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건대 난 진중권을 좋게 생각한 사람이었다.
그의 발언과 생각 자체가 마음에 꼭 들었다기 보다는
우리가 건강한 사회를 가지고 있다는 상징처럼 느꼈기 때문이었다.
많은 대중이 마음에 들어하는 의견을 낼 때도
반대로 많은 대중이 싫어할 의견을 낼 때에도
그는 자기가 믿고 있는 흔들리지 않는 미학과 가치가 있었고
이를 기존 한국사회와는 다르게 뭐 어쩌라고 식으로 내뱉는 사람이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었기에(그냥 일정 수준이하의 생각대로 내뱉는 이 말고)
많은 이들이 열광할 때에도 그렇지 않을 때에도 딱 그만큼, 진중권의 존재자체를
긍정하고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번은 조금 틀렸다.
내가 좋아하던 진중권의 냄새가 아니다.
정봉주 때조차도 진중권이 의견을 낼 때에도 그럴수도 있었을려나? 하고
잠시 귀를 기울였었는데(불행히도 진중권이 틀리지 않았다)
이번엔 진중권에게서 다른 냄새가 난다.
그냥 강렬히 장사치의 냄새가 난다.
진보측에 대한 자기의 몸값을 다시 책정받으려는 냄새가 난다.
방송에 나가고 메이저의 흐름을 알게 되니
슬슬 노후준비를 하고 싶었을까?
대세가 어떻든 대중이 믿는 바가 어떻든
소신발언을 하던 사람의 가치가 이렇게 떨어져나간다.
그에게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무슨 일신상의 사정이 생겼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좋아하던 논객 진중권은 뭐, 존나게 없어졌다.