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훈 MY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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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마지막 회. (0) 2023/02/14 PM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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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윤해원과 서미연의 결혼식날의 아침이 밝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다 되도록 정작 조 원장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건 아마도 그의 목적이 결혼식 자체가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다른 무엇임을 암시하는 설정일 겁니다.


조 원장을 부르러 그의 집을 찾아 간 이정태는 거기서 뜻하지 않게 이상욱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이상욱은 문틈으로 조 원장을 훔쳐보고 있습니다.

지난 번에도 잠시 설명했었지만, 이상욱이 보낸 편지가 '비판 -> 감사'의 순서라면 여기서 그의 행동은 매우 어색합니다.

아무튼 호기심을 느낀 이정태도 그와 함께 조 원장을 훔쳐봅니다.


흔히 소설에서 '훔쳐보기'는 인물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장치로 사용됩니다.

그럼 조 원장의 속마음을 한 번 들여다 볼까요?

그의 축사는 결혼식에 대한 내용보다는 거의 간척공사에 대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결혼식과 간척공사를 연결시키려는 노력도 보입니다.

진지하게 지켜보던 이상욱은 마침내 희미한 웃음을 짓습니다.

이정태는 이 웃음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을 제시하지만, 1부에서 이상욱이 언제 웃음을 지었는지를 돌이켜 본다면 답은 쉽게 나옵니다.

그는 항상 조 원장에게서 동상을 발견했을 때 웃었습니다.

아마도 이상욱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굳건한 조 원장의 동상과,

따라서 자신에게 아직 역할이 남아있음을 확인하고 웃었을 겁니다.


조 원장은 3부 시작 부분에서 간척공사가 완성되어 원생들에게 약속한 땅이 주어져야 비로소 낙원이 이루어진다고 했었는데, 398 페이지에서는 땅의 주인이 될 수 있든 없든 우리는 이미 낙원을 풍족하게 누리고 있는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 놓습니다.


3부에서 긴장감을 유지하는 장치는 간척공사만 완성되면 진정한 낙원이 이루어질거라는 조 원장의 맹목적인 믿음입니다.

그리고 결말의 장면은 두 지식인이 한 명의 독재자를 감시하는 모습입니다.

이상욱은 1부에서 조 원장을 견제했지만 실패했던 인물입니다.

이정태는 2부에서 실패했던 인물입이죠.

3부에서 두 사람이 함께라면, 이번엔 제대로 견제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또 실패해서 조 원장이 다시 권력을 쥐고 폭주하게 될까요?

이렇게 본다면 이 소설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열린 결말'로 볼 수도 있습니다.


[다시 읽기] 시리즈의 의도는 기존의 해석이 틀렸고 저의 해석이 옮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의 해석과는 전혀 다른 해석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또 한 편의 한국 문학의 걸작을 여러분들에게 소개하였습니다.

다음 번에는 영국 소설인 [제인 에어]를 작업해 볼까 합니다.

그럼 다음 작품이 준비되는 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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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39. (0) 2023/02/14 AM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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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조 원장은 자신의 독선과 위선을 쏙 빼고 간척공사가 실패한 이유를 찾으려고 합니다. 그러니 제대로 된 답이 나올 리가 없습니다.

결국 그가 찾아낸 답은 이상욱의 편지에서 언급된 '공동운명'입니다.

즉, '나는 오로지 사랑과 희생으로 원생들을 보살폈지만 공사가 끝나면 떠날 사람이라서 실패했다'는 겁니다.


아무튼 마침내 답을 찾았다고 생각한 조 원장은 서둘러 소록도로 돌아 오지만 여전히 간척공사에는 손도 대지 못합니다. 그러자 이제 '원장이라는 권력'을 갈망합니다.


384 페이지에서 조 원장은 이정태에게 '사랑을 행하는 데는 절대적으로 힘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힘이 있어야만 행할 수 있는 사랑... 그건 진정한 사랑일까요?

서미연이 힘으로 윤해원을 치유했나요?

지금은 원장이라는 권력이 없어서 행할 수 없다는 조 원장의 그 '사랑'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386 페이지에서 조 원장은 다시 말합니다.


"운명을 같이하지 않는 한에서의 힘의 질서는

무서운 힘의 우상을 낳을 뿐이겠지요."


이것이 2부의 실패에 대한 조 원장 스스로의 평가입니다.


"허심탄회한 힘의 질서 속에서

자유와 사랑이 행해져나가야 했었어요."


그리고 이것이 그가 3부에서 이루고자 하는 세상입니다.

만약에 정말로 조 원장이 다시 소록도의 원장이 된다면, 그 허심탄회한 힘의 질서 속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도대체 어떤 일들이 행해질까요?

그 끝에 있는 것은 정말로 '원생들의 낙원'일까요? 아니면 '당신들의 천국'일까요?


388 페이지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원장의 권능이 섬사람들 자신의 의사에 의해 선택 되어져야 한다. 그렇지 못한 힘은 언제나 그 힘 자체의 욕망을 충족시킬 이기적인 명분을 지어내게 마련이다.'

지난 회에 말한 것처럼, 이 문장은 소록도에 민주주의가 이루어지고, 앞으로는 원생들에 의해 선출된 원장이 나와야 한다는 뜻이지만, 조 원장은 이것마저도 '원생들이 (공동운명을 이룬) 자신을 다시 원장으로 선출하는 것' 정도로만 해석합니다. 바꿔 말하자면 조 원장의 관점에서는 공동운명을 이루지 못한 새 원장은 진정한 원장이 아닌 것입니다.


이렇게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를 되찾은 듯한 소록도에서 조 원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 같은 존재가 됩니다. 그리고 이정태는 그의 눈에서 감추어진 광기를 발견합니다.


이렇게 작가는 비록 사회가 민주주의를 향해 첫걸음을 떼더라도, 과거의 독재 세력은 그 흐름에 순응하지 않고 어떻게든 다시 흐름을 돌리려는 위험 요소로 남게 될 거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3부를 읽다보면 제겐 1970년대가 아닌, 딱 지금의 대한민국이 보입니다. 그래서 문학은 항상 현재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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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38. (0) 2023/02/13 PM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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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이상욱의 '비판'의 편지는 2부의 조 원장에 대한 가장 정확한 평가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373 페이지에는 그 동안 그가 보여준 위선과 무능력, 선동에 대한 혹독한 비판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가 처음에 조 원장을 과거의 원장들과는 성격이 다른 인물로 설정한 이유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374 페이지의 '그 지배자가 최초에는 아무리 성실한 인간성과 선의의 명분을 지닌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것은 1부의 우직했던 조 원장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러던 그가 2부에서는 어느새 교활하고 위선적인 인물로 변해 있었습니다.


이렇게 작가는 견제받지 않는 시스템 안에서는 어떤 성격의 지배자라도 결국 동상을 향한 욕망에 함몰되어 독재자로 변하고 만다는 사실을 보여주려 한 것 같습니다. 독재가 완성되는 데는 지배자 개인의 품성보다는 시스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지요.

그런데 이 말을 뒤집으면, 지배자 개인이 아무리 독선적이라도 그것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만 잘 갇추어져 있다면 독재자는 탄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됩니다.

저는 당시 박정희 군사독재를 보면서 작가 이청준 씨가 우리 사회에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가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상욱의 비판이 끝나자 다시 이정태가 조 원장을 옹호하고 나섭니다. 이렇게 조 원장을 사이에 두고 이상욱은 비판하고 이정태는 옹호하는데, 이건 매우 이상한 설정입니다.

어느 쪽이 소설의 주제이든 다른 한 명이 그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결말에서는 이 둘이 함께 조 원장을 훔쳐보면서 소설이 끝납니다.

이 장면에서도 저는 이상욱이 조 원장을 비판하며 작품의 주제를 제시하고 있고, 이정태는 소설 때문에 곤란해진 조창원 씨를 배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계속해서 자유, 사랑, 믿음 등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제가 정말 궁금한 것은, 과연 저런 것들이 2부에 존재하기나 했었습니까?

정말 조 원장이 원생들을 사랑으로 이끌었었습니까?

정말 원생들이 자유를 가지고 조 원장을 따르기로 선택했었습니까?

이렇게 두 사람은 2부에서 존재한 적도 없었던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장면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 2부에서 자유, 사랑, 믿음을 보여준 인물은 서미연 밖에 없었습니다.)


이상욱이 편지에서 말하는 공동운명이란 '원생들과 운명을 함께 하는 원장'입니다. 이것은 '앞으로는 원생들로부터 원장이 나와야 한다'는 의미일 겁니다. 즉, 소록도의 민주화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조 원장은 이것을 '원장이 소록도에 눌러 사는 것' 정도로만 이해하고, 따라서 자신이야말로 최초로 공동운명을 이룩한 원장이라고 믿습니다. 이는 곧 간척공사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집니다.


서미연은 10년 정도의 시간을 고스란히 희생하고서야 마침내 윤해원의 마음의 철조망을 허물고 공동운명을 완성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소록도 원생들 전부를 치유하려는 원장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아마도 초인적인 인내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이상욱이 긴 편지를 통해 조 원장에게 설명하려고 한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조 원장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봅니다.


아마 어떻게 다시 간척공사를 시작하게 되고, 또 다시 실패하더라도 여전히 조 원장은 깨닿지 못 할 겁니다.

그 때가 되면 그는 또 다른 핑계를 찾아내서는 '이번에야 말로...'라면서 또 다음 기회를 노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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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37. (0) 2023/02/13 AM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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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밤이 되자 이정태는 윤해원과 서미연을 인터뷰하려고 몰래 숙소를 나섭니다.

그런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앞에 조 원장이 나타납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조 원장이 이정태를 줄곧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즉, 자신이 세워둔 모종의 계획 속에서 윤해원도, 서미연도, 이정태도 각자 맡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꼼꼼히 통제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논란이 되는 이상욱의 편지가 등장했습니다.

이상욱의 편지는 두 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간순으로 배치해 보면,


첫 번째 편지(7년 전, 비판) -> 두 번째 편지(2년 전, 감사)


그런데 왠 일인지 작가는 두 편지를 시간의 역순으로 소개합니다.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감사'보다 '비판'에 더욱 무게가 쏠립니다.

게다가 두 개의 편지를 다 읽은 조 원장과 이정태는 첫 번째 편지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눕니다. 마치 두 번째 편지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말이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시간 순(비판 -> 감사)으로 소개하는 것이 당연할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마지막 장면에서 폐인의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 문틈으로 조 원장을 훔쳐보고 있는 이상욱의 행동이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던 중에 '이동진의 빨간책방-당신들의 천국편'을

들어보니 소설이 연재될 당시에는 이상욱의 첫 번째 편지, 즉 비판의 편지만 등장하고, 두 번째 편지는 나중에 단행본으로 엮으면서 추가된 설정이라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됩니다.

이상욱의 두 번째 편지를 빼고 작품을 읽어 보면 그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조 원장을 비판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상욱은 그의 편지에서 '공동운명'이란 단어를 언급합니다.

아마도 이상욱은 서미연이 윤해원을 치료하는 방법(사랑과 희생)을 염두에 두고 이 단어를 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조 원장의 욕망과 맞물려 엉뚱한 결과를 낳습니다.

조 원장은 다시 섬으로 돌아가고 싶어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해답을 찾지 못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욱의 편지를 읽고는 '공동운명'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자신은 언젠가 떠날 사람이었기 때문에 원생들의 신뢰를 잃어서 실패했다. 그렇다면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면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조 원장은 이상욱의 충고조차 자신의 욕망에 끼워맞춰 해석하고는 간척공사를 완성하고자 다시 섬으로 돌아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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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36. (0) 2023/02/12 PM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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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조 원장의 방법이 '전쟁'이었다면, 새 원장의 방법은 '화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원생들과 직원들이 서로 이웃이 될 수 있도록 아주 조금씩, 천천히 이끌고 있습니다.

이 두 원장의 방법을 비교하면 문득 신영복 선생의 이 문구가 다시 떠오릅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다.'


조 원장은 지배자의 입장에서 원생들을 불쌍히 여기고 구원해 주려 했었습니다. 심지어 원생들이 우산이 싫다고 하자 그럴리 없다며 강제로 씌우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새 원장에 이르러 비로소 원생들이 꿈꾸던 방향으로 소록도가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353 페이지의 '축구 시합과 오마도 공사를 계기로'란 표현에 주목해 보죠.

화자는 조 원장이 축구 시합과 오마도 공사를 통해 원생들을 증오와 광기로 이끌었으며, 이제 새로운 원장에 의해 그들의 영혼이 다시 순화되어 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356 페이지를 보면 조 원장은 윤해원과 서미연의 결혼을 계기로 다시 섬에 축구 시합을 열려고 합니다. 아마도 그 다음 단계는 간척공사가 될 겁니다.


조 원장이 꿈꾸는 낙원은 건강인들과의 전쟁을 통해 완성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원생들은 증오와 광기로 가득 차 있어야 하고, 지금처럼 그들의 정서가 순화되어 가면 곤란합니다.

그래서 저는 3부의 갈등을 과거를 상징하는 조 원장과 미래를 상징하는 새 원장 사이의 갈등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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