을 읽느냐는 참으로 중요한데요.

 

  거기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게 '운'인 것 같아요. 소년의 나이에 소나기」를 읽는 것은 청년 때 읽는 것과 꽤 다를 겁니다. 저에게는 스티븐슨의 『보물섬』이 잊을 수 없는 책인데요. 물론, 그것 말고도 정말이지 너무도 놀라운 책들이 많았죠.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사실 이건 애들이 읽을 책은 아니죠),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반지의 제왕』(이 책이 아주 오래 전에 이미 아동문학으로 번역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트리피트』(이 책이 왜 번역이 안 되는지 모르겠네요) 등등.

 

  그중 하나가 이 책 『크라바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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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제게 엄청난 꿈과 환상을 심어주었던 분의 얼굴을 이제야 보네요.

에이스 문고판에는 이 분 이름이 괴이하게 번역되었고, 사진도 없었거든요.

이 분이 제게 주었던 영향력을 떠올려보면, 아동문학의 영향력이 참으로 거대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크라바트』는 17세기 즈음의 독일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합니다. 17세기로 추정한 건 독일과 스웨덴의 전쟁이 17세기 초이기 때문이고, 소설에 목사라는 직함과 길드라는 명칭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시기가 매우 중요한 소설은 아닙니다만, 시기와 역사를 간과할 순 없는 소설이죠. 알면 좀 더 깊이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렁뱅이 크라바트라는 소년이 꿈 속에서 부름을 받고, 방아간으로 갑니다. 방아간의 주인이자, 마법학교의 잔인한 선생이자, 자신에게 속한 직공들을 마법으로 부리는 '주인'이 크라바트를 새로운 견습공으로 부른 것이지요. 크라바트는 톤다라는 직공장의 도움을 받으면서 방앗간 생활에 적응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 방앗간의 주인은 악마와 계약한 마법사이고, 12명의 제자 중에서 매년 한 명의 목숨을 자기의 목숨 대신 바치는 조건으로 일종의 지배력을 가지게 된 사람입니다. 톤다가 죽고, 몇 해 동안의 여러 사건을 겪으며 크라바트는 검은 물 방앗간의 이런 비밀을 깨닫게 되지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크라바트에게도 이 방앗간을 떠나야 할 이유가 생기고, 주인은 크라바트를 그믐날의 새로운 희생자로 여기기 시작하는데……

 

  참~ 줄거리 요약 못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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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삐뚤어졌다고, 사진 찍은 이의 마음도 삐뚤어진 건 사실입니다.

표지는 정말이지 눈뜨고 봐줄 수가 없네요.

시바 여신인가……

왼쪽이 근래에 발간된 비룡소 표지입니다.

 

  이 책이 새로 번역되기를 바랐습니다. 정말이지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었거든요.

 

  그런데 며칠 전에 우연히 검색했는데, 비룡소에서 이 책이 번역되었더군요. 반가운 마음에 긴급 구입!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은 이 책을 꼭 사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동화이기 때문에 상당히 빠르게, 그러면서도 즐겁게 읽을 수 있어요.

 

  좀 안타까웠던 건, 비룡소 버전에는 에이스 버전에 있던 삽화가 사라졌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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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삽화가 책 앞쪽에 조금 실렸을 뿐입니다.

이전 책에는 다양한 그림들이 실려서 소설의 분위기를 아주 잘 살려주었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삽화가 들어가면 책 제작가격이 뛰게 마련이죠.

그래도 아쉽습니다.

 

  어쩌겠습니다. 그래도 번역되어 나왔다는 거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들, 알라딘이던 예스 24든 후딱 빨리 새 창을 열어서 로그인 하세요.

 

  달려가는 겁니다. 크라바트 검색해서, 후딱 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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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바트』는 영화로도 나왔습니다.

네이버 영화엔 검색만 되고 영화 다운로드를 받을 순 없더군요.

스틸 컷을 보면 소설의 재현을 충실히 했다는 인상을 줍니다.

 

  이 책은 마법과 환상, 꿈에 대한 아동문학입니다. 그리고 사람은 사랑으로 인해 구원받는다는 아름다운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책이지요.

 

  환상적인 요소들을 당대의 상황에 짜맞추는 솜씨도 빼어나고, 어둡고 음산한 사건과 배경, 그리고 그것들을 이겨내는 과정들이 굉장히 흥미로워요.

 

  어릴 때 읽고 지금까지 세 번 읽었습니다만, 이만한 아동문학도 드물다고 생각해요.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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