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게시판에서 퍼온글입니다.
버스 막차를 타고 집에 오는 길이었습니다.
날도 추운데 왠 여자가 술에 취해서 길바닥에서 헤롱거리고 있더라구요.
저러다가 몹쓸 일 당할지도 모르겠고, 그대로 내비두면 동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번화가나 그런데도 아니고, 인적이 드믄 아파트단지입니다.
택시타고 집에 오다가 뻗은 것 같고, 일행이 있을리 없으니 그냥 두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112에 신고를 했습니다. 금방 올줄 알았는데 망할 견(犬)찰놈들. 15분이나 걸리더군요. 내 세금 내놔 -_-
그리고 휙휙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저한테 전화를 하더군요. 술 취한 사람 없는 것 같다고...
괜히 여자 근처에 있다가 덤터기 씌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좀 멀찌감치 떨어져있었습니다.
경찰이 괜히 犬찰이 아니죠. 그 경찰놈은 저는 물론 그 여자분도 못 본것 같더군요. 라기 보다는 안본겁니다 그건.
전화 받고 황당해서, 바로 앞에 있는 제가 안보이냐고. 그리고 여자를 찾긴 찾은거냐고. 따졌습니다.
뭐 어쩌고 저쩌고 말을 하다가 술에 취한 여자를 깨우러 가더니 뭐라뭐라 실갱이를 합니다.
이제 됐다 싶어서 집에 가려는데, 경찰놈이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댁들때문에 10분 넘게 이 자리에 서있었고, 추워서 더 이상 있기도 힘들다.
아무튼 저 사람 알아서 잘 해결해달라. 라고 말하고 가려는데. 못가게 잡더군요.
뭐라고 소리좀 내서 기분이 나빠서 그런건지. 뭐 형식상그러는건지 물어보려는 찰나에,
왠지몰라도 그 여자가 본인의 물품을 도난 당한 것 같다라는 말을 했고,
또 아까 어떤 남자가 자기 흔들면서 깨우다가 가슴을 만졌다고 말했다네요.
영락없이 퍽치기에 성추행 용의자가 된겁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구대를 갔다 왔고.
어떻게 된건진 몰라도 정신이 매우 멀쩡해진 여자가 저를 뚫어져라 봅니다.
그리고 어두워서 잘 못봤는데 제가 그런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고 하네요. 확실치는 않다고도 하고요.
복창이 뒤집어질 심정이라, "얼어죽게 내비둘걸 그랬네요." , "고소하세요. 무고죄로 되돌려줄게요" 라고 했습니다.
암튼 양쪽모두 격앙된 상태였고 이렇다할 증거가 없었기에 꼼짝없이 조사받을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안되겠어서 아파트 단지 내 CCTV 위치를 수소문 하게 되었고,
그 여자가 앉아있던 근처에서 제가 CCTV에 찍힌 시간과 112에 신고한 시간이 1분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황상 절도와 성추행을 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으로 일단 결론이 났습니다.
그래서 이제 막 집에 들어왔네요. 112신고부터 집에 돌아오기까지 3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별의 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일단 공연히 날린 제 3시간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것이며, 택시비로 쓴 만원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것이며 -_-
사람 하나 도와주려다가 되레 고생만 하게 된 이 더러운 기분은 어찌해야할지 말이죠.
전 왠지 이런식으로 남을 도와주려다가 되레 제가 더 피해보는 일이 흔합니다.
회원분들을 위한 퀴즈를 내볼게요.
1. 길바닥에 핸드폰이 떨어져있다. 어떻게해야 할까.
(1)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핸드폰을 한번 켜본다. 안 켜질 경우 일단 집으로 가져간다.
(2) 길바닥에 떨어진건 밟아버리는게 제 맛. 못 본척하며 우지끈 소리가 나게 밟아버린다.
2. 길바닥에 술취한 사람이 떨어져있다. 어떻게 해야할까.
(1) 흔들어 깨운 뒤, 정신을 차리면 집에까지 데려다준다.
(2) 흔들어 깨운 뒤, 정신을 못차리면 112 혹은 119에 신고한다.
(3) 흔들어 깨우지는 말고, 그냥 멀찌감치에 서서 112 혹은 119에 신고한다.
(4) 술취한 사람은(특히 여자라면)가능하면 돕지 않는게 좋으므로 무시하고 그냥 가던 길 간다.
1번문제의 답은 (2) 입니다.
실제로 (1)의 행동을 취했다가 다음날 좀 늦게 전원을 켰다가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입건된 사람 봤습니다.
2번문제의 답은 (4) 입니다.
선의로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3)입니다만, 혹시 모르니 주위에 목격자나 CCTV를 확보해두시는 게 좋습니다.
진짜 더럽네요.
앞으로는 사람이 얼어죽든 몹쓸짓을 당하든, 아이가 길바닥에서 울고 있든, 누군가가 급하게 구조를 요청하든.
그냥 무시하고 못본척 하는게 상책인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