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 주의,반말 주의. 음슴체 주의)
지금 여친을 처음 만난건 2년전 모임에서. 봄에 지인들과 벌였던 야외파티에서 만나게 됨.
딱 봐도 미인상이었고,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와서 화사해 보였다.
그리고 음식 준비나 파티 후 뒷정리를 앞장서서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성격도 좋아서 처음 만났지만 대화도 쉽게 나눴었고.
파티가 끝나고 2차로 남은 일행들과 술집을 가려고 했는데
여친은 밤 11시 통금이라고 집에 일찍가게 되서 거기서 첫만남은 끝.
사실 이땐 연락처도 못받았다. 사실 받을 생각도 안하고 있었고.
그냥 인상 좋은 사람이구나 정도.
그러다가 또 만난건 그날 모임의 멤버 몇명이 함께한 술자리.
어쩌다가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연락처도 받고 다음에 한번 만날 약속까지 잡음.
그러고 몇일 있다 만났다. 정말 점심 같이 먹는 정도.
그러면서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엄청 철벽을 치더라. 자기는 이 모임에 취미와 친목때문에 나온거지
남자만날 생각은 없다, 라며 딱.
나도 뭐 당시엔 별 생각 없었음. 뭐 만나면 만나고 아님 말고.
그래도 모임 사람들이랑 친해져서 종종 만나게 됨.
주로 술마시는게 대부분이었지만. 근데 점점 보면볼수록 너무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함.
당시는 술을 좀 과하게 마시던 시절이라 필름 끊기고 폰 잊어버리고
뻘짓을 많이 하게 됨. 그럴때마다 그 애의 술좀 그만마셔라 잔소리가 늘었음.
근데 정말 대박은 여느때처럼 술자리에서 마침 집에 비슷한 시간대에 가게 됨.
둘 다 취했지만 내가 더 많이 취한 상태. 그러다가 내가 집에 대려다주겠다며 같이 갔는데
내가 그때 손을 잡아버림. 술 취해있어서 정확한 정황은 기억 안나지만 아마 계도 많이 당황.
그러다가 다음날 카톡으로 "오빠 정말 어디가서 그러지 마요. 저 이제 오빠 따로 안만날래요."
라는 메시지를 받음.
나는 불순한 의도(연애감정이 아니라 한번 어떻게 해봐야지 라는)는 아니고 호감만 갖고있던 차에
아마도 술 취해서 컨트롤이 안되었나봄.
그 이후로 한동안 이불 뻥뻥. 아마 그 애한테 나는 쓰레기가 되었을테니 연락 접자고 생각.
근데 이 이야기가 모임에 퍼지면서 리얼 쓰레기가 됨.
모임의 리더격인 친했던(과거형인 이유가 있음) 형에게도 한소리 듣고.
암튼 그 일을 계기로 모임에서 얼굴보면 인사는 하고 형식적인 대화 몇마디는 했지만
일절 사적인 연락은 안함.
그러다가 한 5개월 지나서였나.
그 애가 모임의 다른 사람이랑(나랑 계속 친분을 유지하는 다른 형) 사귄다는 소식을 접함.
아니 모임에서 연애할 목적이 없다그러더니 난 뭐야, 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술취해서 실수한것도 있어서 도찐개찐이다 싶어짐.
좀 우울하긴 했지만.
그리고 나서 다시 4개월 후 그 애한테 먼저 연락 옴.
갑자기 술이나 한잔 하자고.
설마하는 마음에 솔직히 좀 설레였다.
만나서 그간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누는게 모르던 이야기를 많이 듣게되었다.
그 애의 말에 따르면, 그 형과 3번정도 만났지만 사귀는건 아니었다. 주변에서 분위기가 그렇게 되서
만나나 보자 싶어서 3번정도 만났지만 정말 본인 타입은 아니었다고.
그리고 더 놀라운건 모임의 리더격인 형이 그 애에게 지속적으로 들이댔다고 함. 그 애 뿐 아니라
모임의 웬만안 여자애들에게, 돌아가며 구애를 했지만 다 까였다고 함.
그러다가 다 블락을 당하고나더니, 모임 여자애들을 끼부린다네, 혹 남자친구가 생겼다면
"계가 계를 몰라서 그런데 보통이 아니야" 이런식의 악성 소문을 뿌리고 다녔다고 함.
심지어 나에 대해서도, 신입 여자회원만 보면 껄떡거리네, 여자 만날라고 모임에 나오네 그런 소문을 냈다고 함.
사실 예쁜 여성분들 보면 좀 호감을 가졌던건 사실이지만 한두번 연락해서 반응 없으면
서로 민망하지 않은 선에서 정리를 했었다. 사실 지금 여친이 된 그 애한테 실수한건 부정할수 없지만..
아무튼 그 전에도 그 이후도 그런일은 없었다.
아무튼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뭔가 모를 공감되가 형성되면서 분위기가 좀 좋아졌다.
그리고 종종 만남을 가졌는데, 나에게 철벽친거 치고는 둘이서 자주 만났고,
식사를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술을 마셔도 비용은 공평하게
아니 오히려 그 애가 더 많이 냈었다.
그러면서 다시금 그애에 대한 호감이 높아지고 접었던 마음도 다시 피게 되었는데...
하지만 철벽은 여전했다.
아니 기본적으로 남자를 안믿는것 같았다.
나와 다시 계속 만남을 가진건 단지 비슷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거기서 속시원하게 얘기할 수 있는 상대라는 점.
아마 그때문 이었던것 같았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등 특별한 날에는 만나려고 해도 못만났고.
근데 이상하게도 은근 나를 챙겨 주었다.
내가 가고싶었지만 티켓을 못구한 공연 티켓을 같이 끊어주고,
회사에서 보너스 받았다며 좀 비싼 밥도 사주고...
이게 어장도 아니고 썸타는것도 아니고 뭔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조만간 쇼부를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백이긴 하지만 부담스럽고 뜬금없지 않게,
나를 왜 만나나, 나는 솔직히 너를 이성으로 생각하며 호감을 갖고 있고,
처음부터 느꼈지만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오늘 말해야지 하고 약속을 잡았다.
약속을 잡고보니 그 애가 선약이 있었는데, 선약에 잠깐 얼굴만 비추고 날 만나러 나왔다.
딱히 특별한건 없고 밥먹고, 차마시고....
분위기는 상당히 좋았다. 나도 나이를 먹다보니 예전처럼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또 고백을 앞두고 긴장하던 어리숙함은 많이 사라져서, 자연스럽게 적절한 농담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밤이 늦어서 집에 가던 중에, 이제는 말해야지 말해야지 말을 꺼내야지....하다가
정신차려보니 교통카드를 찍고 나 혼자 지하철에 있었다=_=
가면서 그 애와 잘 들어가, 오늘 즐거웠어, 등 카톡을 주고 받는데
평소같으면 대충 잘가요 하고 마무리할 대화가 꽤 길어졌다.
어디쯤이냐, 춥지는 않냐, 계속 카톡으로 물어왔었다.
그래서 정말 오늘을 이렇게 넘기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집에 도착해서 전화를 걸었다.
처음엔 별 다른 얘기 없이 이런 저런 의미없는 얘기들을 나누다가 아까 하려다 못한 이야기를 했다.
나를 왜 만나나, 나는 솔직히 너를 이성으로 생각하며 호감을 갖고 있고,
처음부터 느꼈지만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널 만나왔고 앞으로도 그럴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한동안 말이 없길래 아 ㅅㅂ 또 이불킥이요 라고 생각했는데 몇가지 이야기를 하더라.
그 애는 내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
예전에 술취해서 실수했을땐 내가 소문도 안좋으니 본인을 원나잇 상대로 생각하는줄 알았다,
그래서 거리를 뒀었다. 그런데 정황을 보니 그렇지 않다는걸 알게 되었다. 라고
그리고
왜 이 말을 이제 하냐고, 왜 갑자기 설레게 하느냐고 했다. 약간 울먹이는것 같기도 했다.
그러더니 나한테 잘 해줄수 있어요? 라고 묻기에
지금까지는 너무 티내면 철벽칠까봐 은근히 티안나게 잘 해주려고 했는데
이제는 대놓고 잘 해주겠다고. 너는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을 했다.
이렇게 솔로 4년만에 여친이 생김. 아직도 얼떨떨 하다.
그 철벽녀가 나와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고 닭살돋는 말들을 건내게 되는게 은근 현실감이 없다.
정말 감동적인건
차라리 그냥 한번에 만났어야 했는데, 우리 너무 돌아와서 만났어요.
라는 말.
많지 않은 연얘경험이지만(30대인데 이번이 3번째 연애) 정말 가장 기쁜 말이었던것 같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이게 마지막 연애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킬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