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훈 MY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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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30. (0) 2023/02/09 PM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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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조 원장은 3월 6일까지 무조건 간척공사를 끝내라는 새로운 명령을 원생들에게 내립니다. 그리고 이미 조 원장과 한 배를 탄 황 장로도 적극적으로 그를 도와줍니다.(만약 간척공사가 실패한다면 원생들의 분노는 조 원장은 물론이고, 기회가 있을 때 그를 처치하지 못한 황 장로에게도 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조 원장은 누굴 위해서 3월 6일을 고집하는 걸까요?

간척공사의 완성이 6일이든, 8일이든, 원생들 입장에서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조 원장은 어떻게든 자신의 임기 중에 공사를 완성하고, 그것을 자신의 업적으로 포장한 후, 돌기둥에 새겨 후세에 영원히 남기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이어지는 이상욱과의 대화에서는 자신에게는 어떤 욕심도 없다고 태연하게 말합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갑작스럽게 조 원장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297 페이지에서 이상욱은 조 원장이 원생들의 마음 속에 '희망, 신념, 신뢰'를 심어주었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건가요? 조 원장이 심어준 것은 '증오' 아니었나요?

저는 이 부분이 납득이 되지 않아 소설 외적인 자료들을 조사해 보았는데, 이 소설이 연재되던 도중에 조백헌 원장의 모델인 조창원 씨가 구속되었고, 그의 가족들이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조창원 씨를 도와달라고 부탁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오마도 간척공사는 전라도에서 주관하였고, 나환자들의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조창원 원장에게도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변변한 장비도 없는 상황에서 조창원 원장은 '군인 정신'만을 내세워 원생들을 몰아부쳤다고 합니다. (지금부터는 저의 추정입니다.) 소설의 내용처럼 공사가 점점 지연되자 정치인들은 책임을 뒤집어 씌울 누군가가 필요해집니다. 그런데 때마침 이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조창원 씨에게 혐의가 쏠리게 되자, 그에게 책임을 덮어 씌우고 구속시킵니다.


저는 작가의 의도가 '조백헌'이란 가상의 인물을 통해 독재의 속성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소설 속의 '조백헌' 때문에 현실의 '조창원' 씨가 피해를 입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조백헌'과 '조창원'은 전혀 다른 인물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당시의 독자들은 그 둘을 구분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작가는 심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것이며, 조백헌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조창원을 구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나온 것이 '간척공사의 실패는 비판하되 조백헌 개인의 선의와 희생만큼은 인정하자'라는 포지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300 페이지에서 이상욱은 자신의 이중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이용합니다.

그는 조 원장에게는 나환자지만, 원생들에게는 건강인입니다.

원생들은 그의 탈출을 '소록도 최초의 건강인의 탈출'로 받아들이게 되고,

같은 건강인인 조 원장까지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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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29. (0) 2023/02/09 AM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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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간척공사의 책임자로서 조 원장의 역할은 '정치'입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역할을 전혀 하지 않던 동안에도, 육지인들은 충실히 대비해 왔습니다. 그 결과로 그는 사면초가에 빠집니다.


도청에서는 간척공사의 문제점들을 타당하게 판단하여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조 원장은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그저 감정적으로만 반응합니다.


284페이지에서는 마침내 조 원장이 감추어 왔던 비밀이 폭로됩니다.

공사가 완료되면 토지 분배권은 도청이 가져가도록 처음부터 도지사와 조 원장 사이에 합의가 되어 있었습니다.

왜 조 원장은 이 사실을 원생들에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도지사가 관리권을 넘겨 받아 전문가와 장비를 투입하려 하자 조 원장은 격렬히 반대합니다.


"작업 기간이 1, 2년쯤 더 먹히는 한이 있더라도

이 일은 기어코 제가 끝내고야 말겠습니다."


어차피 토지 분배권이 도청에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전문가와 장비를 투입해서 제대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원생들에게도 좋은 일일 겁니다.

하지만 조 원장은 결코 그럴 수 없다며 반대합니다.

원생들이 1, 2년쯤 더 죽을 고생을 해도 상관없다면서 말이죠.

이처럼 간척공사가 위기에 처하자 그는 동상에 대한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이쯤에서 도입부의 설정을 한 번 다시 살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조 원장은 지금까지의 원장들과는 성격이 다른 원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국에는 독재자가 되어 주정수 원장의 실패를 고스란히 반복합니다.

그래서 저는 도입부의 설정이 '견제가 없는 시스템에서는 어떤 지배자도

결국에는 독재자가 되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조 원장이 생각해 낸 방법이라곤 다시 한 번 원생들의 증오심을 자극하는 것뿐입니다. 이렇게 해서 원생들은 기술 조사단을 테러하게 됩니다.

그리고 조 원장은 그런 원생들의 모습을 '지극히 만족스럽게' 바라봅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몬스터]의 대사가 생각납니다.


"날 봐! 날 봐! 내 안의 몬스터가 이만큼 커졌어!"


조 원장은 도청의 개입을 '원생들로부터 오마도를 빼앗는' 행위라고 말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원생들로부터 오마도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조 원장으로부터 동상을 빼앗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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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28. (0) 2023/02/08 PM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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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 갑자기 이상욱이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그는 지금까지 늘 조 원장의 폭주를 견제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오히려 조 원장을 구원해서 그가 간척공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

평소의 이상욱이었다면 자신이 방아쇠를 당겨서라도 공사를 중단시키려고 했을텐데 말이죠.


조 원장을 죽일 수 없다면 원생들 중의 누군가가 소동의 책임을 져야된다고 하자 황 장로는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올 것을 예상하고는 이상욱과 조 원장의 체면을 적당히 세워주면서 노련하게 사태를 마무리하고 물러갑니다.


278페이지에서 이상욱은 원생들을 따라 내려가는데, 여기서 그의 정체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상욱은 건강인과 나환자라는 두 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스스로는 자신이 건강인보다 나환자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279 페이지에서 조 원장은 올해는 간척공사가 마무리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기도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280 페이지에서 실적 평가단을 맞이하고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배반'이라고 말합니다.

과연 이것이 배반인지 아닌지, 지금까지의 상황을 한 번 정리해 보죠.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조 원장은 아마도 도지사에게 1년이면 충분히 끝낼 수 있다고 약속했을 겁니다. 도지사는 그 말을 믿고 지원을 약속했겠죠.

그런데 3년이 지나도록 공사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당연히 도지사는 조 원장에게 상세한 공사 계획을 요청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에게 제시할 자료가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도지사 입장에서 지금의 실적 평가는 당연한 절차입니다.

하지만 조 원장은 그것마저도 '배반'이라고 부릅니다.


280 페이지 마지막 줄을 주의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상상을 못 하던'이 아니라 '상상을 하지 않고 있던'입니다.

즉, 조 원장은 자신에게 어떤 식으로든 문책이 있을 거란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막상 실적 평가단이 오자 그것을 '배반'이라고 부르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왜 그는 이것을 배반으로 받아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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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27. (0) 2023/02/08 AM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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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조 원장은 그가 2부에서 보여왔던 무능함에 지친 원생들의 분노와 마주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는 자신이 원생들의 낙원을 위해 최선을 다 했다고 항변합니다.


여기서 얼핏 보면 화자가 조 원장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그를 옹호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조 원장을 '진정한 사랑을 실천한 지배자'로 보는 기존의 해석의 근거들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저는 반대로 화자가 조 원장을 비판하기 위해 그의 속마음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자신의 욕망에 함몰된 지배자가 속으로는 얼마나 위선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폭로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조 원장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원생들을 배반한 적이 없었고, 오직 주님의 뜻에 따라 원생들의 낙원을 완성하기 위해 사랑과 희생을 해 온 인물입니다.

이것은 현실의 조 원장의 모습일까요? 아니면 그가 세우고자 하는 동상의 모습일까요?


참고로 이 사건은 조 원장의 모델이 된 조창원 원장에게 실제로 일어났었던 일입니다. 이처럼 이 소설은 다른 소설들에 비해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합니다. 게다가 '연재'라는 형식 때문에 현실이 소설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동시에 소설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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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26. (0) 2023/02/07 PM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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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조 원장은 이번에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외면해 버립니다.

그리고는 혼자 막사에 틀어박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합니다.

그는 자신이 막다른 골목에 내몰렸다면서 괴로워하는데, 그럼 그를 이렇게

내몬 인물은 누구일까요? 다름 아닌 조 원장 자신입니다.


253 페이지에서 조 원장은 '저들이 원한다면 나를 내주는 길밖에.'라면서

마치 엄청난 희생이라도 할 것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다음날 그가 내놓은 대답은 원생들에 대한 '혹독한 협박'입니다.

(참고로 조 원장의 지시문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10월 유신'에 대한 은유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소모전 속에서 지칠대로 지친 원생들은 조 원장에게서

어떤 식으로든 해답을 듣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비록 내게는 아무런 계획도 없지만, 대신 너희들이 알아서 기필코 올해 12월 말일까지 공사를 끝내야 한다.'라는 무책임한 협박입니다.

이런 그의 태도에서 억눌렸던 원생들의 배신감이 폭발합니다.

그리고 그 배신감을 되돌려주고자 조 원장을 찾아 갑니다.


전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그가 막사에서 공사현장을 내려다 보는 대신에 단 며칠이라도 원생들과 함께 돌덩어리를 짊어졌더라면, 그래도 지금처럼 원생들이 그를 죽이려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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