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윤해원과 서미연의 결혼식날의 아침이 밝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다 되도록 정작 조 원장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건 아마도 그의 목적이 결혼식 자체가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다른 무엇임을 암시하는 설정일 겁니다.
조 원장을 부르러 그의 집을 찾아 간 이정태는 거기서 뜻하지 않게 이상욱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이상욱은 문틈으로 조 원장을 훔쳐보고 있습니다.
지난 번에도 잠시 설명했었지만, 이상욱이 보낸 편지가 '비판 -> 감사'의 순서라면 여기서 그의 행동은 매우 어색합니다.
아무튼 호기심을 느낀 이정태도 그와 함께 조 원장을 훔쳐봅니다.
흔히 소설에서 '훔쳐보기'는 인물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장치로 사용됩니다.
그럼 조 원장의 속마음을 한 번 들여다 볼까요?
그의 축사는 결혼식에 대한 내용보다는 거의 간척공사에 대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결혼식과 간척공사를 연결시키려는 노력도 보입니다.
진지하게 지켜보던 이상욱은 마침내 희미한 웃음을 짓습니다.
이정태는 이 웃음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을 제시하지만, 1부에서 이상욱이 언제 웃음을 지었는지를 돌이켜 본다면 답은 쉽게 나옵니다.
그는 항상 조 원장에게서 동상을 발견했을 때 웃었습니다.
아마도 이상욱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굳건한 조 원장의 동상과,
따라서 자신에게 아직 역할이 남아있음을 확인하고 웃었을 겁니다.
조 원장은 3부 시작 부분에서 간척공사가 완성되어 원생들에게 약속한 땅이 주어져야 비로소 낙원이 이루어진다고 했었는데, 398 페이지에서는 땅의 주인이 될 수 있든 없든 우리는 이미 낙원을 풍족하게 누리고 있는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 놓습니다.
3부에서 긴장감을 유지하는 장치는 간척공사만 완성되면 진정한 낙원이 이루어질거라는 조 원장의 맹목적인 믿음입니다.
그리고 결말의 장면은 두 지식인이 한 명의 독재자를 감시하는 모습입니다.
이상욱은 1부에서 조 원장을 견제했지만 실패했던 인물입니다.
이정태는 2부에서 실패했던 인물입이죠.
3부에서 두 사람이 함께라면, 이번엔 제대로 견제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또 실패해서 조 원장이 다시 권력을 쥐고 폭주하게 될까요?
이렇게 본다면 이 소설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열린 결말'로 볼 수도 있습니다.
[다시 읽기] 시리즈의 의도는 기존의 해석이 틀렸고 저의 해석이 옮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의 해석과는 전혀 다른 해석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또 한 편의 한국 문학의 걸작을 여러분들에게 소개하였습니다.
다음 번에는 영국 소설인 [제인 에어]를 작업해 볼까 합니다.
그럼 다음 작품이 준비되는 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