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날이 쫌 많이 덥다. 정확히 팔뚝의 안쪽이 데일만큼 덥다. 팔뚝과 몸통이 맞닿는 그곳. 평소엔 데일 일이 없는 곳인데, 난생 처음으로 이곳을 데여 봤다. 평생 처음 이곳을 데이게 된 경위는 이러하다.
-. 해가 많이 쎄던 날이었고, 차로 이동은 대략 30분정도 했다.
-. 그림자가 그리 길지 않은 시간, 가는길에 그늘은 거의 없었다.
-. 그러니까… 아마 본넷 위에 삼겹살을 올려놨어도 익었을거다.
-. 난 여름엔 긴팔 셔츠를 접어서 입는데, 그 날은 좀 헐렁한 셔츠를 입어서 팔꿈치보다 조금 위까지 셔츠가 접혔다.
-. 점심 식사를 겸한 미팅이 잡혀 있었다.
-.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상대방의 건물에 차를 대고 기다려야 했다.
-. 상대방 건물은 차가 가까이 가면 번호판을 인식해서 열리는 것이 아니라, 벨을 누르고 경비원분에게 어디어디 왔어요~! 라고 말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꽤 다르긴 하지만 여튼 이런 비슷한 모양으로.
아직 죽지않은 반사신경에 고마움을 느낄 따름. 다행히도 하루정도 따끔하고 말았다.
2. 회사에 아르바이트가 지이이이이인짜 안 구해진다. 신제품 테스트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몇명 구해야 하는데, 정말 사람이 안 구해진다. 조건이 구린것도 아닐텐데… 시급 만원, 식대제공, 점심시간 업무시간에 포함… 일도 어렵지 않고 커피도 사줄건데. 작년 가을에도 한번 구한적이 있었는데 그때만해도 이력서 봐 가면서 사람 골라 뽑았었는데, 지금은 이력서 자체가 아예 안 들어온다. 기존에 몇 번 구할 때엔 유료상품을 안 써도 잘 구해졌었는데, 이번엔 주말마다 유료상품을 3주째 쓰고 있는데도 안 구해진다. 경리직원의 지인의 지인이 한명 나와서 하고 있긴 한데, 손이 부족하다. 당황스럽다. 이렇게 사람이 안 구해진 적이 없어서. 혹시 주2회 통상 업무시간에 아르바이트 가능한 분이 글을 보시면 연락 주시면 감사…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위치는 서울 영등포구… 시간조절가능… 이상한 회사 아니에오…
3. 월요일에 애를데리고 와이프가 처가집엘 갔다. 하루만 자고 온댄다. 좋아해야할지 아쉬워해야할지 조금 아쉬운 일정이다. 애들이 없는 사이에 평소 하던대로 셀프왁싱을 했는데 이렇게 더울 때 왁싱한건 처음이라 평소엔 발생하지 않던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왁싱을 하려면 피부가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데 구슬주머니가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 평소보다 조금 자유분방한 상태가 됐던 것… 크흡… 이리저리 바를 때 마다 고정이 되지 않아 힘들었다. 다음부턴 따뜻한 물이 아닌 찬물로 샤워를 하고 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렇게 또 하나 배워갑니다. 인생은 수많은 디테일을 배우는 과정인 것 같다. 내가 뭐 하나를 만들던, 뭐 하나를 하던 그것을 잘 하기 위한 방법을. 그 디테일을 점점 배워간다. 뭐 하나를 하던 생각없이 했을때 저절로 그냥 되는 건 없다. 생각대로 안 되는걸 생각대로 되게 하는 것을 배우는 거라고 할까. 세상에 내 마음대로 할수 있는 것은 내 마음 하나라는데 그것도 마음대로 못 하고 있다. 언젠가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내 마음도 내 마음대로 되게 되길.
4. 요즘 스크린에 맛들려서 꽤 열심히 치고 있다. 근데 내가 신체 구조가 남들과 다른건지 뭔지 나는 아무리 쳐도 정석적인 자세로는 공이 맞지 않는다. 에전에… 대략 몇년 전에 레슨받을때도 강사님이 포기했었는데… 백타 언저리 나오다가 폼을 정석적으로 바꾸면 타수가 좀 줄어들까 싶어 바꾸려고 시도하니 120타 130타… 스트레스 오지게 받고 그냥 다시 내 폼으로 바꿨다. 다시 잘 맞기 시작한다. 공이 진짜 안 맞을 떄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같이 치는 사람과 웃고 이야기 하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난다. 골프는 재미있다. 일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기도 하고.
5. 오늘은 내 생일이다. 39번째 생일. 나이가 한살 한살 먹어갈수록 생일의 의미는 점점 희미해져 가지만 엄마한테 고맙다고 말 한번 하고 싶기는 한데 그럴 수 없어 아쉽다. 이미 그리 의미 있는 날은 아니게 되었지만 생일이라는 핑계로 보고 싶었던 책을 스스로에게 선물했다.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 책을 알게 된 지도 오래 됐고 보고 싶은지도 오래 됐다. 많이 보고 싶지만 내돈주고 사기는 왠지 아까워 그냥 오래 군침만 흘렸다. 책이 비싸기도 하고, 제본도 양장이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온지도 퍽 오래 됐다. 국내 2001년 출간. 칼 세이건은 1996년에 사망했으니 원서는 아마 더 전에 출간됐을 거다. 책 내용또한 보지는 않았지만 왠지 얼추 예상이 된다. 그리 현명한 소비는 아닐 것 같다. 그러나 선물은 원래 그런걸 하는게 아닌가? 내돈주고 사기는 아까운 그런 무언가. 누군가에게 받았다면 더욱 더 좋았겠지만 나에게 주는 선물로는 최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머지 두권은 그냥 읽을 책.
6. 요즘 오른쪽 눈에 가벼운 경련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종일 떨고있는건 아니고 간헐적으로 떨리다가 말다가 떨리다가 말다가 하고 있다. 거의 일주일 째 이 증상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런 적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렇게 개선되지 않는건 처음이다. 보통 하루 이틀이면 다 없어지고 괜찮아졌었는데, 이번에는 마그네슘을 먹고, 잠을 많이 자도 개선되지 않는다. 요즘 스트레스때문인지 몸도 꽤 불었는데 몸관리를 다시 빡시게 해야 할 때가 온것 같다. 영양제도 많이 먹고, 식단 관리도, 먹는 양 관리도 해야겠다.
7. 최근 한 2주? 정도 출근길이 많이 편해졌다. 9시까지 출근이지만 보통 8시 30분에는 들어가는 편인데, 차 타고 움직이는 시간이 10분 정도는 줄어들었다. 그 시간만큼 집에서 미적거리고 있다. 더워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기 유난히 힘들기도 하다. 원래 눈뜨면 바로 벌떡 일어났었는데, 요즘은 침대에서 나오기가 싫어 아침부터 아이패드를 잡곤 한다. 왜 출근 시간이 줄어들었을까 생각을 해 보니, 코로나랑 상관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재택을 많이들 하니 당연히 교통량이 줄어들겠구나. 퇴근길은 비슷하게 빡세지만 출근길은 많이 편하다. 편하지만 이렇게 편한건 별로 달갑지않다. 조금은 덜 편해지면 좋겠다. 출근시간 조금 늘어나고 침대에서 덜 밍기적거려도 좋으니 코로나 좀 괜찮아졌으면… 휴가 가고 싶단 말이야…
앞으로 몇 달이 조용히 평안하게 잘 지나갈 수 있기를.
눈떨림은 혹시 열대야때문에 밤에 잠을 잘 못자서 그런걸수도 있습니다. 여름의 눈떨림 현상은 마그네슘보다 수면 문제가 더 큰 원인일 가능성이 높죠. 몇달간 조용히 평안하게 잘 지내시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