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가 아마 군입대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암튼 바람만 스쳐도 게임이 하고싶던 격동의 밀레니엄 초반, 라그나로크라는 게임을 접하게 되었더랍니다.
당시에는 캐릭터를 남/여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서 오덕기질이 (심하게)있던 저는 당연하게 여캐 마법사를 골라서 사냥하다 눕는 플레이를 반복하고 있었고..
그 와중에 옆에서 저처럼 수없이 눕고 있던 남캐를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전 그분보단 덜 누웠어요. 세로깔기를 쓸 줄 알았기 때문에ㅋㅋㅋ)
라그나로크는 MMORPG이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채팅게임입니다.
옆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껴 시작한 수다가 30분이 되고, 1시간이 되고, 다음날까지 이어지고..
그러다 서로 허접한 컨트롤로 파티사냥이라는 걸 인생 처음으로 해보게 되고..
저는 혼자 하는 게임을 매우 좋아합니다.
당연히 MMORPG는 거의 안 하는 편이고, 하더라도 솔로플레이가 가능한 직업만 하죠.
그래서 와우가 재미없었나봅니다.. 하하
아무튼 그 분이랑 친해져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아뿔싸!
그분은 남캐를 하는 '여자'였고, 저는 아시다시피 여캐를 하는 '남자'였죠.
황당한 커밍아웃 후에는 더 친해져서 사이좋게 렙60을 찍는 단계까지 가게 됩니다.
파티플레이를 매우 싫어하던 저에겐 엄청 이례적인 일이었고, 그 후에도 이런 케이스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기억이 남아있네요.
아무튼 입대 1주일 전까지 참 잘 놀다가 군대에서 jot뺑이를 치면서 세월을 보내다 보니 그 분을 다시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군생활 중에도 외박을 나와서 간간히 피씨방에서 라그를 하곤 했는데, 그 분은 이후 로그인을 하지 않더라구요.
요새도 가끔 생각은 나는데, 그냥 즐거웠던 추억으로 묻어두고 있습니다.
7년이 넘게 지났으니깐 그 분도 이제 20대 중반이 되었겠네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