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아픈건 아닌데..
뭐랄까 좋아하는걸 눈앞에 두고도 예전처럼 막 당기지가 않네요ㅎㅎ
예를들어 지금같은 겨울이면 진짜 밥대신 귤만 먹을정도로, 가방에 자리없어서 책을 손에 들어야할지언정
안터지게 비닐봉투에 꽉채워서 귤만 넣고 다닐정도로 좋아했거든요.
근데 요샌 그득 쌓여있어도 두개 집어먹고나면 자연스럽게 손을 놓게돼요;
치느님도 한 다섯조각 먹고나면 음 맛있넹 하고 더먹고싶지는않아져요.
부쳐스컷이라고 단호박스프랑 스테이크 엄청나게 먹었었는데
지금 가면 절반씩은 남깁니다.
꼭 배불러서 그런것도 아니고... 그냥 반이면 충분한것처럼 느껴져요.
이얘길 아는 누나한테 했더니 되게 어른같이 후후후 웃으면서
그게 늙는다는거다 애긔야 이러는데 곱씹어볼수록 더께처럼 더부룩하게 와닿는 말인것같습니다.
지금 이지점의 나는 예전의 내가 상상하던 나와 얼마나 비슷한모습인지,
현관문을 열면 집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서 집에 돌아가는길이 설레였던게
겨우 일년전의 나라는걸 생각하면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다른사람인가요.
충분히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도 외로울수있다는걸 알았어요.
예전처럼 세상을 단순히 인정하고 관조할수 없게됐어요.
잠든 여자친구의 옆모습을 볼때면 정말 깨어있어서 괴로운 기분마저 듭니다.
어디선가 나 모르게 벌어지고 있을 즐거운 파티가 더이상 부럽지 않아요.
더이상 내 것이 아닌 사람의 굴레로부터 물러나는걸 자연스럽게 잘하게됐습니다.
적어도 하루에 일곱시간은 자야해요.
귤은 두개면 충분합니다.
이런게 늙어가는거라고 하면
이 무성한 전망들에 가슴이 떨릴정도예요..
늙고싶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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