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야기는 링크에)
(이어서) 음 확실히 보통 이상이었어요. 그 애가 생일날에도 생일 당일날 저랑만 만났고, 뭐 암튼 저의 연애경험에 비춰 보아도 이건 되는 게임이라고 생각했죠. 옷 사면 그때마다 셀카찍어서 인증샷도 보내고. 그 애가 키가 큰 편이라(174. 참고로 제가 174) "아무래도 키 큰사람 선호하지" 라고 물어도 "아니에요. 제 전 남친은 170도 안됬어요ㅋㅋ" 라든가 "저는 사귀는 사람한텐 정말 헌신적이에요." 라든가 희망을 주는 말들을 해주기도 했었죠....
근데 그게 아니었던겁니다.
맞아요 타이밍을 놓쳤을지도 모르고, 아님 정말 그 애는 연애감정으로 절 대한게 아닐수도 있고....
어느날 페북에 "나는 아마도 연애를 못할것 같다. 연애 포기해야겠다"라는 글을 남기더군요. 저랑 한창 잘 만나던 시기에요. 그따부터 싸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아, 빨리 고백해달라는건가?'하는 착각도 했구요. 그때부터 그 애가 대놓고 소개팅나간가는 글들을 저에게 하거나 페북에 올리거나 하더군요. 이때부터 뭔가 어긋났어요. 저는 조급해지고 점점 그 애는 선을 긋더군요.
하지만 평정심을 찾기위해 그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조급해서 망한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니까요.
그러다가 어느날 그애가 술마시고 집에가면서 전화하더라구요. 술이 많이 취한건 아니고 좀 기분좋게 마신듯한 목소리로.
"오빠, 담에 오빠 만나면 제가 오빠 꼬실거에요"
"니가? 쉽지 않아 나ㅋㅋ"
"ㅋㅋㅋ담에봐요"
그렇게 전화통화 하다가 다음 약속을 잡았죠.
근데 다음날부터 갑자기 또 분위기가 싸해지더군요. 카톡도 통화도 뚝, 페북질도 뚝.
안좋은 예감을 갖은 상태로 그 애를 만났습니다. 아마 올 여름 가장 더운날이었을꺼에요. 밥을 먹고 술을 간단하게 하면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날따라 좋은 얘기보단 우울한 얘기 위주로 가더군요. 그 애의 불우한 가정사, 그에따른 결혼에 대한 불신 등. 우울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깊은 이야기들을 많이 했어요. 그러고 좀 돌아다니다 단 둘만 있게 됬습니다. 그 때, 아 이제 얘기를 꺼내보자, 라는 생각이 들어 말을 꺼내려는 찰날, 그 애가 먼저 말을 꺼내더군요
"오빠, 절 이성으로 보고 계시죠?"
ㅇㅇ
"저 그래서 좀 거리를 두려구요"
ㅇㅇ 나도 그런것 같아 보였어
"오빠가 그런 생각 하는것 같아 보였어요. 전 근데 연애를 못할것 같아요. 오빠가 저 좋아해주고 잘해주는거 너무 고마운데 전 모르겠어요. 사귀는 사이가 되면 스킨쉽도 할텐데, 전 그런 부분에서 오빠한테 못해줄것 같아요..."
?ㅇ_ㅇ?
멘붕이 오더군요 마지막 말. 뭐지? 난 이 애를 만나면서 저렴한 섹드립이라던가 암튼 그런 코드의 이야기를 해본적도 없고, 오해할만한 행동을 한 적도 없는데 왜 이런 말을 하지? 내가 남자로써, 이성으로 보기 힘들다는 말인가? 애초에 지난 연애는 플라토닉이었나???
별의 별 뻘생각을 다 했지만 멘붕은 멈추지 않고 진행되더군요.
"근데 전 오빠랑 생각도 맞고 가치관도 비슷하고 취향도 비슷해서 앞으로도 알고 지내고 싶은데 안되겠죠?"
ㅇㅇ 안돼
앞서서 식사하면서 묻더군요
"오빠는 이성으로 생각되는 여자랑 친구로 지낼 수 있어요?"
아니 내가 친한 여자친구들은 그런게 없어서 친구가 됬어. 내가 그 친구들 중 누군가를 이성으로 보았다면 어떤 식으로든 결말을 봤겠지.
그때야 '아, 이거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밑밥을 깔았구나.
그날 그렇게 마지막으로 그 애를 봤습니다.
뭐랄까, 맞아요 타이밍의 문제일수도 있어요. 어느 순간엔 그 애도 저를 이성으로 좋게 봤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소개팅도 해보고 연애포기 발언도 하고 그랬겠다 싶어요.
아무튼
한동안 그 애를 잊지 못했습니다. 외모나 스타일이나 취향이나 사고방식이나 저에겐 정말 최고의 상대라고 생각했거든요. 맞아 어쩌면 이 미칠듯이 더운 날씨에 지쳐서일지도 몰라, 라고 생각하며 시간을 가져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애를 보지 못했어요.
페이스북에, 제가 아는 형이랑 그 애가 서로 리플을 주고받고 하기 시작하더군요. 리플 내용도 "이게 내가 어제 말한거야." 뭐 이런 상당히 오프라인적인...
이게 뭐지? 이 둘이 친구도 아닌데 어떻게 글을 보고 리플 달고 그러지? 이 둘이 서로 알게될 리가........
있다.
네, 제 지인들 중 그 여자애와 그 형을 모두 알고있는 인맥 교집합이 있었죠. '아 소개시켜줬겠구나. 근데 나랑 둘 다 친구상태이니 일부러 페북 친추는 안했나 보구나.' 이런 망상이 들더군요.
그 형은, 잘생긴건 아니지만 상당히 예술 및 인문 분야에 박식하고 외국어도 잘 하고 그리고 키도 185가 넘었거든요. 자세히는 언급 안했지만, 그 애가 아버지에 대해 가진 컴플렉스를 그대로 보상해 줄 만한 그런 사람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저의 망상이겠지만, 점점 가까워지는 그들이 보기 싫어서 페북 계정을 정지시켰습니다.
그리고 한달이 지나서, 개인적으로 필요한 사진이 있어서 페북에 들아갔는데, 들어가자마자 떡하니 "ㅇㅇ님과 xx님이 연애중"이라는 상태표시가 타임라인 맨 윗줄에 뜨더군요. 네 그 사람들 맞았어요.
그 이후로 페북은 다시 안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은 이상하게 중딩때 첫사랑 이후로 데미지가 암청 크네요. 게다가 그 애를 알게된 그 모임의 지인들도 다들 제앞에서 쉬쉬하는 분위기라 그것도 힘들구요.
멘붕에 빠지 저를 위해 친구와 동생이 소개팅을 몇번 주선해 주었지만 다 그냥 그렇고....
연애 포기선언을 할 사람은 저였더군요ㅎㅎ
그래서 요즘은요?
GTA5나 주구장창 하고 있네요ㅋㅋ
가끔 개콘도 보는데 요즘 안생겨요 라는 코너 너무 웃기더라구여ㅋㅋ
가끔 눈에 땀이 나는것 같지만 기분탓이겠죠^_ㅜ
뭐 쓰고보니 별거 없네요.
혹시자 다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감사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